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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선정수 Oct 05. 2024

남대천이 끝나는 곳에 동해가 열렸다, 우정도 열렸다

생태유학 44. 남동만곳은 인연의 땅인가봐

경진이는 양양 남대천이 동해로 흘러들어 가 만나는 곳을 '남동만곳'이라고 부릅니다. 널리 쓰이는 명칭은 '남대천 합수부'인데요. 그냥 줄여서 남동만곳이라고 부르죠. 초딩답고 멋진 이름입니다. 그런데 경진이는 이 남동만곳에 가는 걸 참 좋아합니다. 마치 혼자만의 비밀장소인양 아끼고 또 아끼죠. 갈 때마다 신기하고 놀라운 발견을 하게 되고 가도 가도 또 새로운 곳이어서 그런가 봅니다.


10월 1일 서울에서 군사행진이 벌어지던 그 시간에 우리는 '남동만곳'에 갔습니다. 이번엔 생태유학 친구들 겸엘 남매와 그의 모친, 쌍둥이 지우 윤서, 그리고 경진이와 경진아빠가 함께 남동만곳을 방문했죠. 아침 일찍 일어나 부지런히 찐만두로 아침밥을 준비하고 8시 반에 출발했습니다. 목적지는 양양송이공원. 어르신들이 파크골프에 열심을 내시는 동안 아이들은 놀이터에서 신나게 한 판 놉니다. 그리고는 밥을 먹으러 평상으로 몰려왔죠. 찐만두와 우유/두유, 사과와 인절미로 아침을 먹습니다.


그리고는 남동만곳을 향했습니다. 차를 세워두고 한참을 걸어 들어가야 하는 곳이라서 꼬맹이들이 다리가 아플 만도 했지만 열심히 걸었습니다. 유채꽃밭을 조성해 놨던 곳은 다른 꽃을 심으려는지 말끔히 베어져 있었습니다. 강태공들이 세월을 낚는 조그만 소류지엔 물닭이 한 마리 한가롭게 헤엄을 치고 있습니다.

남동만곳에서 만난 후투티.

십오 분쯤 걸어 모래톱으로 진입했는데 멀리서 희한하게 생긴 새를 한 마리 발견했습니다. 자세히 보니 '후투티'였습니다. 제가 "후투티다"라고 소리쳤을 때 경진이는 "후투티가 여기 왜 있어 여름철샌데. 다 날아가고 없을걸"이라고 말했죠. 그런데 거리를 두고 따라가면서 관찰한 결과 후투티가 맞았습니다. "어 진짜 후투티네, 후투티다~ 내가 후투티를 만났다~"라고 외치며 팔짝팔짝 뜁니다. 아이들도 쌍안경을 돌려가며 후투티를 관찰합니다.  경진이가 탐조의 길로 접어든 뒤 가장 큰 목표 중 하나가 후투티를 발견하는 것이었는데요. 이날 소원이 이뤄졌습니다. 역시 남동만곳은 소원을 이뤄주는 신비한 곳입니다.

 

저는 탐조를 시작한 뒤에 수리부엉이를 한번 만나는 게 소원이었는데요. 이날 경진이가 수리부엉이 깃털을 주웠습니다. 나중에 검색해보니 남동만곳과 멀지 않은 양양 낙산사 언덕에 수리부엉이가 서식한다고 하네요. 아마 그 수리부엉이가 흘리고 간 깃털인 걸로 추정됩니다. 다음에는 꼭 수리부엉이 본체도 만나기를 기원합니다. 양양 낙산사를 좀 뒤져봐야겠네요.


좀 더 걷다가 두 갈래로 나눠졌습니다. 윤서와 엘이는 모래밭에 앉아 모래놀이를 시작했습니다. 이날의 주제는 모래 카페였습니다. 겸엘 모친도 곁에 앉아 '여자팀'을 이뤘습니다. 겸이, 지우, 경진과 경진아빠는 '남자팀'을 이뤄 모래톱 끝까지 탐험을 떠났습니다. 거대 해파리도 만나고, 죽은 갈매기도 만나고, 엄청나게 큰 바다쓰레기인 드럼통을 만나 모래밭으로 밀어 올리기도 했습니다. 햇볕이 쨍쨍 내리쬐었다면 무척 더웠을 테지만 적당히 해가 구름 속에 가려서 날씨도 딱 좋았습니다. 때마침 구름이 뚫어진 곳으로 햇빛이 쏟아져 내려 아이들에게 좋은 사진 배경이 되어 주기도 했죠.

남동만곳에서 진동분교 생태유학 어린이들 기념사진.

이 남동만곳은 아이들이 서핑을 배우는 장소이기도 합니다. 생태유학 아이들은 9월에 이어 10월에도 양양서핑학교에서 서핑을 배웠습니다. 겸엘 남매와 경진이가 서핑을 배웠는데요. 초심자치고는 다들 잘 따라 해서 강사님들이 깜짝 놀랐답니다. 경진이는 서핑과 사랑에 빠졌어요. 엄청 힘들기는 하지만 자꾸자꾸 또 가고 싶다고 하네요. 저는 이번에도 서핑옷인 윁수트(wet suit)가 조여서 조금 갑갑하긴 했지만 그래도 점심을 조금 먹어놔서 지난번만큼 힘들지는 않았어요. 앞으로 8kg 정도 더 빼면 한결 삶이 수월해질 것 같아요.


여러분도 남대천과 동해가 만나는 곳인 '남동만곳'에 가보세요. 양양 남대천 합수부라고 많이들 부르죠. 여튼 이곳에 오면 외계 또는 사막에 온 것 같은 신비한 느낌도 들고요, 누구는 소원을 이루고, 누구는 서핑을 배우는 신기한 곳입니다. 주변에 맛집도 많이 있으니 후회는 않으실 겁니다.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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