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뢰 팩트체크
1. 오늘 주제는 여름철 집중호우와 함께 찾아오는 불청객, 바로 낙뢰입니다. 이 낙뢰에 대해 잘못 알려진 정보가 많아 오히려 안전을 위협하고 있다고 하는데요. 팩트체크 시작해 보죠. 먼저 살펴볼 주제는 "벼락 맞기가 로또보다 쉽다"인데요. 이런 말은 어떻게 나오게 됐나요?
- 언론보도가 전하는 벼락 맞을 확률은 ‘28만 분의 1’입니다. 대부분의 언론은 미국 국립번개안전연구원(NLSI)을 인용합니다. 그러나 NLSI는 미국의 ‘국립’ 연구기관이 아닙니다. 2005년 이후에는 눈에 띄는 활동도 없습니다.
이곳이 주장하는 ‘벼락 맞을 확률(Lightning Strike Probabilities)’의 계산식은 굉장히 단순합니다. 미국의 인구를 2억 8000만 명으로, 연간 1000명이 벼락에 희생된다고 상정하고 확률을 계산한 건데요. 미국 전체 인구를 벼락 사고 사망자로 나눈 겁니다. 이 수치를 근거로 벼락 맞을 확률이 로또에 당첨될 확률(814만 5060분의 1) 보다 높다는 보도도 찾아볼 수 있습니다.
그러나 2023년 기준 미국의 인구는 약 3억 3600만 명입니다. 이 기간 미국에서 벼락으로 인해 사망한 사람은 13명으로 집계됐습니다. 미국 기상청은 매년 벼락에 맞아 숨진 사람들에 관한 집계를 내놓고 있는데요. 앞서 NLSI가 계산한 방식을 따르면 미국에서 벼락에 맞아 숨질 확률은 대략 3869만 분의 1 정도가 됩니다.
우리나라 상황을 따져보면요. 행정안전부의 2022년 7월 <낙뢰 발생사례 및 행동요령> 자료에 따르면 이전 10년 동안 낙뢰로 인한 인명피해는 모두 17건이었고, 7명이 숨졌고 19명이 부상했습니다. 이는 10년 동안의 집계이므로 연간 낙뢰 사고 사망자 1.7명을 인구 5000만 명 기준으로 계산해 보면 인구 1억 명당 3.4명 1000만 명 당 0.34명에 해당하고요. 대략적으로 3000만 분의 1 정도가 나옵니다. 로또 1등에 당첨될 확률 814만 분의 1 (1회 시행 기준)보다도 굉장히 낮습니다.
2. 벼락 맞는 게 로또 당첨되는 것보다 어렵다고 봐야겠군요. 금속 장신구가 벼락을 부른다. 이런 말은 어디서 나왔나요?
- 지난해 여름 강원도 양양 설악해수욕장 해변에서 6명이 벼락에 맞는 사고가 발생했습니다. 모두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한 명이 끝내 사망했습니다. 이 사고 발생 이후 다수의 언론이 사고 내용을 보도하면서 낙뢰와 관련된 많은 정보를 쏟아냈는데요. 사실과 다른 것들이 많았습니다. 그중 하나가 금속 장신구와 관련된 건데요.
mbn, SBS, MBC 등이 이런 내용을 보도했습니다. <바닷가에서 날씨가 좋지 않을 때 목걸이나 시계 등 금속 액세서리를 착용하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 <서핑업체 측은 날씨가 좋지 않을 때는 목걸이나 시계 등 금속 액세서리를 착용하지 말고 천둥소리가 들리면 바다에서 나와 안전한 곳으로 피신할 것을 당부했습니다.> 이런 내용을 보도했습니다.
3. 금속 재질이 전기를 끌어들인다는 이야기로 들리는데요.
네 언뜻 보기에는 맞는 설명인 것 같은데요. 전문기관에 확인을 해봤습니다. 한국전기연구원이 펴낸 낙뢰안전 가이드북(다운로드 링크)을 살펴보면요. “안경, 시계, 목걸이, 팔찌 등 작은 금속류는 착용 여부에 상관없이 낙뢰의 위험성에는 변함이 없습니다. 나무배트나 골프채 등 재질이 ‘금속물인가? 절연물인가?’에 상관없이 높은 곳일수록 낙뢰에 맞을 확률이 높습니다. 또한 고무장화나 비옷 등의 절연물을 입고 있더라도 낙뢰를 피하는 효과는 전혀 없습니다”라고 밝힙니다.
