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골엔 학원이 없다! 그리고 없어도 된다!!
10살, 진동분교 4학년 경진이는 곰배령 아래 설피마을에 산다. 원래 도시에서 살다가 지난봄부터 산골생태유학으로 이곳 강원도 인제군 기린면 진동 2리에 살고 있다. 편의점도 없고 택배도 오지 않는 두메산골이지만 경진이는 충만한 삶을 살고 있다.
산골 살이에 관심이 많은 지인들이 가끔씩 묻는다. "아이 학원 안 보내도 돼?" 나는 안다. 아이들 잘 되라고 수많은 부모들이 허리띠 졸라매며 대치동과 그 주변으로 이사들 들어갔고 또 들어가는 중이라는 걸. 그분들의 교육 철학에 대해 뭐라고 할 생각은 1도 없다. 모두 자신만의 철학과 자신 만의 방식으로 아이를 양육하는 것이고, 아이가 어떻게 받아들이는지에 따라 교육효과도 천차만별일 것이다.
아이를 사립초등학교에 보내고, 대치동 학원가에 보내 선행학습을 시킨다. 아이는 초등학교 5~6학년 때 이미 고교 과정을 섭렵하게 된다. 중학교를 마친 아이는 명문 대학에 학생들은 많이 보내는 명문고에 입학하게 된다. 그리고 의대 또는 명문대를 선택하게 되겠지. 아이는 의사 또는 대기업 직원이 되겠지. 이것이 우리 사회를 짓누르는 교육분야에서의 성공 사다리이다.
아이가 좋아하는 것도 없고, 공부 이외에 딱히 잘하는 것이 없어서 공부를 시키는 거라고 혹자는 말한다. 스포츠맘, 스포츠대디가 아이를 성공시키기 위해 들이는 노력에 비하면 나은 거라고 강변하는 분도 계신다. 물론 어느 정도 맞는 말이기도 하다.
그러나 나는 숱한 사람들을 만나며 우리 사회의 이런 교육 방식이 빚어낸 부작용을 꽤 많이 접했다. 번듯한 대기업에서 과장급 간부로 일하고 있는데, 정작 왜 자신이 이 회사에서 이 일을 하는지 모르는 사람도 있었다. 행정고시에 합격해 정부 중앙부처 사무관으로 일하면서 자신이 왜 공무원을 하고 있는지 흔들리는 사람도 너무나 많이 봤다. 전교 1등 해서 의사 되고 판검사 된 뒤에 왜 자신이 의사, 판검사를 하는지 마음이 다져지지 않아 돈에 휘둘리는 사람도 숱하게 봤다.
높은 곳에 오르게 해주는 건 어떻게 보면 쉬운 일일 수 있다. 왜 높은 곳에 올라야 하고, 높은 곳에 올라서 무엇을 할 것인지 깨닫게 해주는 게 부모, 지도자, 교육자들이 해야 할 일이지 않을까 하는 게 내 생각이다. 그래서 아이와 함께 산으로 들어왔다. 아이가 1년 동안 무엇을 느끼고 무엇을 배웠을까? 1년 동안 선행학습을 시키면서 자사고를 준비하는 게 나았을까? 아직 모른다. 누구도 모른다.
그런데 말이다. 곰배령 아랫동네에서 별빛을 보고, 위기에 빠진 야생동물을 구해주고, 구름바다가 펼쳐진 산 아래를 내려다본 이 시간이 헛되지 않을 거라는 건 장담할 수 있다. 적어도 "엄마 아빠가 나한테 해준 게 뭔데~" "학원비 대준 거 말고 해 준 게 뭐야~" 라며 울부짖었다는 그 집처럼은 되지 않을 자신은 있다. 생명을 사랑하고 친구와 자연에 곁을 내주는 법을 배운 이 1년은 선행학습 1년과 바꿀 수 없을 만큼 값진 시간이었다는 점도 분명하다. 혹시 산골생태유학 또는 농산어촌유학을 고민하시는 분들은 주저 말고 일단 알아보시기를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