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전환 선수? 클라이밍 섭식장애?
1. 2024 파리올림픽이 막바지를 향해 치닫고 있는데요. 이번 올림픽에선 굉장한 논란이 되고 있는 이슈가 여럿 눈에 띕니다. 오늘은 2024 파리올림픽에서 벌어진 논란에 대해 짚어보겠습니다. 첫 번째는 복싱에서 벌어진 성별 논란입니다. 먼저 내용을 좀 알아보죠.
- 내일 열리는 여자 복싱 66kg급 결승에 진출해 있는 알제리의 이마네 켈리프 선수와 모레 열리는 여자 복싱 57kg급 결승에 진출한 대만의 린유팅 선수에 대한 논란이 일었습니다. 러시아가 중심이 된 국제복싱연합(IBA)은 지난해 3월 두 선수가 성별검사를 통과하지 못해 여자 경기 자격 기준과 일치하지 않는다면서 실격처리를 했습니다. 그리고 IOC에 이를 통보했습니다. 이후 IBA는 규정을 개정해 남자 경기는 XY성염색체를 보유한 사람끼리, 여자 경기는 XX 성염색체를 보유한 사람끼리 겨루도록 했습니다.
그러나 IOC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두 선수의 올림픽 출전을 허가했는데요. 켈리프 선수는 지난 1일 이탈리아의 안젤라 카리니 선수에게 46초 만에 기권승을 따냈습니다. 당시 카리니 선수는 경기 후 악수를 거부하고 기자회견에서도 상대선수의 성별에 대한 의구심을 품고 있다는 걸 암시하는 발언을 하기도 해 논란에 기름을 끼얹었습니다.
카리니 선수는 "코가 너무 아파 경기를 계속할 수 없었다"면서 "남자 선수들과도 자주 경기를 하는데 오늘 펀치는 너무 아팠다. 오늘 경기가 내 인생에서 중요한 경기가 될 수도 있었지만 나는 내 인생을 지켜야만 했다"라고 말했습니다.
2. 여기까지만 보면 상대 선수가 남자였고 불공정한 경기였다는 뉘앙스가 느껴지는데요.
- 네 그러나 논란이 커지자 카리니 선수는 나중에 언론 인터뷰에선 "이 모든 논란은 나를 슬프게 한다. 상대 선수에게 미안하다"며 켈리프에게 사과의 뜻을 전했습니다.
이어 "(악수 거부는) 의도한 바가 아니다. 올림픽이 연기 속으로 사라져서 화가 났던 것"이라며 "켈리프를 다시 만난다면 꼭 껴안을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그러면서 "국제올림픽위원회(IOC)가 그가 경쟁할 수 있다고 밝혔다면, 그 결정을 존중한다"라고 말했습니다.
IOC는 IBA의 검사가 합법적이지 않다고 비판했습니다. 토마스 바흐 IOC 위원장은 "우리에게는 여성으로 태어나고, 여성으로 자랐고, 여성으로서의 여권을 가지고 있고, 여성으로서 수년간 경쟁해 온 두 명의 권투 선수가 있습니다"라며 "어떤 사람들은 누가 여성인지에 대한 정의를 소유하고 싶어 한다"라고 비판했습니다.
IIBA 러시아 회장 우마르 크렘레프는 DNA 검사 결과 두 선수가 XY 염색체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이것이 세계 선수권 대회에서 실격된 이유라고 주장했습니다. IBA는 또한 켈리프의 체내에서 높은 수준의 남성호르몬이죠, 테스토스테론을 언급했습니다. 그러나 검사 결과는 공개되지 않았고 켈리프는 자신의 생물학적 마커를 공개한 적이 없기 때문에 IBA 측의 주장을 신뢰하기엔 근거가 빈약합니다.
3. 국내 보도에선 이마네 켈리프가 성전환자라는 보도가 많았는데요. 사실입니까?
