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철 위생 동물(?) 팩트체크
1. 오늘은 여름철 맞닥뜨릴 수 있는 동물들, 그중에서도 사람에게 해를 입히는 동물들에 대해 알아볼 텐데요. 먼저 알아볼 주제는 해파리네요.
- 네 해양수산부는 지난 23일 전남과 강원 전체해역으로 노무라입깃해파리 주의단계 특보를 확대 발령했습니다. 이에 따라 노무라입깃해파리 주의단계 특보는 동해와 남해 전역으로 확대됐습니다. 전북, 충남 해안에는 보름달물해파리 주의단계 특보가 내려진 상태라 현재 경기, 인천 해안을 제외하면 우리나라 모든 해안에 해파리 주의단계 특보가 내려진 상태입니다.
주의단계는 100㎡ 당, 그러니까 가로 세로 10m 면적에 노무라입깃해파리 1 개체 이상 발견 될 때 또는 민·관 해파리 모니터링 발견율이 20%를 초과해 어업피해가 우려될 때 발령됩니다.
2. 노무라입깃해파리와 보름달물해파리. 이름도 어렵습니다만, 어떤 피해를 주는 것이죠?
- 노무라입깃해파리가 한꺼번에 많이 발생하면 고기잡이 그물에 대량으로 섞여 들면서 그물이 찢어지는 일이 발생합니다. 또 애써 잡은 물고기의 상품성이 떨어지는 피해가 발생하고요. 촉수에 미세한 일종의 독침을 가지고 있어 접촉 시 어민과 해수욕객에 쇼크, 피부 손상, 통증 등의 피해를 주고 있습니다.
보름달물해파리는 우리나라 전역에서 가장 흔하게 볼 수 있는 해파리 종인데요. 독성은 약하지만 역시 쏘임 피해와 어구파손 등 조업활동에 지장을 초래한다고 합니다.
3. 그런데 이 해파리와 관련해 잘못 알려진 상식이 있다면서요?
- 네 해파리에 쏘였을 때 소변을 바르면 낫는다고 알려져 있는데요. 국내에서도 인기를 끌었던 미국 시트콤 프렌즈에서 해파리에 쏘인 곳에 소변을 묻혔다는 내용이 등장했습니다. 생존 체험으로 유명한 모험가 베어그릴스가 방송 프로그램에서 해파리에 쏘인 곳에 다른 출연자의 소변을 묻히는 장면도 방영됐습니다.
그런데 실제로 해파리에 쏘인 곳에 소변을 묻히는 것은 아무런 효과가 없다고 합니다. 국립수산과학원은 해파리 접촉 피해 응급조치법을 안내하고 있는데요. 쏘인 즉시 물 밖으로 나와야 하고요. 호흡곤란, 의식불명, 전신통증 등의 증상을 보일 경우 즉시 의료진의 도움을 요청하고요. 필요하면 심폐소생술을 적극적으로 실시합니다. 증상이 약한 경우에는 쏘인 부위에 남아있는 촉수는 바닷물 또는 생리식염수를 이용해 신속히 제거하고, 충분히 세척합니다. 통증이 남아있는 경우에는 45도 정도 온찜질을 통해 통증을 완화할 수 있다고 합니다.
해파리 쏘임 방지를 위해선 물에 들어갈 때 피부 노출을 최소화하는 것이 좋고요. 요즘에는 래시가드 같은 수영용 긴팔, 긴바지가 많이 나와 있으니까 이용하면 좋겠고요. 해파리에 쏘인 상처는 반드시 바닷물이나 생리식염수로 씻어내야 합니다. 수돗물을 이용하면 해파리 촉수에 남아있는 자포가 터지면서 더 많은 독이 체내로 들어올 수 있다고 합니다. 식초를 이용해서 씻으라는 이야기도 찾아볼 수 있는데요. 일부 종에는 해당되는 이야기지만 다른 대부분의 해파리 종에선 오히려 자포를 자극해 상태를 더 악화시킬 수 있다고 하니까 따라 하면 안 됩니다. 해수욕장에 설치된 바다시청 같은 곳에 찾아가면 대기하고 있는 의무진의 응급처치를 받을 수 있습니다.
