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선정수 Aug 16. 2024

텀블러가 1회용컵보다 탄소배출량 많다고?

[팩트체크] 집에 모셔놓은 텀블러와 에코백은 환경에 독이 된다!!

1. 매일 같이 하는 일이지만 할 때마다 알쏭달쏭하고, 때로는 복잡하고 어렵다는 생각이 드는 일이 있습니다. 잘 버리면 자원이 되고 섞어서 버리면 지구를 오염시킨다고 하죠. 자원순환입니다. 그런데 이 자원순환에 관해 잘못 알려진 사실들이 많다고 합니다. 먼저 알아볼 주제는 텀블러와 1회용 컵인데요. 어떤 내용이죠?

- 네 사단법인 기후변화행동연구소는 최근 <내 모든 것의 탄소발자국> 자료집을 업데이트했습니다. 일상생활에서 우리가 많이 사용하는 물건의 탄소발자국을 비교해 보는 프로젝트인데요. 탄소발자국이란 제품의 제조 전, 제조, 운송, 사용, 폐기 등 전 과정에 걸쳐서 배출되는 탄소의 양을 말합니다. 탄소배출은 온실효과를 일으켜 기후위기의 주범으로 꼽히죠.

그런데 이 자료는 제조 전과 폐기 단계 위주로 탄소 발자국을 계산했습니다. 그렇지만 여태까지 우리가 실제로 사용할 수 있는 탄소발자국 정보가 극히 제한적이었다는 점에 비춰보면 굉장히 의미 있는 자료입니다. 이 자료에 따르면 스테인리스 재질의 텀블러가 일회용컵보다 10배나 많이 탄소를 배출한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제품 1개를 제조하고 사용하고 폐기하는 과정에서 배출되는 탄소량은 텀블러가 709.4g 일회용 플라스틱컵은 45.8g으로 나타났습니다.


2. 그렇다면 여태까지 우리가 알고 있었던 것과는 다른데요. 탄소 배출을 줄이기 위해 일회용컵 대신 텀블러 등 개인컵을 사용하자고 해왔잖아요. 실제로 실천하고 계신 분도 많고요.

- 네 저도 텀블러를 사용한 지 꽤 됐는데요. 사실은 이렇습니다. 텀블러와 1회용컵 한 개를 하루 동안 사용했을 때의 탄소량을 비교한 겁니다. 그런데 텀블러는 한 번만 쓰는 게 아니잖아요. 일회용컵을 하루에 하나씩 쓰고, 텀블러는 하루에 한 번 세척해서 사용한다고 가정하고 사용기간에 따라 탄소배출량을 비교해 보면 실제상황과 비슷해지는데요. 6개월이 지나면 일회용컵 사용이 텀블러보다 12배 탄소를 더 많이 배출하고 1년이 지나면 23배, 2년이 지나면 46배 더 많이 탄소를 배출하게 됩니다. 그러니까 여기저기서 선물 받은 텀블러가 수납장에서 쌓여가고 있다면 오히려 환경에 악영향을 끼치는 것이죠. 텀블러를 오래 사용하면 할수록 플라스틱 일회용컵보다 탄소배출량을 확실히 줄일 수 있습니다.     

출처: 기후변화행동연구

3. 텀블러를 오래 사용할수록 탄소배출을 줄일 수 있다... 그런데 일각에선 텀블러를 오래 사용하면 납에 노출될 수 있어서 6개월마다 바꿔야 된다는 이야기도 있었어요. 이건 사실입니까?

- 사실과 다릅니다. 스테인리스 스틸 자체에 납이 사용되지 않고요. 산과 염기에 강하기 때문에 잘 부식되지 않습니다. 그래서 이름이 스테인리스, 녹이 슬지 않는다는 뜻이죠. 따로 정해진 사용 기한이 없기 때문에 관리만 잘하면 오랫동안 사용할 수 있습니다. 텀블러에 오랫동안 음료를 담아두면 세균 번식의 위험이 있다는 이야기도 있는데요. 이건 어떤 용기도 다 마찬가지고요. 사용 후에 꼼꼼히 세척하고 잘 건조하면 걱정 없이 오랫동안 사용할 수 있습니다. 뚜껑이나 마개 부분의 고무 패킹이 헐거워지거나 손상됐다면 그 부품만 교체해서 쓸 수도 있습니다.     