- 여태까지 공개된 자료로만 놓고 보면 이마네 켈리프가 성전환자라는 증거는 없습니다. 오히려 알제리는 성전환 수술을 불법으로 규정하고 있는 점과, 이마네 켈리프의 출생 관련 기록, 어릴 적 사진, 여자답지 못하다며 괴롭히는 남자아이들의 주먹을 피하면서 권투 재능을 발견했다는 일화, 여자가 운동하는 걸 반대하는 아버지의 반대를 이겨낸 사연, 여권 기록, 선수 데뷔 때부터 지금까지 쭉 여자로 활동하고 있다는 점 등에 비춰보면 이마네 켈리프는 여자로 보는 게 더 타당해 보입니다.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국제 스포츠계에서 축출당한 러시아가 IOC의 평판에 흠집을 내려는 여러 가지 시도를 하고 있는데 그중 하나라는 게 서방의 입장입니다.
그런데 우리나라 다수 언론들은 별다른 근거 없이 이마네 켈리프를 '성 전환자'로 보도하고 있는 것이죠. 조금만 더 취재해 보고 확인해 보면 쉽게 알 수 있는 건데도. 확인을 게을리한 겁니다.
4. 다음 주제로 넘어가 보죠. 여성 운동선수에 대한 성차별적 시선도 굉장히 오래된 논란거리인데요. 이번 올림픽에도 역시 이 문제가 부각됐어요.
- 그렇습니다. 여성 운동선수의 유니폼이 불필요하게 노출이 심한 형태로 디자인되는 경우가 왕왕 있습니다. 과거 우리나라 여자배구도 그랬고요. 최근 논란이 됐던 종목은 비치발리볼입니다. 에펠탑을 배경으로 경기장을 만들어 굉장한 호평을 받았는데요. 남자부 경기에서는 헐렁한 민소매 상의와 트렁크 차림으로 경기에 나서는 선수들이 많은데요. 여자부 경기에는 비키니 수영복을 입은 선수들이 대부분이란 말이죠. 이게 여성을 상품화한다는 비판이 굉장히 많았었는데요. 국제배구연맹은 2012년 런던올림픽부터 복장을 선택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노출을 율법으로 금지하는 이슬람 국가 출신 선수를 위해선데요. 이후에도 이런 종교적 이유를 제외하고는 비키니 수영복을 착용하는 선수가 대부분이었습니다. 경기 중에 모래밭에서 뒹굴게 되는데 소매가 있는 긴 옷을 입으면 모래가 끼어 불편하다는 이유가 많았습니다. 그리고 뙤약볕 아래서 경기하는데 긴 옷을 입으면 덥다는 것도 이유였고요. 그럼에도 체코 선수들은 이번 파리올림픽에서 레깅스 긴바지를 입고 출전했습니다.
5. 중계 화면에서도 성차별적 요소가 많이 존재했다면서요?
이번 파리올림픽을 앞두고 공식 올림픽 방송사가 촬영 스태프들에게 여성 선수를 남성 선수와 같은 방식으로 촬영하라는 지침을 내렸다는 소식이 전해지기도 했습니다. 올림픽 중계방송의 표준화면을 촬영해 송출하는 올림픽방송서비스(OBS)의 야니스 엑사르코스 CEO는 “안타깝게도 일부 경기에서 카메라 촬영진이 남성 선수와 여성 선수를 다른 방식으로 화면에 담아 여전히 여성 선수들을 향한 고정관념과 성차별이 남아있다는 걸 느낄 수 있다”라고 지적했습니다. 카메라가 유독 여성 선수를 클로즈업한 장면을 자주 보여주는데, 이런 경향의 바탕에는 ‘무의식적 편견’이 깔려있다는 겁니다. 그는 이어 “여자 선수들이 (다른 사람보다) 좀 더 매력적이거나 섹시해서 올림픽에 와있는 것이 아니다”며 “그들은 엘리트 운동선수로서 그 자리에 있는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6. 도쿄올림픽에 이어 이번 파리올림픽에 정식 종목으로 채택된 스포츠클라이밍이 눈길을 끄는데요. 이 종목과 관련된 논란이 불거졌다면서요?
