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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선정수 Jun 21. 2024

덴마크의 엄살인가? 불닭볶음면 급성중독 논란

[팩트체크] 덴마크 회수 조치를 통해 본 캡사이신 급성중독

1. 오늘 팩트체크 주제는 정말 핫합니다해외에서도 엄청 인기를 끌고 있다는 매운 볶음라면이죠불닭볶음면이요그런데 이 잘 나가던 불닭볶음면이 리콜 명령을 받았다고요     

- 지난 11일 덴마크 식품안전 당국은 삼양식품의 핵불닭볶음면3X, 핵불닭볶음면2X, 불닭볶음탕면 등 3종류를 회수조치했습니다. 덴마크 식품안전 당국은 이들 제품의 캡사이신함량이 급성중독 위험이 있어 회수조치했다고 밝혔습니다. 또 소비자들에게 갖고 있는 제품은 폐기하거나 구입한 판매점에 반품해 달라고 당부했습니다.     

2. 다른 나라에서도 잘 팔린다면서요도대체 어떤 위험이 있다는 것이죠?

- 덴마크 당국은 틱톡 등 SNS를 통해 퍼지는 '불닭볶음면 챌린지'를 경계하고 있는 걸로 보이는데요. 덴마크 식품청 관계자는 "많은 양의 고추는 특히 어린이와 허약한 성인에게 위험합니다. 가능한 증상으로는 작열감과 불쾌감, 메스꺼움, 구토 및 혈압 상승 등이 있습니다. 따라서 우리는 지금 상점들이 이 제품들을 선반에서 제거하도록 요구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밝혔습니다.


3. 다른 나라 사람들은 잘 먹는데 유독 덴마크에서 문제가 되고 있는 이유는 뭔가요?

- 고추의 매운맛을 내는 물질이 캡사이신인데요. 덴마크 당국이 아이들의 안전을 우려해서 선제적으로 조치를 취한 걸로 보입니다. 매운 음식 챌린지의 대표주자 격인 '원칩 챌린지'라는 게 있는데요. 엄청나게 매운 또띠야칩을 한 개 먹고 물이나 우유 등 다른 음식을 먹지 않고 5분 동안 버티는 모습을 영상으로 만들어 올리는 것인데요. 이걸 하다가 독일에서 입원하는 사례가 발생했고, 미국에선 사망사례가 발생하기도 했습니다. 

독일연방위험평가연구소는 지난해 9월 보도자료를 내고 캡사이신의 과도한 소비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심각한 건강 손상을 지적했습니다. 역시 매운 음식 챌린지에 관련된 내용이었는데요. 칠리 및 기타 양념 소스뿐만 아니라 식품 1킬로그램당 캡사이신이 100밀리그램 이상 포함된 제품에 라벨을 부착하고, 포장에 어린이 보호용 잠금장치를 제공할 것을 권장했습니다. 또한, BfR은 관련 식품 관리 당국이 개별 사례에서 캡사이신 함량이 6,000mg/kg 이상인 제품이 소비에 안전한지 여부를 확인할 것을 권고하기도 했습니다. 

이 독일연방위험평가연구소가 굉장히 신뢰받는 기관이고, 덴마크와 독일은 이웃이잖아요. 여기에 영향을 많이 받은 걸로 보입니다. 여기에다가 덴마크 식품청 발표에 따르면 불닭볶음면이 안전한지 묻는 소비자 문의가 있었고 평가로 이어졌다고 합니다. 코리아타임스 보도에 따르면 덴마크 식품청은 덴마크 내에서 불닭볶음면을 먹고 복통, 구토 증상을 일으킨 신고 사례가 10건 정도 된다고 밝혔습니다.


4. 우리나라에선 불닭볶음면과 관련된 이상 사례들이 보고된 건 없나요?

