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키가 걱정되신다면~ 산골생태유학 보내세요~~
산골생태유학의 가장 큰 장점은 어린이가 스트레스를 받지 않고 마음껏 뛰어놀 수 있는 기회를 갖는 게 아닐까 싶습니다. 우리 집 딸내미 경진이는 과천에서 학교 다닐 때는 항상 키가 작아서 키번호로 3번 안에 들었지요. 키가 작다고 눈에 띄게 위축되거나 하지는 않았는데요. 그래도 친구들과 나란히 서있으면 움푹 들어가는 것 같아서 약간 위축되는 느낌은 있었을 거예요. 특히 발육이 빠른 친구들과는 머리 하나 정도 키 차이가 났으니 위축될 때도 없지는 않았을 겁니다.
이곳 곰배령 설피마을로 와서 친구들을 처음 만났을 때도 경진이는 키가 작았어요. 같은 4학년이고 생일도 하루 차이 밖에 나지 않는 엘이와도 키 차이가 많이 났죠. 2학년인데 키가 큰 편인 지우, 윤서 쌍둥이와 비슷비슷하게 보일 정도였으니까요. 이곳 진동분교 6학년들은 상당히 키가 큰 편이어서 6학년과 함께 서 있으면 중학생과 함께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들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설피마을은 해발고도가 높아 중력이 약한 탓일까요? 하루가 다르게 아이가 쑥쑥 크는 게 느껴집니다. 자연과 함께, 친구들과 함께 살며 부대끼면서 마음이 크는 것도 느껴지지만, 키가 쑥쑥 크는 게 보입니다. 지난 4월, 1학기 학생건강검사를 했을 때 135cm였거든요. 그런데 어제 집에서 키를 재보니 142cm가 나오는 겁니다. 반년 만에 7cm가 컸으면 많이 큰 거죠. 우유도 많이 먹고 삼시세끼 꼬박꼬박 잘 챙겨 먹었기 때문이겠죠. 학원 뺑뺑이를 돌지 않아서 스트레스를 덜 받았기 때문이기도 할 겁니다.
무엇보다 일찍 잠들고 충분한 수면 시간을 유지하는 게 키가 크는 것에 도움을 주지 않았을까 생각해 봅니다. 초창기엔 오후 10시 30분에 잠들고 아침에 7시 40분에 일어나는 걸 목표로 살았거든요. 과천에 있을 때는 11시 넘겨서 잠드는 일이 빈번했는데요. 여기 설피마을로 와서는 엄마아빠가 늦게 퇴근하는 것 같은 변수가 별로 없다 보니 잠드는 시간이 매우 빨라졌어요. 요즘엔 오후 9시 30분에 잠들고 아침 7시 40분에 일어나는 걸로 목표시간이 바뀌었습니다.
한참 아침 산책에 재미를 느낄 때는 새벽에 깨워달라고 해서 함께 산책하는 일도 많았는데요. 지금은 산골 새벽 날씨가 매우 추워서 아침 산책은 꼬맹이한테는 좀 무리인 것 같습니다. 그래서 그냥 아침 7시 40분에 일어납니다. 키가 많이 크기도 했지만 잔병치레도 많이 줄어든 것 같아요. 물론 감기 같은 걸 아예 걸리지 않기는 어렵겠지만요. 경진이는 생태유학 시작부터 지금까지 서너 번 정도 병원에 간 것 같아요. 목감기 코감기 같은 걸로요.
산골 생활하면 감기에도 걸리지 않을 걸로 생각하는 분들이 많이 계신데요. 그렇지는 않습니다. 여기도 사람 사는 데고 네트워크가 이어져 있기 때문이죠. 사람이 사람을 만나다 보면 여러 가지 바이러스와 세균을 옮겨오고 옮기게 되는 거죠. 물론 바이러스와 세균을 받아들인다고 해도 면역력이 강하면 발병하는 일이 적을 수는 있겠지만요. 어린이들은 커가는 과정이니 여러 가지 질병에 취약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번 여름부터 가을까지 생태유학 어린이들도 한 번씩 심한 감기를 돌아가면서 앓았습니다. 아이가 아프면 참 딱하죠. 그런데 이곳 두메산골에선 아이가 아프면 더 딱합니다. 딱히 데려갈 병원이 근처에 없으니 속초로, 강릉으로, 서울로 대도시로 나가야 합니다. 경진이는 며칠 전부터 목이 따끔따끔하다고 하더니, 재채기와 콧물이 터졌습니다. 본인도 버티기 어려웠는지 병원에 가자는 제안에 순순히 동의하네요. 일요일에 여는 소아청소년과를 검색해 봤더니 강릉 아이앤맘소아과가 검색되네요. (주말 문연 병원 검색은 응급의료포털을 활용하시면 됩니다.)