4. 다음 주제로 넘어가 보죠. 비슷한 맥락으로 에코백과 1회용 비닐봉지가 있는데요. 어떤 게 더 친환경이냐. 이런 논란이 있어요.

- 독자님들 댁에 에코백 몇 개나 갖고 계신지요. 저희 집에도 굉장히 많이 있는데요. 지자체, 기업들이 주최하는 각종 행사에서 기념품이나 사은품으로 에코백을 굉장히 많이 나눠줍니다. 아이들 체험학습 이런 곳에서도 에코백 만들기를 많이 하고요. 그런데 이 에코백도 텀블러와 마찬가지로 사용하지 않고 계속 쌓아놓기만 한다면 오히려 지구에 부담을 주는 겁니다. 비닐봉지 1개를 만들어 쓰고 버리는 과정에서 배출되는 탄소량은 59.2g이고요. 순면 소재 에코백 1개는 478.7g입니다. 양쪽 모두 한 번만 쓰고 버린다고 가정하면 에코백이 8배 정도 탄소 배출이 많죠. 그런데 하루에 일회용 비닐봉지 한 개 쓰는 대신 꾸준히 에코백을 쓴다고 치면요. 6개월이 지나면 1회용 비닐봉지가 22배 더 많이 탄소를 배출하게 됩니다. 1년이 지나면 45배, 2년이면 90배 탄소배출이 많아지죠.

결론은 에코백을 여기저기에서 많이 받아서 모셔놓으면 지구를 해치는 것이고. 비닐봉지 대신 에코백을 꾸준히 사용하면 그만큼 탄소배출을 많이 줄일 수 있다는 것이죠.     


5. 더운 여름이라서 시원한 음료수 생각이 날 때가 많은데요. 이 음료를 담는 용기, 재질에 따라서 탄소 배출량이 다르다면서요.

- 네 맥주 용기를 한 번 살펴보면요. 기후변화행동연구소는 갈색 유리병, 투명 유리병, 캔, 페트병 이렇게 분석을 했는데요. 어떤 재질이 가장 탄소배출량이 많을 것 같으신지요? 같은 용량을 담는 것을 기준으로 삼았을 때 투명병>갈색병>페트>캔 순으로 탄소배출량이 많은 걸로 나타났습니다. 이것도 1번 사용했을 때를 기준으로 잡은 건데요. 유리병은 분리배출하면 주류회사에서 수거해서 세척한 뒤 재사용하게 됩니다. 투명병은 12회, 갈색병은 11회 이상 재사용해야 페트병보다 탄소배출량이 줄어들게 됩니다. 그런데 조사마다 약간씩 차이가 나지만 우리나라 주류 빈병 재사용 평균 횟수는 10회 이내로 나타나고 있거든요. 해외 다른 나라들의 빈병 재사용 횟수는 우리보다 많은데요. 덴마크는 32회, 독일은 19회, 핀란드 30회, 일본 28회 정도로 나타납니다. 빈병이나 캔을 투입하면 보증금을 환불해 주는 무인 회수기를 더 적극적으로 보급할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깨끗이 모아서 분리배출하면 돈이 된다는 점을 적극적으로 알릴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그리고 그게 실제로 분리배출에 참여하는 시민들에게 대가가 직접 지불되는 형태가 될수록 좋겠죠.     


6. 페트병에 들어있는 생수를 구입해서 집에서 드시는 분들도 꽤 많은데요. 특히 혼자 사는 분들이 여기에 많이 해당될 것 같습니다. 주전자 형태의 간이 정수기를 사서 쓰시는 분들도 계시고요. 페트병 생수와 간이 정수기의 탄소배출량을 비교하면 어떻습니까?

- 2리터 들이 페트 생수병의 탄소배출량은 105g이고요, 간이 정수기는 1098g입니다. 간이 정수기가 10배 정도 배출량이 많죠. 그렇지만 이것도 역시 사용기간이 길어질수록 배출량이 낮아지는 효과를 거둘 수 있는데요. 하루 2리터 들이 생수 1개씩 소비한다고 가정하고요. 6개월을 사용하면 페트병 생수의 탄소배출량이 간이정수기보다 12배 많아집니다. 1년 지나면 19배, 2년이면 26배 더 많이 탄소를 배출하게 되죠.