4. 여름철 우리를 괴롭히는 것 중에 빼놓을 수 없는 게 또 있죠. 바로 모기인데요. 이 모기가 옮기는 질병이 있죠. 바로 말라리아인데요. 이 말라리아에 관해 잘못 알려진 사실도 있다면서요?
- 네 오픈 백과사전 위키피디아에서 말라리아를 검색하면요. 정의가 이렇게 돼 있습니다. <말라리아(Malaria) 또는 학질은 학질모기가 옮기는 감염병으로, 매년 2억에서 3억 명의 사람이 감염되고 수백만 명이 사망하는 질병이다. 주로 열대 지방에서 발병한다.> 이렇게 말이죠. 그런데 올해 우리나라 질병청은 국내 시군구 53곳을 말라리아 위험지역으로 지정했습니다. 서울 강동구, 강북구, 강서구, 광진구, 구로구, 노원구, 도봉구, 마포구, 성북구, 양천구, 은평구, 종로구, 중랑구 등 13곳, 인천 강화군, 계양구, 남동구, 동구, 미추홀구, 부평구, 서구, 연수구, 옹진군, 중구 등 10곳, 경기도 가평군, 고양시 덕양구, 고양시 일산동구, 고양시 일산서구, 광명시, 광주시, 구리시, 김포시, 남양주시, 동두천시, 부천시, 시흥시, 안산시 단원구, 안산시 상록구, 양주시, 양평군, 연천군, 의정부시, 파주시, 포천시, 화성시, 하남시 등 22곳, 강원도 고성군, 양구군, 인제군, 속초시, 철원군, 춘천시, 홍천군, 화천군 등 8곳입니다.
강화군, 파주시, 철원군은 하루 평균 모기 지수가 0.5를 넘어 말라리아 주의보가 발령되기도 했습니다.
5. 우리나라에서 말라리아에 걸리는 사람이 실제로 많이 있습니까?
- 올해 신고된 말라리아 환자는 모두 329명인데요. 경기도 177명, 서울 65명, 인천 50명 순으로 많습니다. 서울 자치구 중에 말라리아 환자가 나오지 않은 곳은 광진구, 도봉구, 송파구뿐입니다. 말라리아 환자 발생 수는 강서구가 13명으로 가장 많고요. 대체로 서울 서부에서 환자가 많이 발생했습니다.
역사적으로 보면 한반도에서 말라리아는 학질이라는 명칭이 따로 있을 정도로 토착병이었습니다. 일제강점기와 2차 세계대전을 거치며 증감을 거듭했는데요. 한국전쟁 기간 동안 발병이 크게 늘었다고 합니다. 이후 우리나라는 1963년 말라리아를 법정감염병으로 지정한 뒤 꾸준한 노력으로 1979년 말라리아 퇴치를 선언합니다. 그러다가 1993년 휴전선 접경 지역 인근에서 환자들이 다시 발생하기 시작했습니다. 1970년 1만 5926명이던 말라리아 환자는 1979년 0명을 기록했다가 2000년 4183명으로 다시 늘었습니다. 이후 2010년 1772명, 2018년 576명까지 내려왔습니다. 2021년에는 294명까지 줄었고요. 그런데 2022년 420명, 2023년엔 747명으로 늘었고, 올해는 어제까지 352명 발생한 거죠.
6. 말라리아는 후진국형 질병이라고 여겼는데 우리나라에서도 여전히 많은 환자가 발생하고 있네요. 질병청에서 퇴치 계획을 발표했다고요?
- 당초 계획은 2020년 10만 명당 국내발병 환자수 0.1명으로 퇴치 수준에 진입해 2021년부터 3년 연속 0건을 유지한 뒤 2024년 WHO로부터 말라리아 퇴치 인증을 받는 게 목표였습니다.
이 목표는 실패했고요. 실패 원인은 코로나19가 지목됐습니다. 질병청과 일선 보건소 등 국내 모든 방역 자원이 코로나19 극복에 동원되다 보니 말라리아에 대응할 여력이 없었다는 이야기죠.
질병청은 2030년 국내 말라리아 퇴치로 목표를 수정했습니다. 말라리아를 퇴치하려면 말라리아 원충을 보유하고 있는 모기를 없애야 하는데요. 우리나라는 북한과 맞닿아 있는 특수상황이잖아요. 휴전선 이남 지역에서 아무리 모기 방제를 잘해도 모기가 철조망에 막히는 게 아니라서 완전 근절은 어려울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위험지역에서 근무하는 군인들에게 예방약을 복용하게 하고, 맞춤형 방제를 실시해서 말라리아모기를 줄이면 질병 발생을 크게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됩니다.
