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체크] 양구에 댐 지어 용인 반도체 물 대고, 토건업체 배불리나??
1. 정부가 댐 건설 후보지 14곳을 발표했습니다. 한동안 댐 건설 소식이 없었는데요. 먼저 어떤 내용인지 짚어보죠.
- 환경부는 지난 30일 정부서울청사에서 댐 건설 계획을 발표했습니다. 전국 14곳에 다목적댐 3곳, 홍수조절댐 7곳, 용수전용댐 4곳을 짓는 계획입니다. 환경부는 "기후 위기로 인한 극한홍수와 가뭄으로부터 국민의 생명을 지키고, 국가 전략산업의 미래 용수 수요 등을 뒷받침하기 위한 기후대응댐 후보지(안)를 발표한다"라고 밝혔습니다.
다목적댐은 한강 수계의 경기도 연천 아미천댐, 강원도 양구 수입천댐, 금강 수계의 충남 청양 지천댐 이렇게 3곳이고요. 용수 전용댐은 강원 삼척, 충북 단양, 경북 청도, 전남 화순에 짓기로 했습니다. 홍수조절댐은 경북 김천, 예천, 경남 거제, 의령, 울산 울주, 전남 순천, 강진 이렇게 7곳에 짓기로 했습니다.
환경부는 문재인 정부 시절이었던 2018년 9월 국가주도의 대규모 댐 건설은 중단하겠다고 선언했습니다. 그런데 이번 발표로 인해 이런 기조가 송두리째 바뀐 셈이죠.
2. 지역 반응은 어떻습니까?
- 강원 양구, 충북 단양 등 이미 댐 건설로 인해 피해를 본 경험이 있는 지자체는 반대 입장을 밝혔습니다. 양구군은 <양구 방산면 다목적댐 건설 강력 반대>라는 제목의 보도자료를 배포했습니다. 단양군수도 출입기자간담회를 통해 "군에서 신청한 적도 없는데 후보지로 정해진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밝혔습니다.
전남 화순군도 이미 동복댐과 주암댐이 있어 주민들이 환경 규제 등으로 재산권 행사에 불편을 겪고 있다는 이유와 신청도 하지 않고 사전 협의도 없었는데 댐 건설 후보지역으로 발표됐다고 반발합니다.
충남 청양은 주민 사이에 찬반이 나뉘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수몰예정지역 주민과 고추 생산 농가는 댐 건설 이후 안개로 인해 생산량이 줄어들 것이라는 이유로 반대하고, 지천 범람 우려가 있는 지역에 거주하는 주민은 댐 건설에 찬성하는 상황입니다. 경상남도와 경기도 연천군, 울산광역시, 강원도 삼척시, 전남 강진군, 순천시는 찬성 입장을 밝힌 걸로 전해졌습니다.
3. 댐을 지으면 홍수를 막을 수 있는 겁니까?
- 우리나라는 국토의 70%가 산지이기 때문에 댐은 주로 산속 계곡을 막는 방식으로 짓게 됩니다. 하천 상류에 큰 비가 내리면 하류 쪽으로 한꺼번에 물이 몰려들면서 바다로 빠지지 못하고 범람을 하게 되는데요. 이걸 막기 위해 하천에 둑을 쌓아놨습니다. 그런데 물이 둑 안쪽으로 빠질 수 있는 한계를 넘어 한꺼번에 대량으로 몰려들면 둑이 붕괴되거나 넘치게 되죠. 그러면 침수가 발생하는 겁니다. 상류지역에 큰 댐을 지으면 하류 쪽으로 한꺼번에 물을 쏟아내지 않고 물을 가둬놨다가 조금씩 내려보낼 수 있으니 하류 쪽이 범람하지 않게 되는 것이죠.
그런데 최근에는 기후변화로 인해 좁은 지역에 단시간 집중적으로 큰 비가 쏟아지는 일이 잦아지고 있는데요. 댐 하류 쪽에 이런 집중호우가 쏟아지면 댐은 아무런 효과를 거두지 못하게 되는 거죠. 실제로 2022년 발생한 서울 동작구 도림천 반지하 침수 사망사고나 강남역 물바다 같은 사례에선 댐의 존재 여부와는 무관하게 피해가 발생할 수밖에 없는 겁니다.
