무조건!! 교차로 전 황색신호, 우회전 사람 보이면 정지
1. 오늘은 알쏭달쏭한 교통정보에 대해 사실 여부를 확인해 보겠습니다. 이번 주에는 노란불 통행법에 대한 대법원 판결이 이슈가 됐었는데요. 먼저 이 이야기부터 짚어보죠.
- 대법원은 최근 교통사고처리특례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A씨의 상고심에서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파기했습니다. A씨는 2021년 7월 오전 경기도 부천시에서 차를 몰던 중 교차로에 황색신호가 켜졌는데도 정지하지 않고 그대로 좌회전했습니다. 이때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정지신호를 무시하고 직진하던 오토바이를 들이받았고 오토바이 운전자는 전치 3주, 동승자는 전치 14주의 상해를 입었습니다. A씨는 노란불에서 좌회전한 거고, 오토바이는 정지신호를 무시하고 직진하다가 둘이 부딪친 거죠.
1심은 A씨가 황색 신호를 보고 차량을 급제동하더라도 사고를 막기 어려웠을 것으로 보고 A씨에게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2심 재판부도 "정지선 앞에서 황색 신호로 바뀐 경우 정지선까지의 거리가 정지거리보다 짧다고 해도 무조건 즉시 제동할 것을 요구할 경우 결국 교차로 내에 정지해 교통사고가 발생할 위험이 생길 수밖에 없다"라며 "운전자에게 황색 신호로 바뀌는 경우 어떤 상황이든 교차로 진입 전 정지해야 한다는 주의 의무가 있다고 할 근거는 없다"라고 밝혔습니다.
그런데 대법원은 "원심 판단에 도로교통법 시행규칙 6조 2항의 '황색의 등화'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있다"며 재판을 다시 하라고 했습니다. 도로교통법 시행규칙 6조 2항은 황색신호와 관련해 "1. 차마는 정지선이 있거나 횡단보도가 있을 때에는 그 직전이나 교차로의 직전에 정지하여야 하며, 이미 교차로에 차마의 일부라도 진입한 경우에는 신속히 교차로 밖으로 진행하여야 한다. 2. 차마는 우회전할 수 있고 우회전하는 경우에는 보행자의 횡단을 방해하지 못한다."라고 돼 있습니다.
2. '차마'라고 하면 차 또는 말이잖아요. 굉장히 오래된 느낌이 나네요. (그렇습니다). 자동차를 운전하다가 전방 신호등 초록불이 노란불로 바뀌었다. 그런데 이때 내차 위치가 교차로 밖이라면 정지선이나 교차로 진입 전에 멈춰야 한다. 교차로 중간에서 노란불로 바뀌면 빨리 빠져나가라. 이런 뜻이잖아요.
- 네 그렇습니다. 그런데 2심 재판부는 정상 속도로 주행을 하다가 황색신호로 바뀌는 순간 브레이크를 밟는다고 해도 제동거리가 정지선 또는 교차로와의 남은 거리보다 길다면 교차로 내에 서게 된다는 점에 주목했습니다.
<자동차 및 자동차부품의 성능과 기준에 관한 규칙>은 브레이크가 작동하기 시작할 때의 속도가 시속 50km 일 때 자동차의 제동거리는 22m 이하여야 한다고 정합니다. 그렇다면 보통 시내 제한속도가 시속 50km이니까. 이 속도로 달리던 차량은 정지선 또는 교차로에서 22m 이내 지점을 달리고 있다가 노란불로 바뀌면 아무리 급브레이크를 밟더라도 교차로 또는 정지선을 침범할 수밖에 없다는 말이 되겠죠. 달리던 자동차가 교차로 내에서 멈추면 다른 방향에서 신호를 받고 달려오는 차와 부딪힐 위험이 있는 것이고요. 이런 맥락에서 2심 재판부는 "운전자에게 황색 신호로 바뀌는 경우 어떤 상황이든 교차로 진입 전 정지해야 한다는 주의 의무가 있다고 할 근거는 없다"라고 본 겁니다.
그런데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던 거죠. 도로교통법 시행규칙에 정해진대로 교차로 진입 전에 황색신호가 켜졌다면 멈추라는 겁니다.
3. 그렇다면 왜 대법원은 황색신호가 켜지면 정지선이나 교차로 직전에 정지해야 한다고 본 건가요?
- 법문을 엄격하게 해석한 건데요. 대법원은 판결문을 통해 "운전자가 정지할 것인지 또는 진행할 것인지 여부를 선택할 수 없다"라고 밝혔습니다. 이어 "교차로 진입 전 교차로 신호가 황색신호로 바뀐 이상 차량 정지거리가 정지선까지의 거리보다 길 것으로 예상되더라도 피고인이 교차로 직전에 정지하지 않았다면 신호를 위반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라고 밝혔습니다. 도로교통법 시행규칙에 "정지선이 있거나 횡단보도가 있을 때에는 그 직전이나, 교차로의 직전에 정지해야 한다" 이렇게 정해져 있으니까. 법대로 정지를 해야 한다는 이야기죠. 사실 대법원은 이전 사건에서도 이번 사건과 같은 취지의 판례를 유지해 왔습니다.
4. 그럼 우리가 실제로 운전을 할 때 시속 50km로 달리다가 교차로에 접근하고 있는데 막 신호가 바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이럴 때 어떻게 해야 합니까?