학교 가는 시간처럼 일어나서 밥도 안 먹고 출발했습니다. 9시 10분쯤 강릉 아이앤맘소아청소년과에 도착했는데요. 아픈 아이들이 바글바글합니다. 대기번호 26번. 한 40분 정도 기다린 끝에 진료를 받았습니다. 목이 많이 붓지는 않았다면서 5일 치 약을 처방해 주십니다. 한 시간 차 타고 와서 40분 기다리고 2분 진료받고 약국에 가서 약을 탑니다. 일단 급한 불은 껐으니 밥을 먹어야겠죠. 경진이는 멀리 강릉까지 병원을 오는 게 싫지는 않습니다. 강릉에 오면 바다가 있으니까요.
일단 강릉 안목해변으로 향했습니다. 생선구이를 먹을까 했는데요. 안목해변은 카페가 유명한 곳이더라고요. 게다가 경진이는 아까 병원 건물 1층에서 커피번 굽는 냄새에 완전히 빠졌습니다. 빵을 먹자네요. 그래서 안목해변에 있는 연탄빵 파는 카페에 들어갔습니다. 연탄빵과 샌드위치, 샐러드를 시키고 자리에 앉았습니다. 그런데 어느 틈새론가 참새가 한 마리 들어와 카페를 헤집고 다니더라고요. 물어보니 창문 위 틈으로 드나드는 참새가 있다고 하시네요. 아마 자유롭게 드나드는 걸 허락한 모양입니다. 덕분에 경진이는 참새를 살피며 음식이 나올 시간을 즐겁게 기다립니다. 그리고는 샌드위치를 맛있게 먹습니다. 음식이 너무 맛있어서 목이 아픈 것도 다 사라졌다고 하네요. ㅎㅎ
밥을 먹고는 안목해변을 산책했습니다. 그런데 역시 강릉은 대도시라 사람이 많습니다. 해변에서 생물을 관찰하기 힘들 것 같았죠. 그래서 등대로 뻗은 강릉항 방파제 둑길 위를 구경하기로 했습니다. 그런데 웬걸. 여기에서 바다직박구리를 만났습니다. 육지에 사는 직박구리와 생김새가 조금 다릅니다. 수컷은 배가 검붉은 색깔을 띠고요. 암컷은 지빠귀를 닮은 수수한 색깔입니다. 처음엔 두 새가 다른 종류인 줄 알았지만 구글렌즈로 검색한 끝에 암수가 이렇게 다를 수 있는지 알아냈답니다.
안목해변을 떠나 양양교육도서관을 향합니다. 샌드위치 다음에 먹은 감기약 때문에 잠이 오나 봐요. 경진이는 한 시간 내내 잠을 잡니다. 도서관 주차장에 도착하고도 20분을 더 잤습니다. 그리고는 개운하다면서 눈을 뜨고 도서관으로 들어가 책으로 파고드네요. 경진이는 학습만화를 좋아합니다. 글씨책도 많이 봐야 문해력이 늘어난다고 하는데요. 오늘도 학습만화만 10권을 빌려갈 기세입니다. 아침을 늦게 먹었으니 점심밥도 늦었습니다. 양양에서 무얼 먹을까요. 양양은 생각보다 맛집이 많습니다. 또 맛나게 먹고 키 커야죠. ㅎㅎ
p.s> 강릉 소아청소년과에 키와 몸무게를 함께 재는 전자저울이 있어서 재봤죠. 집에서 잰 것보다 조금 짜네요. 키는 139cm, 몸무게는 34kg으로 나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