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체크] 제발 이런 건 알고 타자
1. 오늘은 전동 킥보드와 자전거에 대한 팩트체크를 해볼 텐데요. 전동 킥보드와 관련한 큰 사고 소식이 전해졌어요.
- 지난 16일 전해진 소식인데요. 지난달 8일 경기도 고양시 일산 호수공원에서 60대 남편 A씨와 아내 B씨가 뒤에서 달려온 전동 킥보드에 치여 의식을 잃고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사고 9일 만에 아내 B씨가 숨졌다고 합니다. 남편 A씨는 여전히 치료 중이고요.
부부를 들이받은 전동 킥보드에는 고교생 2명이 타고 있었는데요. 이들은 자전거를 피하려다 사고가 났다고 주장하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학생들은 헬멧도 착용하지 않은 채 2명이 킥보드 한 대에 탔다고 합니다.
2. 정말 어처구니없는 사고인데요. 전동 킥보드와 관련한 사고가 끊이지 않는 것 같습니다. 일단 관련 현황부터 짚어보죠.
- 도로교통공단이 집계한 통계자료를 살펴봤는데요. 전동 킥보드 등 개인형 이동장치 사고 건수는 해마다 꾸준히 늘어났습니다. 2017년 117건이던 사고 건수는 2020년 897건, 2021년 1735건, 2022년 2386건으로 늘어나 6년 만에 20배 이상 늘었습니다. 최근 3년(2020~2022년) 동안 5018건의 사고가 발생해 55명이 숨지고 5570명이 다쳤습니다. 특히 날이 따뜻해져 야외 활동이 늘어나는 봄철에 사고가 급증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가해자 연령별로는 2022년 기준 19세 이하가 1032건으로 가장 많았고요. 전체의 43.2%를 차지했습니다. 그다음으로는 20대가 678건이었고요. 20대 이하가 전체 개인형 이동장치 사고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71.6%를 차지했습니다. 전동 킥보드를 비롯한 개인형 이동장치는 아무래도 젊은이들이 많이 타는 것이기도 하고, 젊은이들이 상대적으로 위험 성향이 높기 때문인 것으로 보입니다.
3. 이번 사고를 통해서 잘못 알려진 전동 킥보드와 관련된 상식을 짚어볼 수 있다고요?
- 네 이번 사고를 통해서 여러 가지 문제점이 노출됐습니다. 첫 번째로 사고 가해자들은 전동 킥보드 탑승 정원을 어겼습니다. 길거리에서 전동 킥보드에 두 명이 타고 다니는 모습 심심찮게 볼 수 있는데요. 때로는 3명이 타는 경우도 보기는 했습니다만. 도로교통법은 전동킥보드의 정원은 1명으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승차정원을 초과해 동승자를 태우고 개인형 이동장치를 운전하는 행위도 범칙금 4만원 부과대상입니다.
안전 장구 착용 의무도 위반했습니다. 도로교통법 50조 4항은 <자전거 등의 운전자는 자전거도로 및 「도로법」에 따른 도로를 운전할 때에는 행정안전부령으로 정하는 인명보호 장구를 착용하여야 하며, 동승자에게도 이를 착용하도록 하여야 한다.>고 정합니다. 여기서 '자전거 등'은 자전거와 개인형 이동장치를 말합니다. 행정안전부령으로 정하는 인명보호 장구란 승차용 안전모, 즉 헬멧을 의미하고요.
개인형 이동장치인 전동 킥보드를 탈 때 헬멧을 착용하지 않으면 범칙금 2만원을 내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4. 일부 언론은 공원에서 전동 킥보드 운행이 불법이라고 보도했는데요. 사실인가요?
- 네 사실입니다. 도시공원 및 녹지 등에 관한 법률과 하위 법령에 따르면 도시공원과 녹지에서 '동력장치를 이용해서 차도 외의 장소에 출입하는 행위'가 금지됩니다. 일산호수공원은 도시공원에 해당되기 때문에 여기서 전동 킥보드를 운행하는 행위는 위법인 것이죠. 과태료 5만원 부과대상입니다. 공원 곳곳에 전동휠/전동킥보드 출입 금지라는 현수막도 붙어있고요.
게다가 이 학생들은 운전면허를 소지하지 않았다고 전해지거든요. 개인형 이동장치에 해당하는 전동 킥보드를 운전하려면 원동기장치자전거를 운전할 수 있는 면허가 필요합니다. 원동기장치자전거 면허는 125cc 이하의 오토바이를 운전할 수 있는 면허입니다. 2종 보통, 1종 보통 등 자동차면허를 취득하면 원동기장치자전거를 따로 취득하지 않아도 전동 킥보드를 운전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 학생들은 아무런 면허가 없었단 말이죠. 면허 없이 전동 킥보드를 운전할 경우에는 10만원의 범칙금이 부과됩니다. 또 13세 미만 어린이가 전동 킥보드를 운전할 경우 부모에게 과태료 10만원이 부과됩니다.
5. 공원 말고도 인도 위에서 전동 킥보드 타는 분들을 많이 볼 수 있는데요. 이건 어떻습니까?
- 워낙 많은 사람이 인도에서 전동 킥보드를 타고 다니기 때문에 아무 문제없을 거라고 생각하는 분들이 많은데요. 이것도 불법입니다. 인도는 사람이 다니라고 만들어 놓은 길입니다. 전동 킥보드는 자전거도로가 따로 있는 곳에서는 자전거도로로 통행해야 합니다. 자전거도로가 없고 보도와 차도가 구분된 도로라면 차도의 가장 오른쪽 차선으로 통행해야 합니다. 자전거도로가 있더라도 안전 표지판 등으로 전동 킥보드 통행을 금지시킨 곳에서는 운행하면 안 됩니다. 전동 킥보드를 타고 인도로 통행하다가 단속되면 범칙금 3만원이 부과됩니다.