- 교차로에 진입했는데 노란불로 바뀌었다면 신속히 교차로를 빠져나가는 게 우선입니다. 그런데 아직 교차로에 진입하지 않았다면 멈춰야 하고요. 아까 22m 말씀드렸죠. 그럼 노란색 불에 브레이크를 밟으면 교차로 안에 설 것 같은데 어쩌란 말이냐고 물으실 수 있습니다. 저도 이런 경험이 있는데요. 대법원 판결은 그건 니 사정이고 법은 일단 멈추라고 했으니까 멈춰라. 이렇게 받아들이면 될 것 같습니다. 법과 현실의 괴리가 생긴 건데요. 이 법을 바꾸지 않는 한 계속될 문제일 것 같습니다.
다만 교차로에 접근할 때 속도를 제한속도보다 늦춰서 언제든지 멈춰 설 대비를 하는 것이 교차로 안에서 멈추는 걸 막을 수 있는 현실적인 방법이 될 것 같습니다. 경찰청은 이런 현실을 제대로 반영할 수 있도록 관련 규정을 개정하고 명확하게 손보는 작업에 나서야 하겠고요.
노란불이라는 게 초록불/빨간불 두 개만 있을 때, 교차로 내에 차량이 있는데 정지신호가 켜지면 어떻게 할 거냐는 상황 때문에 도입이 된 건데요. 이 노란불 때문에 오히려 헷갈리는 상황이 지속되면 안 될 것 같습니다.
5. 헷갈리는 교통 법규. 대표적인 게 우회전 통행방법인데요. 이것 아직도 헷갈린다고 하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어떻게 하는 게 올바른 통행 방법인가요?
- 저도 헷갈릴 때가 굉장히 많습니다. 그래서 이번에 확실히 알아봤습니다. 무조건 외워두셔야 할 것은요. 내가 차를 몰고 있을 때 횡단보도로 건너고 있는 사람이 있다면 다 건널 때까지 일시정지입니다. 우회전 신호등이 설치돼 있는 교차로라면 그 신호를 따르면 되고요. 보행자가 건너고 있을 때 뒤차가 빵빵거린다고 무리해서 지나갈 필요 없습니다. 그래서도 안 되고요. 그런데 문제는 우회전을 하려고 하는데 횡단보도에 사람이 없을 때입니다. 전방 직진 신호등이 초록불이고 우회전을 하려는데 횡단보도 보행자 신호등이 초록불이란 말이죠. 그런데 건너는 사람도 없고 건너려고 하는 사람도 없어요. 이러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일단정지 후 통과 아닌가요?) 아닙니다. 경찰청 홍보자료를 보면 직진 방향 차량 신호등이 초록불이면 서행으로 직진방향 횡단보도를 통과하고요, 우회전해서 맞닥뜨리는 횡단보도에 사람이 건너고 있거나 건너려고 하는 사람이 있으면 일시정지입니다. 보행자가 횡단보도를 다 건너면 서행으로 진행합니다. 우회전하려는 데 횡단보도에 사람이 없다면 서행으로 지나가는 것이고요.
6. 성질 급한 뒤차 운전자가 경적을 울려대기 때문에 심약하신 분들이 많이 놀라시고 하거든요. 이럴 땐 정말 뒤차 눈치가 많이 보인단 말이죠.
- 간혹 우회전하는 횡단보도 앞에서 건너는 사람이나 건너려는 사람이 없는데도. 보행자 신호가 초록불이라는 이유로 신호 바뀔 때까지 정지하고 있는 분들이 계십니다. 이럴 필요는 없습니다. 차량은 차량 신호를 준수하면 됩니다. 보행자 신호는 보행자가 안전하게 건너라고 만들어 놓은 것이고요. 우회전하는 차량은 횡단보도에 건너는 사람이 있는지, 건너려고 하는 사람이 있는지를 살피면 됩니다. 보행자가 있으면 일시정지, 없으면 서행으로 통과하면 됩니다. 보행자 신호등이 없는 횡단보도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횡단보도에 건너는 사람 또는 건너려는 사람이 있으면 일시정지 후 다 지나간 다음에 서행으로 통과 이걸 기억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7. 이게 별것 아닌 것 같은데 일일이 외워야 할 것 같고 직관적이지 않단 말이죠. 개선책으로 논의되고 있는 방안은 없나요?
- 경기연구원이 지난해 12월 수도권 운전자 400명을 대상으로 올바른 우회전 통행법을 알고 있는지 물었는데요. 여섯 가지 상황에서 모두 정답을 맞힌 운전자는 단 1명에 불과했다고 합니다. 우회전 제도 변경으로 10명 중 약 6명의 운전자가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 걸로 조사됐고요. 운전자의 75.3%는 우회전 일시정지 중 뒤차량에게 보복성(경적이나 헤드라이트 위협 등) 행동을 받은 경험이 있다고 응답했습니다. 78.3%는 일시정지 하지 않아도 되는 상황에서 앞차량의 일시정지로 답답함을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운전자들의 40.3%는 우회전 통행방법에 대해 잘 안다고 응답했지만 실제 확인결과, 정확한 우회전 방법을 알고 있는 비중은 0.3%밖에 되지 않았다고 합니다. 박경철 경기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현재 우리 사회는 누구도 잘 알지도 못하는 일시정지에 집착하고 있다”며 “운전자들이 암기하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안전한 우회전을 하도록 신호와 교차로 기하구조 등이 개선되어야 하며, 일시정지가 아닌 운전자 스스로 우회전 시 무조건 서행하는 교통문화를 정착하는 것이 필요하다”라고 강조했습니다.
이 내용은 KBS오늘아침1라디오(2024.05.17)에도 방송됐습니다. 유튜브 https://www.youtube.com/watch?v=zxrREIkPZV0 를 통해 다시 시청하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