바닷가에서 뭔가를 하고 있다가 천둥소리가 들리면 신속히 물 밖으로 나와 안전한 실내로 대피하는 게 최선이라는 것이죠. 장신구 착용했다고 해서 벼락에 맞는 것도 아니고 장신구가 없다고 안 맞는 것도 아니라는 이야깁니다. 전기연구원에서 마네킹 두 개를 이용해 인공 낙뢰 실험을 해봤는데요. 높이가 같은 경우에는 금속 착용과 상관없이 불규칙적으로 벼락이 떨어졌고요. 높이가 다르면 높은 쪽으로 벼락이 떨어졌습니다.
4. 끝부분이 금속인 우산을 들고 서 있으면 벼락을 맞을 위험이 커진다는 이야기도 많이 들었는데요.
- 미국 기상청 홈페이지를 보면 잘 설명이 돼 있는데요. <높이, 뾰족한 모양, 그리고 고립은 번개가 칠 위치를 제어하는 주요한 요소입니다. 금속의 존재는 번개가 떨어지는 위치에 전혀 영향을 주지 않습니다. 나무나 산과 같이 키가 크고 고립되어 있지만 금속이 거의 없거나 거의 없는 자연물은 일 년에 여러 차례 번개에 맞습니다. 번개가 위협할 때는 즉시 안전한 피난처를 찾아 적절한 보호 조치를 취하고 금속을 제거하는 데 시간을 낭비하지 마십시오. 금속은 번개를 끌어당기지 않지만, 그것은 번개를 전도하므로 금속 울타리, 난간, 표지판 등으로부터 멀리 떨어지십시오.>라고 합니다.
끝부분이 금속이든지 아니든지 상관없고요 주변보다 높으면 위험이 커집니다. 우리나라 행정안전부는 "등산용 스틱이나 우산 같이 긴 물건은 몸에서 멀리합니다"라고 권고합니다.
5. 번개가 치면 실내로 대피하라는 말을 많이 들었는데요. 그렇다면 실내는 100% 안전한 겁니까?
- 집은 전기 전도체를 피하는 한 번개로부터 안전한 장소라고 합니다. 안전 당국은 집에 있더라도 유선 전화, 전기 제품, 전선, TV 케이블, 컴퓨터, 배관, 금속 문 및 창문을 멀리하라고 권고합니다. 창문은 두 가지 이유로 위험하다고 하는데요. 천둥 번개가 치는 동안 거센 바람에 날린 물체가 창문으로 날아들어 창문이 깨지는 사고가 날 수 있다는 이유가 첫 번째고요. 두 번째로 오래된 집에서는 드물지만 번개가 창문 측면의 균열로 들어올 수 있다고 합니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번개가 치는 동안의 실내 안전 수칙을 설명합니다. 물을 피하라, 전자장비를 만지지 말라, 창문 문 현관 콘크리트를 피하라, 유선전화를 사용하지 말라. 이렇게 권합니다. 샤워나 설거지 등은 수도 배관을 통해 전류가 흘러들어 감전의 우려가 있으므로 번개가 치는 동안엔 하지 말라고 합니다.
전기연구원은 “피뢰설비가 없는 헛간과 나무 또는 돌로 된 오두막이나 버스정류장과 같이 부분 개방된 피난처의 경우, 벽면으로부터 가능한 멀리 떨어진 중앙에서 웅크린 자세로 피하라”라고 권고합니다.
소방청 집계에 따르면 최근 5년간 낙뢰사고의 대부분은 실외에서 발생했지만 차 안이나 컨테이너 등 실내에서 일어난 경우도 5건이나 된다고 합니다. 건물 외부로 낙뢰가 떨어져 출입문 등 전기가 통하는 물체와 접촉한 상태에서 감전되는 사례라고 밝혔습니다.
6. 야외 활동 중에 번개가 치는 경우에 차 안으로 대피하면 안전하다는 말도 들은 것 같은데요. 이건 사실입니까?
