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태유학 47. 양양 남대천으로 돌아온 연어를 만나다!
안녕하세요. 산골생태유학 독자 여러분. 오늘 경진이네는 양양 남대천으로 연어를 만나러 갔습니다. 생태유학 8편에서 소개해 드렸던 <양양 아기연어 보내주기> 기억나시나요. 그게 지난 3월이었는데요. 양양 남대천에 놓아줬던 연어 치어들이 성체가 돼서 번식을 위해 다시 돌아오는 거죠. 양양 남대천은 연어가 돌아오는 시기에 맞춰 11월 30까지를 연어 포획금지 기간으로 정해놓고 있습니다. 유튜브 생물도감에서 얼마 전 양양 남대천으로 돌아온 연어를 다뤘죠. 그래서 우리도 그 장소를 찾아가 보기로 한 겁니다.
물론 지난 3월에 놓아줬던 연어가 커서 되돌아온 것은 아닙니다. 멸치만 한 치어를 방류하면 북태평양에서 2~4년 성장한 후에 산란을 위해 자신이 태어난 하천으로 다시 돌아오는 거랍니다. 우리나라로 돌아오는 연어들의 여행 거리는 자그마치 2만 km나 된다고 합니다.
머나먼 여정을 마치고 번식을 위해 돌아온 연어들은 남대천 합수부(경진이가 '남동만곳'이라고 부르는 그곳)를 통해 남대천으로 거슬러 올라옵니다. 가수 강산에의 <거꾸로 강을 거슬러 오르는 저 힘찬 연어들처럼>이라는 노래가 절로 떠오릅니다. 자연 그대로라면 연어들은 상류로 상류로 올라가서 원하는 곳을 찾아 암컷이 알을 낳으면 수컷이 정액을 뿌려서 수정을 시키겠죠. 그런데 양양 남대천으로 올라오는 연어들은 거대한 인공 구조물에 가로막힙니다. 하천의 절반은 흙으로 둑을 쌓아서 막았고 나머지 반은 그물을 쳐놓고 그 위에 철제 울타리를 덧대놨습니다. 연어가 더 상류로 가기 위해선 허술한 부분을 찾아 틈으로 빠져나가거나 필사의 점프를 통해 울타리를 뛰어넘는 두 가지 방법 밖에 없습니다.
장거리 여행의 막바지로 접어든 연어들은 상처투성이 몸으로 이 거대한 구조물을 뛰어넘으려 시도합니다. 여러 차례 시도한 끝에 구조물을 넘는 녀석들도 있지만 극소수뿐입니다. 대부분은 구조물을 따라 강가로 모입니다. 이곳에 구조물을 빠져나갈 수 있는 것처럼 보이는 또 다른 물길이 있기 때문이죠. 바로 인간이 만들어 놓은 어도입니다. 구불구불한 시멘트 구조물로 세차게 물살이 내려옵니다. 여기로 들어가면 수산자원공단 동해생명자원센터가 나오는데요. 이곳에 모인 연어들을 잡아 인공수정을 시킵니다.
어찌 보면 좀 잔혹할 수 있을 것도 같고 너무나도 인간 본위적인 것 같습니다만... 공단의 설명은 이렇습니다. 여러 연구에 따르면 연어가 자연에서 산란을 하게 되면 치어가 돼 바다로 돌아갈 확률이 10% 정도밖에 되지 않지만, 인공수정을 해서 부화시킨 뒤 사육장에서 일정 정도 크기까지 키워서 내보내면 성공률이 70% 정도로 높아진다는 겁니다. 연어의 회귀가 번식을 목표로 하는 것이라면, 사람의 도움으로 번식률을 높일 수 있다면 연어도 싫어하지는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남대천에 연어 자연산란장을 조성하고 있다고 하니 내년에 남대천으로 돌아오는 연어들은 자연 산란장에서 알을 낳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거대한 구조물에 맞서 온몸을 펄떡이면서 뛰어넘으려고 시도하는 연어를 보면서 가슴이 뭉클해집니다. 자연의 위대함이 다시 한번 느껴지는 순간입니다. 울타리를 뛰어넘거나 빠져나오는 데 성공한 연어들은 하천가에서 짝을 기다립니다. 연어의 크기에 놀라고, 상처투성이인 몸에서 또 한 번 놀라고, 집념의 회귀에 감탄이 절로 나옵니다. 열 살 경진이는 무엇을 보고 무엇을 느꼈을까요?
산골생태유학으로 강원도 인제군 기린면 곰배령 설피마을에서 보냈던 1년, 인제읍내보다 자주 들렀던 양양에서 쌓았던 추억이 10년 20년 30년 뒤의 경진이를 다시 강원도로 부를까요? 아직은 알 수 없는 일이죠. 그렇지만 새끼 연어를 놓아주고, 연어가 돌아오는 장면을 목격하고, 학교와 집에 부딪혀 죽은 새를 묻어주면서 느꼈던 생태 감수성이 경진이를 감싸주는 아우라가 될 거라 기대합니다.
p.s> 연어가 올라오는 어도에 사람이 바짝 다가가면 어도로 진입하기 위해 모여들었던 연어가 달아납니다. 그렇게 되면 연어 인공부화에 차질이 생기기 쉽겠죠. 연어가 울타리를 넘기 위해 뛰어오르는 모습은 하천 제방 위 도로가에서 보는 게 더 잘 보입니다. 우리가 이곳을 찾은 날 어떤 청년이 연신 짱돌을 강으로 던지는 모습이 목격됐습니다. 어렵사리 울타리를 넘어온 연어를 돌로 맞춰볼 생각이었겠죠. 무심코 던진 돌에 연어가 맞아 죽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