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체크] 개인정보보호와 관련된 잘못 알려진 사실들
1. 오늘은 정보보호에 관한 팩트체크인데요. 매년 7월 둘째 주 수요일이 '정보보호의 날'이라고 합니다. 개인정보보호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을 텐데요. 먼저 짚어볼 사례는 차량 전화번호 무단 수집인데요. 이거 불법 아닙니까?
- 끊임없이 보도를 통해 나오고 있는 사례인데요. 아파트나 상가 주차장에 들어와서 무단으로 전화번호를 수집해 광고나 영업에 사용하는 사례입니다. 그런데 언론에 나오는 기사가 처벌이 가능하다. 불가능하다 엇갈리고 있습니다.
지난 5월 22일 경향신문에서 보도했는데요. 새벽 3시에 아파트 주차장에 세워진 차량의 전화번호를 수집하던 남성 2명이 경비원의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에 붙잡혔습니다. 이들은 공동건조물침입 혐의로 입건됐는데요.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혐의는 적용되지 않았습니다. 개인정보보호법은 개인정보처리자 또는 처리자로부터 이를 제공받은 자가 허위나 부정한 방법으로 개인정보를 얻거나 처리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습니다. 개인이 우연한 기회에 얻은 개인정보를 사적으로 이용하는 경우 처벌하는 규정이 없습니다.
관련해서 개인정보보호위원회의 심의 결과를 찾아봤는데요. 2021년 2월에 아파트 지하주차장에 주차돼 있는 차량에 부착된 연락처 2만 747건을 무단으로 수집해 출장세차 광고문자 발송에 이용한 개인사업자에게 500만 원 과태료를 부과한 사례가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후 법이 개정되면서 과태료 부과 근거가 사라졌고요. 현재는 이런 행위를 개인정보보호법으로 규제할 근거가 없는 상태입니다.
이렇게 무단으로 차량에서 전화번호가 수집되는 일을 막기 위해 지자체와 일부 사설입체들이 안심번호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서울 구로구, 중구, 제주도 등이 해당되는데요. 내 번호를 노출시키지 않고도 차량이동이 필요할 경우 연락을 받을 수 있는 안심번호를 제공하는 서비스입니다.
2. 어디를 가도 CCTV가 굉장히 많이 설치돼 있는데요. 범죄 예방 등 효과를 기대할 수 있기도 하지만, 내 허락 없이 내 모습을 찍는다는 게 좀 꺼림칙하기도 합니다. 공공장소에서 동의 없는 CCTV 촬영은 불법 아닙니까?
- 개인정보보호법은 공개된 장소에 영상정보처리기기를 설치·운영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예외가 있습니다. 개법 법령에서 허용하고 있는 경우, 범죄 수사 및 예방을 위해 필요한 경우, 시설 안전 및 화재예방을 위해 필요한 경우, 교통단속을 위해 필요한 경우, 교통정보의 수집·분석 및 제공을 위해 필요한 경우 등입니다.
이럴 경우 안내판과 함께 설치가 가능합니다. 안내판에는 설치 목적 및 장소, 촬영 범위 및 시간, 관리책임자 성명 및 연락처를 기재해야 합니다.
'공개된 장소'란 도로, 공원, 공항, 항만, 광장, 주차장, 놀이터, 버스, 택시, 상가, 식당 등과 같은 공공장소 또는 불특정 또는 제한된 다수가 이용하거나 출입할 수 있도록 허용된 장소를 의미하는데요. 해당 장소의 소유자가 누구인지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개인이 소유하고 있는 사유지일지라도 불특정 다수가 왕래할 수 있도록 개방돼 있다면 공개된 장소로 본다고 합니다.
사무실이나 작업장 내부 등 공개된 장소가 아닌 경우에는 개별 노동자에게 동의를 받아야 CCTV를 설치할 수 있습니다.