국지성 호우가 갈수록 늘어나고 100년 빈도 200년 빈도 이런 말이 무색해지는 집중 호우가 잦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상류지역에 댐을 지어서 홍수를 방어한다는 개념은 시대에 뒤처지는 것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습니다.
4. 그럼 댐을 지어서 가뭄을 막을 수는 있는 건가요?
- 환경부는 보도자료를 통해 "홍수뿐만 아니라 극한 가뭄과 장래 신규 물 수요를 감당하기에 현재의 물그릇만으로는 부족하다"라고 밝힙니다. 수도권 용수 공급의 주요 원천인 소양강댐과 충주댐은 용량의 94%를 이미 사용하고 있어, 극한 가뭄이 발생하면 정상적인 생활용수 공급이 어려운 상황이라는 게 환경부의 주장입니다. 또 국가 전략산업 지원에 필요한 미래 물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서도 새로운 물그릇 확대가 필요하다는 입장입니다.
그런데 이번 계획에서 규모가 가장 큰 다목적댐인 수입천댐 예정지는 양구군은 강하게 반발하고 있습니다. 양구군은 보도자료를 통해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는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의 용수 공급을 위한 다목적댐 건설이라면 농업용수가 부족해질 수 있고, 이에 따른 농민들의 큰 타격이 우려된다"라고 반발했습니다. 타 지역에 들어설 공단에서 사용할 물을 대기 위해 댐을 짓고 정작 해당 지역에는 물이 모자라는 사태가 빚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겁니다.
양구군은 이미 소양강댐이 들어선 영향으로 육지 속의 고립된 섬 같은 처지거든요. 양구군은 또 다른 댐이 들어서면 경제 침체와 인구소멸이 가속화될 것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수도권에 들어서는 공장을 위해 비수도권이 희생하라는 논리라고 볼 수 있는 것이고, 이게 타당하냐는 반론은 당연히 나올 수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5. 댐이 들어서면 도대체 뭐가 어떻게 되길래 찬성과 반대가 엇갈리는 건가요?
- 네 일단 댐을 지으면 반드시 물에 잠기는 지역이 생깁니다. 수몰 예정 지역 주민 입장에선 하루아침에 내가 살던 고장, 대대로 살아왔던 마을이 물에 잠겨 사라지게 되는 것이죠. 이게 가장 직접적인 영향이고요. 물에 잠기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수몰지역 인근은 길이 끊기게 되면서 굉장히 교통이 불편해집니다.
댐이 생겨서 물을 가둬놓게 되면 미세 기후가 달라집니다. 습도가 높아지고 안개 발생이 잦아지죠. 안개가 잦으면 일조량이 줄어들고요. 기온도 일정 부분 낮아지죠. 이렇게 기후가 달라지면 기존에 짓던 작물 생산량에 영향을 받게 되죠. 작물병충해도 늘어나고요. 기상변화로 인해 신경통 호흡기 질환 등 각종 질병 발생에 악영향을 줍니다.
또 댐 건설 관련 보상 절차가 진행되면 소유재산 및 수몰지역 편입 여부에 따라 마을 내외부의 다양한 갈등이 커지고 결국 마을 공동체가 붕괴되는 현상이 발생하기도 합니다.
그런데 댐을 짓는 게 하류 지역의 물이용, 홍수방어 등에 초점이 맞춰지기 때문에 하류 쪽에서는 댐 건설에 찬성하는 사례가 많았습니다. 상하류 지역 간에도 갈등이 발생할 여지가 많죠.
사람들은 말이라도 하지만 말도 못 하는 동식물은 고스란히 서식지를 빼앗기게 되는 것이죠. 수입천 같은 경우는 비무장지대와 민통선 지역에 다양한 멸종위기종이 서식하는데요. 댐을 짓게 되면 환경이 크게 바뀌면서 멸종위기종이 사라질 가능성이 큽니다.