- 네 스포츠클라이밍은 인공암벽에 설치한 홀드라고 부르는 손잡이를 이용해 목표에 도달하는 종목입니다. 빨리 높이 올라가야 하는 종목 특성상 몸이 가벼워야 유리한 측면이 있죠. 그래서 많은 선수들이 체중을 줄이기 위해 음식 섭취를 극단적으로 줄이는 일이 횡행하고 있다고 합니다. 많은 선수들이 섭식 장애에 시달리고 있다고 하고요. 미국의 AP통신은 이 종목 초대 올림픽 금메달리스트인 얀자 가른브렛의 이야기를 전했습니다. 가른브렛은 작년부터 SNS를 통해 스포츠클라이밍 선수들의 섭식장애에 대해 목소리를 내왔다고 합니다. 모두들 알고 있지만 입 밖으로 꺼내지 않으려고 하는 이야기였다고요. 가른브렛의 폭로 이후 국제스포츠클라이밍연맹(IFSC)은 2024 파리 올림픽부터 올림픽 최초로 대회 전 섭식 장애 등 건강 문제를 검사하고 있습니다.
많은 스포츠클라이밍 선수가 '운동선수의 상대적 에너지 결핍증'(RED-S)을 앓고 있다고 합니다. 이 질환은 활동량이 많은 운동선수가 충분한 칼로리를 섭취하지 않았을 때 에너지가 부족해 발생하는 질환인데요. 뼈 건강, 면역 체계, 생리 주기, 심혈관 건강, 정신 건강 등에 영향을 미친다고 합니다.
성적을 내는 것도 좋지만, 사람이 건강하지 않은 상태가 되는 것이 과연 권장할 만한 것인가? 특히 건강하자고 하는 운동에서 이런 상태가 용납되어도 되는 것인가 하는 근본적인 의문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7. 양궁 3관왕이죠. 임시현 선수의 인터뷰가 논란이 됐어요.
- 네 SBS가 운영하는 유튜브채널 ‘스브스스포츠'에 지난달 27일 임시현 선수를 인터뷰한 동영상을 공개했는데요. 취재진은 먼저 “턱에 활 자국이 있더라”라고 물었습니다. 취재진이 언급한 활자국은 양궁 활시위와 턱의 마찰로 생긴 겁니다.
이에 임 선수는 “이제 뭐 그냥 무뎌졌다. 이미 착색이 됐다”라고 덤덤하게 답했다. 이에 취재진은 “시술할 생각이 없냐”라고 되물었고, 임 선수는 “은퇴하고 해야 할 것 같다”라고 답했습니다.
레슬링 또는 유도 등 격투기 종목 선수의 만두귀, 이개혈종이라고 하는데요. 이걸 보면서 시술하지 않을 거예요라고 묻는 취재진은 없겠죠. 운동선수의 성별에 따라 영광의 상처를 대하는 취재진의 방식이 다르다는 걸 새삼 느끼게 하고, 아직도 갈 길이 멀었다는 생각이 들게 하는 인터뷰였습니다.
8. 이번 파리올림픽은 센강에서 개최된 개회식으로 시작했는데요. 이 센강도 수질 논란이 빚어지고 있어요.
-지난 7일 파리올림픽 조직위원회는 센강의 수질 악화를 이유로 마라톤수영 종목의 훈련 일정을 취소했습니다. 올림픽 개막 이후 수질 악화로 인한 다섯 번째 훈련 취소였는데요. 벨기에 트라이애슬론 혼성팀은 기권을 하기도 했습니다. 트라이애슬론 남자부 은메달을 딴 뉴질랜드의 헤이든 와일드는 뉴질랜드 매체에 "경기 48시간 후 팀 내에 약간의 질병이 있었다"며 자신 역시 대장균 감염 증상을 겪었다고 털어놨습니다.
센강에서 수영하는 선수들이 수영을 마친 뒤에 콜라를 마신다는 소식도 전해졌는데요. 경기 중 체내로 들어온 오염물질을 씻어낼 수 있다고 믿는다네요. 시원하고 달콤하고 상쾌한 콜라를 마셔서 기분 전환은 되겠지만 오염물질 제거는 전혀 근거가 없는 이야기입니다. 우리 위장에 들어있는 위산이 콜라보다 더 강한 산성을 띄고 있기 때문이죠. 센강 오염이 빚어낸 웃픈 도시전설이라고 봐도 무방할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