- 네 사실입니다. 야외 활동을 하다가 갑자기 먹구름이 몰려오고 번개가 치기 시작했을 때 주변에 안전한 건물이 없다면 자동차 안으로 대피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합니다. 자동차에 번개가 떨어져도 금속 자체와 젖은 타이어를 통해 지면으로 전기가 흘러간다고 합니다. 다만 차 문에 기대 있지는 말라고 합니다. 오픈카이거나 창문을 열어뒀거나 유리섬유 재질로 만든 지붕이라면 차 안으로 대피하는 게 무의미할 수 있다고 합니다.
큰 나무 밑으로 피하면 벼락을 피할 수 있을 걸로 생각하는 분들 계실 텐데요. 큰일 납니다. 전기연구원은 “낙뢰는 어디든지 칠 수 있지만 나무나 깃대 등 높은 물체에 도달할 가능성이 높으며, 홀로 서 있는 나무는 특히 위험하므로 나뭇가지나 줄기로부터 10m 이상 떨어진 거리로 피하라”라고 강조합니다.
나무에 벼락이 떨어졌을 때 나무에서 인체로 전류가 흐를 수 있기 때문에 나무 옆에 있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고 합니다. 이렇게 옆으로 떨어지는 번개를 ‘측격뇌’라고 부릅니다. 집의 처마 밑이나 버스 정류장 등 일부가 뚫려 있는 건물로 피하면 측격뢰의 위험이 따릅니다.
7. 로또 맞는 것보다 어렵다고 하는데, 실제로 낙뢰 사고로 피해를 당하는 경우가 자주 발생하나요?
- 매주 로또 당첨자가 나오는 것처럼, 낙뢰사고도 해마다 발생합니다. 소방청 자료에 따르면 최근 5년간(2019~2023년) 낙뢰 사고로 119 구급대가 출동한 건수는 31건으로 집계됐습니다. 2019년 4명, 2020년 12명, 2021년 3명, 2022년 1명, 2023년 11명인데요. 이 가운데 19.4%인 6건이 심정지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월별 발생현황은 8월이 19건(61.3%)으로 가장 많았고 6월 6건(19.4%), 7월 3건(9.7%) 순으로 여름철에 주로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시간대별로는 12-15시 16건(51.6%), 15-18시 9건(29%), 21-0시 3건(9.7%), 9-12시 3건(9.7%) 순으로 낮 시간대가 28건(90.3%)으로 대부분을 차지했고, 연령별로는 30대~50대가 절반 이상이었으며 남성 22명, 여성 8명으로 남성이 여성보다 2배 이상 많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낙뢰 사고의 발생 장소 및 상황을 살펴보면 등산 13건(41.9%), 서핑 5건(16.1%), 낚시 2건, 골프 2건 등 야외 레저활동 중 많이 일어나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그 외 차 안, 컨테이너 등 기타가 7건, 격납고 2건이었습니다. 낙뢰 사고가 가장 많이 발생한 등산의 경우 정상 바위 근처에 서 있거나, 바위 밑에서 비를 피하다가 벼락이 바위로 떨어져 추락하는 경우, 낙뢰로 돌이 튀어 다친 경우, 전류가 흘러 감전되는 경우 등이었습니다.
8. 낙뢰 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반드시 알아둬야 할 게 있다고요?
- 네 일단 낙뢰 예보가 있을 때는 실외 활동을 취소하는 게 좋습니다. 강행하다가 사고 나는 경우가 왕왕 발생합니다. 등산, 골프 이런 것들이죠. 다음은 30-30 규칙인데요. 번개가 번쩍하면 시간을 잽니다. 30초 이내에 우르릉 천둥소리가 들리면 위험한 겁니다. 번쩍하고 30초 이내에 우르릉하면 대피하는 겁니다. 낮은 곳으로요. 물이 없고 움푹 파인 곳이나 동굴 안으로요. 등산용 스틱, 우산, 골프채 등 긴 물건은 땅에 뉘어 놓고 몸에서 떨어뜨립니다. 그리고 마지막 번개가 친 뒤 30분 정도 더 기다려야 번개 위험 지역에서 완전히 벗어나게 된다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