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 그게 말야...
딸아이와 함께 강원도 인제군 기린면 진동2리 설피마을에서 산골생태유학을 한 지도 8개월 째다. 산골생태유학 프로그램을 처음 소개받았을 때가 떠오른다. 참 좋은 기회인데, 아이가 간다고 할지, 아이 엄마가 아빠와 딸 둘만 강원도로 가라고 할지, 훌쩍 갔다가 여러 가지 낭패만 보고 중도 포기하는 것은 아닐지 등등 의문과 두려움과 망설임이 끊임없이 계속됐었다. 아이 엄마는 며칠을 고민하더니 아이가 가기 원한다면 가도 좋다고 했다. 아이는 한 달 정도 고민을 한 끝에 생태유학을 떠나기로 결심했다.
지인 중 일부는 이 결정을 무모하다고 지적했다. 또 어떤 이는 생태유학 중 '유학'이란 소리만을 듣고 어느 나라로 가는 거냐고 묻기도 했다. 약간 과장과 상상을 섞자면 이런 대화가 오갔다.
지인: 오~ 소식 들었어. 아이랑 함께 유학 간다며... '생떼'인가 그랬잖아. 프랑스인가 봐? 남프랑스야 북부야? 남쪽이 날씨가 좋은데...
나: 미안한데... '생떼'가 아니고 '생태' 유학이야. 강원도 두메산골로 자연이 숨 쉬는 곳으로 전학 가는 거야.
지인: 오... 근데 그런데는 뭐 하러 가? 그럼 선행은 안 시켜? 그러다가 나중에 후회한다...
나 : 그럼 어쩔 수 없는 거지 머. 이런 때 아니면 언제 자연 속에서 놀아보겠어. 애들은 놀아야지.
생떼는 프랑스 지역 이름이 아니다. 우리는 산골'생태'유학으로 강원도 두메산골에서 배우고 놀고 즐기고 있다. 나중에 후회할지는 모르지만, 지금의 아이와 나는 전혀 1만큼도 후회하지 않는다.
아이가 다니고 있는 인제군 기린초등학교 진동분교장에는 전교생이 9명이다. 이번 학기가 끝나면 6학년 3명이 졸업하고, 4학년 2명, 2학년 3명이 도시로 돌아가게 된다. 이달 말쯤부터 다음 학기 생태유학에 참여할 어린이를 모집하기 시작할 텐데 지원자가 없다면 지금 1학년인 1명만 학교에 남게 될 수도 있다.
우리나라에 학교가 세워진 이후 폐교된 학교는 모두 3955곳에 이른다. 학교마다 사정이 약간씩 다를 수는 있겠지만 대부분은 농산어촌 인구 감소와 함께 해당 지역에서 학교 다닐 어린이가 적어졌기 때문이다. 요즘은 저출생과 맞물려 서울 지역 학교도 폐교가 되기도 한다. 때문에 인구 감소를 걱정하는 여러 지역에선 학교를 지키기 위한 처절한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 학교가 있어야 젊은 사람들이 마을을 찾아 들어올 것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아무래도 도시에 나가 있는 젊은이들이 촌락에 들어오려면 여러 불편을 감수해야 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자녀의 교육을 맡길 학교가 없는 지역으로 전입하기는 쉽지 않은 게 사실이다.
농산어촌 유학도 여러 시도 중 하나다. 광역 및 기초자치단체는 도시 지역 아이를 해당 지역으로 불러들여 인구 증가를 꾀한다. 여러 가지 인센티브를 주고 다양한 프로그램을 만든다. 학교가 있는 마을도 도시에서 온 유학생들과 다양한 관계 맺기를 통해 학교의 존속을 돕는다.
진동분교가 있는 설피마을은 곰배령 아랫동네다. 주민들의 생업은 밭농사와 펜션업이다. 산간 오지 마을이고 원주민이 적은 특색이 있다. 품앗이를 통해 함께 모내기를 하고 벼베기를 하면서 우애를 쌓았던 전통적인 촌락과는 약간 결이 다르다. 그렇지만 이 마을에도 진동분교에 애정을 갖는 분들이 많다. 마을 선생님으로 학교 어린이들을 지도했던 분도 계시고, 아이들에게 놀거리와 먹을거리를 주시며 곁을 내준 어른들도 계신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자연이 풍부한 이곳 진동분교에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기를 바란다. 현재까지는 다음 학기에 진동분교로 생태유학을 오고 싶어 하는 상담 수요는 없다고 한다. 아름다운 자연과 함께하는 소중한 추억, 건강한 어린 시절을 만들 수 있는 소중한 기회를 많은 분들이 누렸으면 한다. 딱히 산골이 아니더라도, 농촌 어촌 등 다양한 촌락 생활을 해볼 수 있는 기회가 열려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