-네, 여러 가지 경로로 취재를 해봤는데요. 눈에 띄는 사례는 나타나지 않습니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매운 음식에 익숙해져서 매운 라면 정도로는 급성 중독 증상을 나타내지 않는 것 같은데요. 저는 이 캡사이신 급성 중독 사례를 직접 목격한 적이 있습니다. 예전에 국제회의에 정부대표단과 동행 취재를 한 적이 있는데요. 우리나라 대표로 참석했던 모 장관이 고추를 먹고 쓰러진 적이 있었습니다. 다녀온 나라는 멕시코였는데요. 호텔 조식 뷔페에 갔는데 고추 피클이 여러 종류 있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그 위에 <외국인은 주의>라는 표지판이 있었다고 해요. 그런데 이 장관이 '맵부심'을 부린 거죠. 우리가 매운 고추를 고추장에 찍어먹는 민족인데 하면서 그릇에 담아왔다고 합니다. 자리에 앉아서 피클 하나를 입에 넣었는데 혀에 불이 붙는 것처럼 매웠대요. 그래서 장관 체면에 뱉을 수는 없고 그냥 꿀꺽 삼켰다고 합니다. 그랬더니 조금 있다가 위에서 경련이 일어나면서 시야가 좁아지면서 쓰러졌다고 하네요. 멕시코 대통령궁에서 주치의를 보내서 치료하고 해서 다행히 무사하기는 했는데요. 그때 확실히 깨달았죠. 맵부심은 부리는 게 아니구나 하는걸요. 일단 음식에 캡사이신이 얼마나 많이 들어있는지, 먹는 사람이 얼마나 매운맛에 익숙한지가 중요한 겁니다.     


5. 갑자기 궁금해지는데요불닭볶음면과 청양고추는 도대체 얼마나 매운 겁니까

- 이번에 덴마크에서 리콜된 핵불닭볶음면 2X는 매운맛 지표인 스코빌지수로 8706 SHU가 나온다고 합니다. 핵불닭볶음면 3X는 13000이고요. 불닭볶음탕면은 4700 정도 나옵니다. 풋고추는 1500 정도 되고요. 우리나라에서 가장 매운 축에 속하는 청양고추는 4000~1만 2000 정도. 그런데 세계에서 가장 매운 고추는 캐롤라이나 리퍼 페퍼라고 하는데요. 150만~200만 정도 됩니다. 그 밖에도 매운 고추들이 굉장히 다양한데요. 우리나라 청양고추는 중간 아래 정도에 위치합니다.


6. 덴마크에서는 매운 고추를 먹지 않나 봐요. 리콜까지 할 정도면요

- 서구 사람들이 일부 지역을 제외하고는 매운 음식을 잘 먹지 않는 건 사실인데요. 현지에서도 이번 덴마크 식품청 리콜조치가 과한 것 아니냐는 반응이 나옵니다. 일부는 맵다고 밝히고 있는 상품인데 매워서 못 먹는 사람이 있다고 해서 모두 먹지 못하게 하는 것은 과하다는 반응이 있고요. 타바스코나 할라피뇨 고추만큼 매운 라면이라는 이유로 회수를 했다고 한다면 왜 타바스코와 할라피뇨는 회수하지 않느냐 이런 반응이 있었습니다.


7. 제조사는 덴마크 당국이 계산을 잘못했다는 반발을 하고 있다면서요?

- 네 제조사인 삼양식품은 덴마크 측의 계산이 잘못됐다고 반발했습니다. 덴마크 식품청이 불닭볶음면의 캡사이신 함량을 측정해 달라고 의뢰했던 덴마크 공과대학은 산식에 라면 한 봉지 중량 140그램을 다 넣어서 추산했다고 하는데요. 스코빌지수는 16 SHU를 1mg/kg으로 환산할 수 있는데요. 삼양식품은 스프 중량만 따져야 한다고 주장하는 겁니다. 스프중량은 31g인데요. 면 중량까지 다 합쳐서 140그램을 기준으로 했으니 해당 제품에 실제 들어있는 캡사이신 양보다 최소 4배는 더 들어있는 걸로 잘못 산출됐다. 이런 주장입니다. 공인기관이 정확히 측량한 캡사이신 양을 반영해서 반박하겠다는 게 삼양 측의 설명입니다. 고성능 액체크로마토그래피라는 장치를 이용하면 금방 측정할 수 있으니까. 이 논란은 곧 결론이 가려질 것으로 보입니다.