6. 다른 나라들도 기후위기에 대응해야 하는 과제를 똑같이 갖고 있을 텐데요. 세계적인 댐 건설 추세는 어떻습니까?
- 댐이 이렇게 많은 갈등을 유발하기 때문에 선진국에서는 대규모 댐을 새로 건설하는 사례를 거의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미국은 1965년부터 2020년까지 668개의 댐을 해체하는데 2조 원 넘는 예산을 투입했습니다. 2030년까지 최소 4000개에서 많게는 3만 2000개의 댐이 해체될 전망이라는 연구도 나와있습니다. 미국이 댐을 해체하는 이유는 물고기가 이동할 수 있도록 하는 하천 생태 복원 목적이 가장 컸고, 댐 노후화로 인한 안전 문제가 다음으로 큰 이유였으며, 유지 관리 비용 등 경제성 문제도 부각된다고 합니다. 낡은 댐을 해체하는 게 유망한 비즈니스로 부각되고 있다는 언론 보도도 나와 있습니다.
다만, 미국 캘리포니아 주 북부 새크라멘토 지역에는 만성적인 물부족을 해결하기 위해 댐을 지어 거대한 저수지를 만드는 프로젝트가 진행되고 있기는 합니다.
옆 나라 일본도 1997년 댐 건설정책 변화로 인해 신규댐 건설이 중지되고 있는데, 2020년 큰 홍수를 겪고 난 이후 일부 댐의 건설이 재개된 상태라고 합니다.
7. 이번 환경부가 발표한 댐 건설 계획이 법절차를 지키지 않았다는 이야기도 있던데요.
- 허재영 전 국가물관리위원장은 언론 인터뷰에서 ‘댐 14개 계획은 우리나라 최상위 물관리 계획인 국가물관리기본계획의 범위 내에서 수립되었어야 하는데 그렇지 않았다'라고 비판했습니다. 구체적으로, "국가물관리기본계획은 2030년 최대 가뭄 기준 물 부족량을 연간 6백6십만 톤 정도로 제시하고 있는데, 14개 댐으로 확보하겠다는 수자원은 무려 2.5억 톤으로 42배나 된다"라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국가물관리기본계획은 정밀한 지역별 물 수지 분석을 통해 확립된 것인데 이것과 맞지 않는 수자원을 확보하겠다는 것은 논리상 타당하지도 않고 물관리기본법을 위반하는 행위”라고 비판했습니다. 그는 “국가물관리기본계획의 범위를 벗어나는 새로운 정책을 수립하기 위해서는 공론화 과정을 거쳐서 정책 타당성을 검토한 뒤 2026년에 있을 국가물관리기본계획 수정 계획에 반영하기 위해 국가물관리위원회에 심의·의결을 요청하여야 한다"라고 말했습니다.
8. 환경부가 댐 건설 계획을 발표했다고 해도 당장 건설에 착수할 수 있는 것은 아닌 것 같은데, 어떻습니까?
- 환경부는 앞으로 8월부터 지역 설명회, 공청회 등을 통해 주민분들의 궁금한 점과 우려사항에 대해 적극 설명하고 소통해 나가는 한편, 관계기관과도 충분한 협의 과정을 거칠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협의가 마무리되면 기후대응댐 후보지(안)는 수자원의 조사·계획 및 관리에 관한 법률에 따라 하천유역수자원관리계획에 댐 후보지를 반영하고, 이와 함께 댐별로 기본구상, 타당성 조사, 기본계획 수립 등의 후속 절차가 진행되며, 그 과정에서 댐의 위치, 규모, 용도 등이 확정될 계획이라고 합니다.
환경부가 댐 건설 계획을 세우는 과정에서 사용했던 근거 자료와 계산 방법 등이 투명하게 공개되고 검증되는 절차를 거쳐야 될 걸로 보이고요. 치열한 대화와 토론이 펼쳐져 합리적인 결론이 나기를 기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