법이 허용하는 목적 안에서 안내표지판과 함께 설치를 해놨다고 하더라도 설치 목적과 다른 목적으로 영상장치를 임의로 조작하거나 다른 곳을 비춰서는 안 됩니다. 녹음기능도 사용할 수 없습니다.
3. 요즘 프로야구가 인기인데요. 중계방송을 보면 관람객들을 굉장히 많이 보여준단 말이죠. 혹시 초상권 침해 논란이 벌어진 적은 없나요?
- 예전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불륜 남녀가 야구 경기를 보러 갔다가 중계 카메라에 잡혀서 이혼당했다더라 이런 글이 확산한 적이 있었습니다. 사실 확인은 되지 않았고요. 2020년 에콰도르에서 있었던 일인데요. 축구 경기장에서 키스를 하던 남녀 관중이 전광판에 포착됐는데요. 화들짝 놀라는 모습이 일반적인 관중 커플과는 달랐습니다. 논란이 일자 남성은 불륜 사실을 SNS를 통해 실토했다고 합니다.
프로 스포츠 경기는 워낙 중계가 많이 되기도 하고, 팬들이 중계 카메라에 잡히는 것을 기정사실로 여기는 분위기가 있습니다. 자신의 메시지를 담은 스케치북을 가져와 카메라 노출을 즐기기도 하고요. 법조계 일각에선 스포츠 경기를 관람하는 것은 스포츠 중계방송에 나올 수 있다는 것에 암묵적으로 동의한 걸로 봐야 한다는 의견이 많습니다.
그러나 뉴스, 시사 교양 프로그램에 동의 없이 촬영한 일반인의 모습이 방영됐다는 이유로 언론중재위원회에서 손해배상 조정이나 직권 중재가 이뤄지는 것은 굉장히 흔한 일입니다.
4. 요즘 시도 때도 없이 날아오는 투자 유도 문자를 보면 개인정보보호의 중요성이 느껴지는데요. 이건 왜 이렇게 많아진 겁니까?
- 지난달 스팸 신고 건수가 전월보다 40% 넘게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지난 1일 한국인터넷진흥원(KISA)에 따르면, 지난달 1~17일 스팸 신고 건수는 2796만 건으로 전월 동기(1988만 건) 대비 40.6% 늘어났습니다. 이 기간 국민 2명 중 1명꼴로 스팸에 시달려 신고를 한 셈인데요. 주식 투자 권유 문자부터 공공 기관 사칭 과태료 문자까지 종류를 가리지 않고 스팸 문자가 쏟아졌습니다.
스팸 문자가 급증한 이유를 대체로 세 가지 정도로 꼽히는데요. 자본시장법이 개정되면서 다음 달부터 정식 투자 자문 업자가 아니면 ‘주식 리딩방(투자 종목을 추천해 주는 메신저 대화방)’을 운영할 수 없게 됐습니다. 이 때문에 미등록 업체들이 규제 시행 전 마지막까지 고객을 모으기 위해 대량으로 스팸문자를 보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두 번째는 지난달 도입된 ‘대량문자전송사업자 전송자격인증제’가 영향을 줬다는 분석인데요. 대량 문자 발송은 통신사와 직접 연결망을 구축한 문자 중계사와, 문자 발송을 원하는 기업·개인과 직접 계약을 맺고 서비스를 제공하는 1200여 문자 재판매사를 통해 이뤄집니다. 정부가 불법 스팸을 줄이려 문자 재판매사들에 6개월 내 문자 중계사에서 인증을 받도록 했는데요. 인증을 통과하지 못할 가능성이 큰 문자 재판매사들이 그전에 최대한 영업을 강화한 측면이 있다는 겁니다. 여기에다가 일부 문자 재판매사의 문자 발송 시스템이 해킹당해 불법 스팸 발송에 악용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5. 스팸문자 제발 좀 덜 받고 싶다는 분들이 많은데요. 뾰족한 수가 없을까요?