8. 유튜브에선 외국인 유튜버가 덴마크의 외국인 혐오가 반영된 것이라는 주장을 했다면서요?

- 스웨덴 출신으로 한국에서 활동하는 유튜버가 덴마크와 스웨덴은 같은 사고방식을 갖고 있다고 하면서 이번 논란에 대해 의견을 말했는데요. “수입품이 약간 좀 위험하다는 마음, 한국이 낯설고 위험하다는 생각, 무서워서 수입 안 하고 판매하고 싶지 않다는 이유로 금지하는 것”이라며 “라면 먹고 싶으면 ‘우리 브랜드 라면 있는데 굳이 왜 수입해서 먹어야 하냐’고 생각하는 정부와 시민이 있다” 이런 주장입니다. 

뭐 개인적인 의견을 밝히는 것은 자유이지만, 개인 의견을 일반화해서 받아들일 필요는 없는 것 같습니다.     


9. 이번 덴마크의 조치는 결국엔 매운 음식과 SNS 챌린지가 결합하면서 사고사례가 발생했기 때문이 아닌가 싶은데요.

- 그렇습니다. 일단 덴마크 식품청이 직접 불닭볶음면과 관련된 덴마크 내 사고사례에 대해 명확히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매운 음식 챌린지가 세계적으로 문제가 되고 있는 것은 사실이거든요. 원칩 챌린지 때문에 미국에선 사망사례도 있었고요. 독일에선 매운 음식 챌린지에 대해 경고가 나와있는 상태기도 하고요. 

이 불닭볶음면이 해외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끌게 된 배경이 바로 SNS 챌린지거든요. 외국 젊은이들이 이 불닭볶음면을 먹으면서 영상을 만들고 반응을 공유하는 놀이에서 비롯된 거란 말이죠. 그런데 덴마크 당국 입장에선 이 챌린지가 자국에서 더 크게 확산했을 때 혹시 모를 위험이 생길 가능성이 크다 이렇게 본 것이고요. 북유럽 국가들이 사전예방의 원칙이 더 강하게 작동하거든요. 위험할 가능성이 있다면 위험한 짓은 하지 않는다 이런 개념인데요. 선제적으로 규제가 들어온 거라고 이해하면 좋을 것 같습니다.


10. 삼양식품이 자체적으로 실험을 의뢰한 결과가 나왔다고 하는데요.

삼양식품은 국내 한 대학교 식품분석연구센터에 의뢰해 불닭 시리즈 제품 3종에 대해  캡사이신 함량을 측정했는데요. 조사 결과 리콜된 불닭시리즈 제품의 총 캡사이신 함량을 측정 결과 덴마크 당국이 발표한 수치의 4분의 1 수준인 것으로 확인됐다고 합니다. 이에 따르면 라면 한 봉지당 총 캡사이신 함량은 ▲핵불닭볶음면 3배 매운맛 27.8㎎ ▲핵불닭볶음면 2배 매운맛 16.8㎎ ▲불닭볶음탕면 11.1㎎로 나타났습니다.

앞서 덴마크 당국이 앞서 발표한 캡사이신 함량은 각각 113㎎, 69.6㎎, 42.4㎎이었습니다. 

캡사이신을 얼마나 많이 먹으면 급성중독을 일으키는지에 대한 명확한 기준은 아직 만들어지지 않은 상태입니다. 그렇지만 앞서 말씀드린 독일연방위험평가연구는 평균적인 성인은 체중 1kg당 5mg 이하의 캡사이신을 소화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는데요. 체중 60Kg인 성인은 300mg까지 소화가 가능하다고 받아들일 수 있겠습니다. 이 결과를 덴마크 측이 받아들인다면 리콜조치는 해프닝으로 끝날 가능성도 있을 것 같습니다.



이 콘텐츠는 KBS오늘아침1라디오를 통해 방송됐습니다. 유튜브에서 다시 들으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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