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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선정수 Oct 28. 2024

산골생태유학 새로운 취미가 생기다

1일 1야생동물+@

곰배령 아랫동네 설피마을에 생태유학 온 아이들은 하루하루가 신납니다. 가뜩이나 신나는 삶 속에 요즘엔 새로운 취미가 추가됐습니다. 바로바로 야생동물 관찰인데요. 이곳 설피마을은 워낙 자연이 풍부하다 보니 마음먹고 찾으면 어디서든 야생동물을 찾아볼 수 있습니다. 새와 뱀, 온갖 곤충과 지렁이 등등 5분만 주면 살아있는 동물을 찾아낼 수 있습니다. 그런데 네발짐승인 포유류는 잘 발견하기 어렵습니다. 그래서 큰맘 먹고 장비를 질렀죠. 바로바로 야생동물 관찰카메라입니다. 거금 10만 원을 들여 구입했습니다.


당초 계획은 앞마당에 설치한 새 모이대에 날아오는 새를 찍을 계획이었는데요. 아직도 새들은 모이대를 이용하지 않습니다. 아직까지는 숲 속에 통통한 벌레들이 많아서 새들이 말라빠진 곡식엔 관심이 없는 모양입니다. 겨울이 되면 새들이 많이 날아올 걸로 기대를 해 봅니다. 그래도 카메라를 놀리기는 아쉬우니 활용방안을 찾았습니다. 네발짐승 관찰용으로요.

텃밭에 온 고라니

첫 촬영 대상은 텃밭에 오는 '밤손님'이었습니다. 텃밭에 아이가 좋아하는 공심채를 심었는데. 누군가 와서 다 뜯어먹었거든요. 발자국을 봐선 노루 아니면 고라니였지만요. 그래도 실체를 확인하고 싶었습니다. 공심채가 뜯긴 곳을 비추도록 카메라를 설치했더니 이틀 만에 범인의 모습이 찍혔습니다. 바로 '고라니'. 고라니인지 노루인지 헷갈려서 한상훈 박사님께 여쭤봤더니 단박에 "고라니"라고 대답해 주십니다. 고라니는 방둥이가 통통하고 노루는 방둥이가 납작하다는 설명과 함께요.

씰룩거리는 등허리의 주인공은 멧돼지

다음은 지난번에 오소리가 튀어나왔던 곳에 카메라를 설치했습니다. 오소리가 찍히기를 기대하면서요. 여기에도 이틀 만에 네발짐승이 찍혔습니다. 그런데 각도를 잘못 잡아서 털뭉치인 등허리만 보이고 얼굴이 보이지 않는 겁니다. 역시 한상훈 박사님께 여쭤봤죠. 그랬더니 "멧돼지" 하십니다. 어떻게 등허리만 봐도 아시냐고 물었더니 "직업병"이라고 답하시네요. 허허. 역시 그렇군요. 프로의 세계는 역시 다르죠.

고라니. 양양양수발전소 상부댐 인근.

그다음엔 집 바로 위쪽 산에 뭐가 살고 있는지 궁금했습니다. 그래서 이틀 동안 설치를 해놨는데. 아무것도 찍히지 않았습니다. 바로 철수해서 이번엔 양양양수발전소 상부댐 인근 숲 속에 카메라를 설치했습니다. 그랬더니 고라니 한 마리가 찍혔네요. 카메라 앞에서 잠깐 포즈를 잡아주는가 싶더니만 사뿐하게 뛰어올라 산으로 들어갑니다. 


아이는 관찰카메라에 찍히는 네발짐승들이 너무너무 신기한 모양입니다. 역시 저도 신기합니다. 낮 동안 만나기는 어렵지만 항상 우리 주변 어딘가에 야생동물이 살아있다는 걸 발견하는 건 정말 놀라운 경험입니다. 카메라 설치하러 산을 오르며 숲을 헤치는 건 훌륭한 운동이자, 자연 학습이죠. 자연의 품에서 진동 어린이들은 오늘도 쑥쑥 자라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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