- 개인정보포털의 <정보주체 권리행사>를 이용하면 좀 덜 온다고 합니다. 그래서 한 번 실행을 해봤는데요. 내가 가입해 있는 수많은 인터넷서비스의 본인확인 내역을 보여주고 불필요한 사이트에서는 탈퇴할 수 있도록 해주는 서비스입니다.
핸드폰의 키워드 차단 방식을 사용하는 것도 방법인데요. 핸드폰 메시지 앱의 설정에 들어가면 <스팸 및 차단 번호 관리> 항목이 있습니다. 여기에 '우량주', '투자자' 등 스팸 문자에 자주 등장하지만 일상적으로 주고받는 메시지에 등장하지 않는 단어를 집어넣어 차단시키는 방법입니다. 매우 귀찮지만 스팸문자가 올 때마다 차단과 스팸신고를 함께 해주는 것도 방법입니다. 'T전화', '후후', '후스콜' 같은 스팸차단 앱을 사용하면 스팸문자를 줄일 수 있습니다.
6. 여름철이라 해외여행 계획하실 분들 많을 텐데요. 해외여행에서 개인정보 유출 피해를 당하는 경우도 많다면서요?
- 숙소, 렌터카, 입장권 등 온라인에서 여행상품을 구매하는 일이 많은데요. 온라인 가격비교 사이트도 많이 이용하고요. 개인정보를 입력해야 하는 사이트의 경우에는 보안서버가 설치돼 있지 않다면 개인정보가 유출될 가능성이 있다고 합니다. 내가 이용하는 사이트가 https:로 시작되는 안전한 사이트인지 확인해야 합니다.
여행정보 앱을 다운로드할 때는 모바일 백신을 이용해 악성코드 검사를 해주면 개인정보 유출을 막을 수 있다고 합니다. 음식점, 카페, 숙소 등 휴가지에 있는 공용와이파이 사용에도 주의해야 합니다. 무료와이파이는 보안에 매우 취약하기 때문에 은행업무나 온라인 결제 등 금융거래를 하게 되면 민감 정보가 유출될 수 있습니다. 가능하면 데이터로밍이나 개인 와이파이 서비스를 사용하는 것이 좋습니다.
여행 가방에 붙이는 꼬리표인 '수하물 태그'에 분실에 대비해 이것저것 정보를 써놓도록 돼 있는데요. 이게 개인정보 유출에 악용되는 경우가 있다고 합니다. 최소한의 정보만 적을 수 있도록 주의해야겠습니다.
여름휴가철에는 택배 도착일을 미뤄서 휴가에서 복귀한 다음에 택배가 도착하도록 하는 게 좋습니다. 집 앞에 우편물과 택배가 쌓이면 빈집털이범의 표적이 되는 것은 물론이고요. 택배 송장에 붙어있는 개인정보 유출 우려도 커진다고 합니다. 택배 상자 버릴 때 운송장 스티커는 알아볼 수 없는 방법으로 폐기하는 것도 알아두시고요.
7. 집 앞에 쓰레기를 몰래 버리는 사람을 적발하기 위해 CCTV로 확인해서 찾아도 개인정보보호법 위반이라는데 사실입니까?
- 네 사실입니다. CCTV에 촬영된 내용은 정보주체 본인과 관련된 영상만 확인할 수 있습니다. 우리 동네 골목을 비추는 CCTV카메라가 있다면 그 관리주체에게 내가 나온 부분을 열람하자고 요청할 수 있습니다. 그럴 경우엔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이 등장하는 장면은 누군지 알아볼 수 없도록 모자이크 처리를 하고 난 뒤에야 열람이 가능합니다. 경우에 따라 모자이크 처리에 들어가는 비용을 청구하는 경우도 있다고 합니다. 개인정보보호위원회는 "CCTV 영상 등 타인의 개인정보를 수집해 개인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려는 경우 개인정보보호법 위반으로 형사처벌 대상이 될 수 있으니 유의하라"라고 당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