6. 전동 킥보드를 타고 차도를 달리기는 무섭고 자전거도로는 따로 없으니까 인도로 다니는 분들이 많을 것 같아요.
- 심정은 이해가 갑니다만 현행법상으로는 명백한 불법입니다. 차도로 다니기 무섭다는 분은 전동 킥보드를 사용하시면 안 됩니다. 인도 통행을 막는 이유는 간단합니다. 이번 사고처럼 전동 킥보드가 보행자와 부딪칠 경우 보행자가 크게 다치기 때문인데요. 같은 이유로 자전거나 오토바이의 인도 통행도 금지하고 있는 것이죠. 보행자 보호가 우선이니까요.
7. 오토바이는 물론 자전거도 인도로 다니면 단속 대상이 된다는 거네요. 그럼 어린이들이 인도에서 자전거 타는 것도 단속 대상인가요?
- 그건 아닙니다. 도로교통법은 자전거 통행 방법의 특례를 정하고 있는데요. 어린이, 노인, 그 밖에 행정안전부령으로 정하는 신체장애인이 자전거를 운전하는 경우에는 인도 통행이 가능합니다. 어른은 안 돼도, 어린이는 된다 이렇게 정리하면 되겠습니다. 인도에서 자전거 타는 어린이를 발견했다고 하더라도 뭐라고 하지 말고 안전하게 탈 수 있도록 도와주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13세 미만 어린이들이 전기자전거를 타는 것은 전동 킥보드와 마찬가지로 부모님이 과태료를 부과받게 돼 있습니다. 자전거 운전자가 횡단보도를 이용해 도로를 횡단할 때는 자전거에서 내려서 자전거를 끌거나 들고 횡단보도를 이용해야 하고요. 자전거는 길 가장자리 구역으로 통행할 수 있는데요. 이 경우 보행자의 통행에 방해가 될 때는 서행하거나 일시정지 해야 합니다. '따르릉따르릉 비켜나세요' 이 노래는 이제 시대에 안 맞게 된 것이죠. 보행자 우선 잘 알아두시면 좋겠습니다. 자전거 탔으니 높이 보이고 씽씽 달리고 싶다고 해서 보행자를 위협해선 안 된다는 뜻이죠.
8. 전동 킥보드 제한 속도를 낮추려는 움직임이 있다고요?
- 정부는 개인형 이동장치 사고 예방을 위해 현행법상 시속 25km인 개인형 이동장치 최고속도를 시속 20km로 제한하는 시범운영 사업을 실시하기로 했습니다. 시범운영은 총 10개 대여업체가 참여하는데, 이달부터 올해 12월 말까지 서울과 부산 등 전국 주요 도시에서 진행하기로 했습니다. 이번 조치는 2022년 삼성교통안전문화연구소가 발표한 운행속도를 시속 25km에서 시속 20km로 늦추면 정지거리는 26%, 충격량은 36% 감소한다는 분석 결과를 반영한 건데요. 최고 속도 하향이 사고 및 인명피해 감소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속도를 줄이는 것만큼이나 중요한 게 보호장구 착용인데요. 한국교통안전공단의 2023년 교통문화지수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개인형 이동장치 이용자의 안전모 착용률은 15%에 불과하고, 주행도로 준수율도 40%에 그쳤습니다. 이에 경찰청을 중심으로 안전모 미착용, 무면허 운전, 주행도로 위반, 2인 이상 탑승 등 주요 안전수칙 위반 행위에 대해 다음 주까지 2주간 계도 홍보기간을 거쳐 8월부터 9월까지 2개월간 집중 단속에 나설 계획입니다. 특히 개인형 이동장치의 주 이용층인 10대와 20대에 대한 교육도 강화하기로 했고요. 2022년부터 최근 2년간 10대와 20대의 사고 발생률은 전체 사고의 절반을 훌쩍 뛰어넘는 69.6%로 나타났다고 합니다.
9. 전동 킥보드, 잘만 이용하면 빠르고 편리하고 값싼 이동 수단이 될 텐데요. 왜 이렇게 천덕꾸러기 신세가 된 걸까요?
-전동 킥보드를 안전하게 이용할 수 있는 도로가 마땅치 않아서입니다. 기존 자동차 중심의 도로 체계는 그대로 두고 개인형 이동장치를 양성화했죠. 그래서 우후죽순 도로에 전동 킥보드가 다니기 시작했고요. 차도로 다니기는 위험하다고 느끼는 이용자들이 인도로 올라오기 시작했죠. 면허 없는 사람들, 안전하게 이용할 수 없는 사람들, 안전 수칙을 무시하는 사람들이 이 서비스를 이용하게 된 것이고요. 안전하게 이용할 수 없는 환경에서 이용이 늘다 보니 사고가 늘어나게 된 거죠. 인도에 널브러져 있는 전동 킥보드 많이 보셨을 겁니다. 업체들은 그냥 깔아놓기만 하고 관리를 제대로 하지 않는 것이죠. 총체적으로 교통안전을 위협하는 위험 덩어리가 된 셈입니다. 일각에선 폐지 목소리도 굉장히 거세게 분출이 되고 있는 상황이거든요. 이 서비스를 제공하는 업체와 이 서비스를 애용하고 있는 이용자들은 전동 킥보드에 쏠리는 불편한 시선을 깨닫고 자정에 나서야 할 것 같습니다. 정부와 지자체, 국회에 보행자와 전동킥보드 이용자 모두가 안전할 수 있는 대책을 만들어 달라고 요구하는 것도 필요해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