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동 2리의 매력은?
2024년 11월 2일 강원도 인제군 기린면 곰배령 아래 설피마을 진동분교에서 산골생태유학을 하고 있는 아이들이 전국 방송을 탔습니다. KBS1 다큐온 <매력, 지방을 살린다>라는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을 통해서요. 9월 하순에 촬영을 했었고, 당시 한 3일 정도 촬영을 했습니다.
아이들이 학교에서 산에서 자연을 관찰하고 뛰어놀고 생활하는 장면을 담아 갔는데요. 농산어촌 유학에 관한 다큐멘터리인 줄로 알고 있었는데, 성격이 조금 달랐습니다. 소멸 위기를 맞고 있는 지역이 어떤 방법으로 극복할 수 있을지를 탐색하는 프로그램이었는데요. 지역이 고유한 매력을 살려야 한다는 이야기를 풀어냈습니다. 생태유학으로 산골에서 살았던 어린이들은 결국 이 추억이 아이들의 마음속에 남아 나중에 다시 지역을 찾을 수 있는 밑거름이 될 것이라는 의미를 부여합니다.
그리고 경북 의성과, 전남 신안, 일본의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경북 의성은 청년을 지원하는 프로그램이 유명한 곳이죠. 전남 신안은 순례자의 길이 조성된 이후 마을에 관광객이 많아지면서 외지로 나갔던 청년이 다시 들어와 정착했다는 이야기를 담았습니다. 맞습니다. 지역이 독특한 매력을 갖고 있을 때 굳이 소문내지 않아도 발걸음이 끊이지 않을 겁니다.
산골유학 어린이들이 들어와 살고 있는 이곳 곰배령 설피마을의 매력은 무엇일까 생각을 해보게 됩니다. 어른 등산객에겐 이 마을은 곰배령에 들어가기 위한 입구이고, 곰배령 주변에서 하룻밤 묵을 수 있는 펜션이 많은 장소입니다. 그러나 곰배령 등산객 대부분은분 관광버스를 타고 들어와 사유지인 곰배령 주차장에 차를 대고 4시간 남짓 등산을 한 뒤 다시 차를 타고 빠져나갑니다. 물론 그중 일부는 마을에 몇 안 되는 식당에서 밥을 먹기도 하고, 펜션에서 숙박을 하기도 합니다. 고즈넉한 산촌이 유지될 수 있을 정도의 관광산업 규모라고 생각됩니다.
그렇지만 빈집이 하나둘씩 보이고 마을에 젊은 사람과 어린아이들이 보이지 않는 건 곰배령 설피마을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래서 생태유학을 통해 도시 아이들을 모셔오고, 학교가 폐교되지 않도록 노력하는 것이겠죠. 도시 아이들이 1년 또는 2년씩 머물다 돌아가면서, 아이와 부모의 마음속에는 곰배령 설피마을에 대한 추억도 쌓이겠죠. 장기적으로는 분명 마을의 존속과 번영을 위해 큰 역할을 할 프로그램이 분명합니다.
그런데 생태유학 프로그램이 유지되려면 몇 가지 조건이 맞아야 합니다. 일단 이 프로그램을 운영하기 위한 재원과 조직이 필요합니다. 지금은 강원도 인제군에서 이 프로그램을 존속시키기 위해 여기저기에서 예산을 따오고 있습니다. 이 예산 덕분에 아이들은 주말마다 여러 가지 체험 활동을 하고 있고, 숙소 임대료도 프로그램 예산으로 지원되고 있죠. 감사합니다. 학교도 무척이나 중요합니다. 기린초등학교 진동분교라는 학교가 있기 때문에 이 생태유학 프로그램이 있을 수 있는 것이죠. 학교 선생님들이 두메산골까지 출퇴근하는 불편을 무릅쓰고 학교를 지키고 있기 때문에 이 프로그램도 있을 수 있는 겁니다.
가장 중요한 건 아이들이겠죠. 대자연의 품에서 친구들과 어울리며 배우고 뛰놀고 느끼는 이 아이들이야말로 산골유학 프로그램의 전부입니다. 물론 아이들은 도와주는 부모의 역할도 중요합니다. 아이는 신나고 부모는 안심할 수 있는 생활여건을 만들어 주는 게 관건인 것 같습니다. 곰배령 설피마을의 매력, 즉 풍부한 자연을 가진 이점을 한껏 살릴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만들어 보면 어떨까 합니다.
야생동식물을 좋아하는 부모님과 어린이들이 생태 관찰자, 생태 학자, 수의사가 되는 꿈을 꾸는 곳으로 만드는 것도 좋을 것 같고요. 야생동식물의 서식환경을 망치지 않으면서도 인간이 야생동식물을 잘 관찰할 수 있는 '생태 관찰 마을' 이런 테마를 만들어 보면 어떨까 싶습니다. 마을 전체를 잘 정비된(그렇지만 자연을 해치지 않는) 야생이 살아 숨 쉬는 리조트로 만드는 것이죠. 전국의 생물영재들이 진동분교로 모이고, 전국의 생태 관련 연구자들이 안식년을 얻어, 또는 장단기 휴가를 얻어 쉬러 오고 관찰하러 오면서 아이들에게 노하우를 나눠주는 그런 곳으로 만들어 보면 어떨까 싶습니다.
대한민국 생태연구자의 산실, 곰배령 설피마을... 오 가슴이 웅장해지네요. 이런 매력을 발견하고 구체화시키면서 자연과 인간이, 도시와 산골이 공존공생하는 모델이 여기에서부터 시작됐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