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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선정수 Oct 07. 2024

전교생이 9명? 수업은 가능해??

외동에게 형제자매를 주는 산골생태유학

곰배령 아래 설피마을 진동분교엔 전교생이 9명이다. 1학년 1명, 2학년 3명, 4학년 2명, 6학년 3명이다. 3학년과 5학년은 한 명도 없다. 진동분교에는 교실이 3개, 다목적실 1개 그리고 교무실이 있다. 교무실엔 선생님이 2명, 보조교사 선생님 2명이 계신다. 전교생 9명에 선생님이 4명 계시니까 교사 1인당 학생 수는 2.25명이다. 경진이가 다녔던 과천지역은 아이들이 많은 지역이라 과밀학급인 학교가 있다. 한 반에 25명, 30명이 넘는 학급도 있었다. 이런 걸 감안하면 진동분교의 교육여건은 나쁘지 않다고 볼 수 있다. 적어도 선생님으로부터 관심을 못 받는 어린이는 존재하지 않는다.


진동분교는 복식학급으로 운영된다. 학년이 다른 학생들이 같은 반으로 묶여서 수업을 듣는 개념이다. 진동분교는 1, 6학년이 한 반으로 묶여서 담임 선생님 1분이 생활지도를 담당하신다. 또 2, 4학년이 한 반으로 묶여 다른 선생님 1분이 생활지도를 맡는다. 그럼에도 큰 문제는 없다. 4학년 딸아이의 예를 들면 예술체육을 제외한 모든 과목을 보조교사 선생님이 지도한다. 4학년 어린이 2명이 보조교사 선생님 1분의 지도를 받는 셈이다. 미술과 음악은 담임선생님이 가르치시고, 체육은 전교생이 모여서 같이 수업을 한다. 

비 오는 날 진동분교에서 아이를 기다리며. 진동분교는 올해 새로 다시 지은 아주 최신식 학교랍니다. ^^

인제로컬여행사업단이 주관하는 인제산골생태유학에 지원하면 관내 초등학교 세 곳(기린초 진동분교, 월학초교, 용대초교) 중 한 곳에 배정이 된다. 진동분교는 복식학급으로 운영되지만 다른 두 곳은 단식학급이다. 전교생 수를 따지면 진동분교 9명, 월학초 24명, 용대초 35명이다. 전교생 수가 1000명을 웃도는 과천 학교들과 비교하면 정말 단출한 규모긴 하지만 작은 학교는 그 나름대로의 매력이 분명히 있다.


2024년 진동분교는 9명의 아이들이 가족처럼 서로를 아껴주고 곁을 내주며 사이좋게 지냈다. 9명의 아이들 가운데 8명이 도농교류센터(마을펜션)에서 모여 살았기 때문에 학교를 마치고 돌아오면 가방만 집에 던져놓고 다시 나가 함께 어울려 놀았다. 아이의 가장 큰 스승은 친구라는 말이 정말 실감 날 정도로 아이들은 서로를 키웠다. 딸아이는 도시에선 자전거 타기를 배우다 포기하기를 반복했지만 이곳에 와서 아이들과 자전거 놀이를 함께 하면서 단 이틀 만에 자전거 타는 법을 마스터했다.

진동분교 어린이들이 마을 체육관에서 실내 축구를 하기 전에 인사를 나누고 있습니다. 

도시 아이들은 엄마들이 친구를 만들어줘야 놀게 된다고 누군가에게 들은 적이 있다. 그러나 여기선 아이들이 누가 먼저라 할 것 없이 곁을 내주고 서로 어울린다. 잘하는 친구가 못하는 친구를 도와주고 빠른 친구가 느린 친구를 기다려준다. 마음 상하지 않게 거절하는 법도 터득하고, 나보다 잘하는 친구를 흔쾌히 축하해 주는 법도 배운다. 저학년들은 언니오빠형누나를 보며 떼쓰지 않고도 원하는 것을 얻어내는 기술을 습득한다. 특히나 외동인 우리 집 딸아이는 나이가 다른 친구들과 어울리면서 사회성이 굉장히 많이 좋아졌다.


다섯 집이 붙어살면서 아이들은 다른 집 어른들과도 어울리게 되고 인사예절부터 질문하는 법, 어려운 문제를 해결하는 법 등을 배운다. 운동 잘하는 옆집 아저씨와 배드민턴 대결을 하는 건 덤이다. 그 아저씨는 피클볼이라는 새로운 운동을 배워 와서 알려주기도 했다. 마음씨 좋은 옆집 아줌마는 간식을 만들어 하교하는 아이들 모두의 손에 간식을 쥐어줬다. 마을 이장님은 아이들이 텃밭 만드는 걸 도와주고 농사 기술을 알려줬다. 동네 펜션 사장님은 아이들에게 고양이와 놀게 해 주고, 조침령 옛길을 안내해 주고, 머루와 다래를 보여주기도 했다.


2024년 진동분교 아홉 아이들은 이렇게 훌륭하게 학교 생활과 마을 생활을 하고 있다. 몸도 자라고 지혜도 자라고 마음도 자란다. 이 세상은 나만 살아가는 곳이 아니라 자연과 마을과 친구와 이웃이 함께 어울려 살아가는 걸 배우는 건 굉장한 축복이다. 물론 도시에선 이런 걸 배울 수 없다고 우기는 건 아니다. 어디에서든 좋은 이웃과 친구를 만날 수 있고, 자연이 훌륭한 도시도 여러 곳 존재하긴 하니까 말이다. 강원도 인제군 기린면 진동리 곰배령 아래 설피마을에서 보낸 2024년은 딸아이의 마음속에 그리고 내 마음속에 아름다운 추억으로 영원히 기억될 것 같다.


p.s> 2025년 생태유학 어린이들을 조만간 모집한다고 합니다. 별이 쏟아지고, 수달이 헤엄치고, 오소리가 엉덩이를 씰룩거리는 진동분교를 추천합니다. 관심 있는 분들은 메일로 물어보시면 아는 만큼 답해 드리고, 모르는 건 아시는 분과 연결시켜 드리겠습니다. 많관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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