일회용품보다 다회용품이 더 친환경적이긴 한데요. 다회용품을 일회용품처럼 사용하거나 많이 구입해서 쟁여놓기만 한다면 오히려 환경을 해칠 수 있다. 이런 결론에 이르게 됩니다.     


7. 요즘 우유가 비싸지면서 오랫동안 보관할 수 있는 멸균우유에 대한 수요가 늘고 있다고 하는데요. 이 멸균팩 분리배출에 대한 논란도 있어요.

- 네 지난 12일 아시아경제는 <"종이팩 2㎏에 휴지1롤, 누가 바꾸러 오겠나요"…후퇴하는 종이팩 재활용> 이라는 기사를 내보냈는데요. 동작구 사례를 들면서 종이팩 2kg을 모아가면 화장지 1개로 바꿔주도록 정책을 변경했다고 보도합니다. 원래 1kg 당 화장지 1개로 교환해 줬는데 화장지 가격이 비싸지고 수거업체의 인건비가 상승하면서 예산 상 어쩔 수 없는 조치라는 내용이 보도됐습니다.

그런데 이게 지자체마다 상황이 다르기 때문에 각자 사시는 곳에서 확인할 필요가 있습니다. 제가 살고 있는 곳에선 종이팩 1000ml짜리 15개를 모아가면 화장지 2개 또는 10L 종량제봉투 2장을 줍니다.

종이팩은 윗부분이 지붕모양인 일반팩과 반듯하게 각진 모양인 멸균팩으로 나뉘는데요. 일반팩은 펄프로 만든 종이의 안팎을 폴리에틸렌 수지로 코팅을 해서 만듭니다. 여기에 들어가는 펄프가 굉장히 양질이라서 이걸 따로 모아주면 화장지를 만드는 재료로 사용됩니다. 멸균팩은 갈색 펄프 재질로 만든 종이에 빛과 산소를 차단하기 위한 알루미늄 코팅을 추가합니다. 이건 따로 모아주면 갈색 화장지를 만들 수 있고요, 과자상자나 골판지 원단을 만들 수 있습니다. 해외에선 건축자재로 재활용하기도 한다고 합니다. 그런데 이 종이팩의 재활용률은 14%에 그치고 있습니다. 종이팩의 주재료는 최고급 펄프로 100% 재생 가능한 자원인데요. 펄프는 미국 캐나다 핀란드 등 일부국가에서만 생산되고, 우리나라는 펄프를 전량 해외에서 수입하고 있기 때문에 종이팩 재활용률을 높이는 것은 중요한 문제입니다.     

출처: 기후변화행동연구소

8. 종이팩 재활용률을 높이기 위해서 우리가 할 수 있는 방법은 뭐가 있을까요?

- 비헹분섞을 외워두시면 좋을 것 같은데요. <비우고, 헹구고, 분리하고, 섞지 않는다>를 줄여 놓은 말입니다. 종이팩에 들어있는 음료를 마신 뒤에 가위로 잘라서 펼친 다음에 묻어있는 음료를 씻어내고요. 잘 말려서 일반팩은 일반팩대로, 멸균팩은 멸균팩끼리 모아주면 됩니다. 내가 살고 있는 지자체의 보상 기준에 맞춰서 무게 또는 장수를 맞춰서 주민센터에 가져다주면 됩니다. 아파트나 단독주택에 설치돼 있는 분리수거함에 폐지류에 함께 넣으면 안 됩니다. 이렇게 되면 최고급 펄프의 가치를 제대로 살릴 수 없게 됩니다. 씻어서 잘 말리지 않으면 우유 등의 내용물이 부패하면서 악취를 내뿜기 때문에 재활용 기피 대상이 됩니다. 꼭 씻어서 말린 뒤에 내놓는 게 중요합니다.

즉석밥 용기를 분리 배출하면 재활용이 되는지 안 되는지도 항상 논란을 일으키고 있는데요. 실태를 보면 우리가 이 즉석밥 용기를 잘 씻어서 말린 뒤에 플라스틱으로 배출을 해도 선별장에서 일반 쓰레기로 버려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복합 재질로 이뤄져 있기 때문인데요. 이것 역시 즉석밥 용기만 따로 모아서 제조사로 보내주면 재활용을 할 수 있다고 합니다. 제조사가 빈용기를 수거해 가는 패키지가 판매되고 있으니 그걸 이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2024 파리올림픽 팩트체크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