7. 당국의 노력도 중요하겠지만, 개별 시민들도 말라리아 예방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이 있을 것 같은데요.
- 네 말라리아 예방을 위해선 모기에 물리지 않도록 하는 게 최선입니다. 해 질 녘부터 새벽시간까지는 야외 활동을 자제하는 게 좋고요. 야외활동 후 반드시 샤워를 합니다. 밝은 색의 긴 옷을 착용하는 게 모기에 물릴 확률을 낮출 수 있고요. 기피제와 살충제를 사용해 모기를 쫓고 잡습니다. 웅덩이나 폐타이어 등 고인 물을 없애 모기가 알을 낳을 곳을 미리 없애는 것도 좋은 방법이고요. 방충망을 정비해서 모기가 들어올 틈을 막는 것도 중요합니다. 말라리아 매개모기인 얼룩날개모기는 전체적으로 검은색의 중형(中形) 모기로 날개에 흑·백색의 반점 무늬가 있습니다. 휴식 시 복부를 40∼50°의 각도로 들고 있고, 촉수가 주둥이만큼 긴 것이 특징이라고 합니다.
8. 장마가 끝나고 무더위가 찾아오면 말벌 사고도 늘어나는데요. 이 말벌에 대해 잘못 알려진 사실도 있다고요?
- 우리나라는 세계적으로도 말벌 피해가 심각한 나라입니다. 인구밀집 지역에 개체수가 급속히 늘고 있으며 여기에 외래종인 등검은말벌도 가세했는데요. 지난해 소방청 구조출동은 65만 3165건이었습니다. 이 가운데 벌 또는 벌집제거는 12만 4280건(19%)을 차지해 가장 많은 출동을 기록했습니다. 10만 9494건을 기록한 화재 출동보다 1만 4000여 건이 더 많았습니다. 벌 쏘임 사고는 한 해 평균 5000건 이상 발생하고 있고요. 사망자도 매년 10명 안팎으로 나오고 있습니다.
게다가 말벌이 양봉 농가에 끼치는 피해도 막대한데요. 외래종인 검은등말벌이 양봉가에 미치는 피해가 연간 1500억 원 정도에 이른다는 집계도 나와있을 정도입니다. 말벌 한 마리가 꿀벌 벌통에 침입하면 벌통 하나를 전멸시키는 무시무시한 위력을 발휘하죠. 기후변화와 맞물려 폭염이 빈번해지면서 도시지역에서 발견되는 말벌도 늘어나는 실정입니다.
덩치도 크고 소리도 크고 무시무시한 벌 쏘임 사고 소식도 들려오니까 사람들은 말벌을 무서워하게 되고,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괴물처럼 인식하게 되는데요. 왕바다리, 등검은말벌 등 도시 말벌류의 먹이를 분석한 결과 뜻밖에도 파리의 비중이 큰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등검은말벌의 먹이 가운데 벌 종류는 45.8%였고 파리 종류는 44.3%를 차지했습니다. 특히 도심에서 파리의 비중이 큰 걸로 나타났는데요.
말벌은 다른 벌뿐 아니라 메뚜기, 파리, 딱정벌레 등을 모두 잡아먹고 죽은 동물의 근육을 떼어가는 등 청소 기능을 합니다. 무엇보다 나방 애벌레를 사냥해 산림해충의 대발생을 막아주기도 하고요. 전문가들은 말벌은 엄청난 양의 애벌레를 잡아먹어 해충의 폭발적 증가를 일차적으로 막아주는 구실을 하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무턱대고 말벌을 박멸하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라는 뜻이죠.
해파리도 모기도 말벌도 각자 생태계에서 역할이 있고 자연의 섭리를 따르며 살아갑니다. 인간이 그들의 영역에 들어가다가 사고가 발생하는 거라고도 볼 수 있죠. 사람이 다친다고 다른 모든 생물을 없애려 하는 것은 바보 같은 일일지도 모릅니다. 다 없앨 수도 없고요. 우리가 그들의 한켠을 빌려서 살아가는 것만큼 그들에게도 어느 한켠은 허용해야 하는 일인지도 모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