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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장고 플라스틱 밀폐용기 혈액 속 미세플라스틱 높여?

미세플라스틱 팩트체크

by 선정수 Dec 13. 2024

1. 오늘 확인해 볼 내용은 미세 플라스틱과 관련 있는 주제들입니다이제는 우리 삶 속에 없는 곳이 없을 정도로 플라스틱이 많이 쓰이고 있는데요우리 몸속에서도 많이 발견된다고 합니다관련해서 새로운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고 하는데요.

- 이동욱 인하대병원 직업환경의학과 교수 연구팀이 최근 국제학술지 사이언티픽 리포츠에 논문을 발표했습니다. 제목은 <인간 혈액 내 미세플라스틱 입자와 응고 지표와의 연관성>입니다. 건강한 성인 36명을 대상으로 채혈을 해서 미세플라스틱을 검사했는데요. 참여자의 88.9%인 32명의 혈액에서 미세플라스틱이 검출됐습니다. 국내에서 인체 혈액 내 미세플라스틱의 존재와 악영향을 확인한 연구는 이번이 처음입니다.


2. 연구 대상이 좀 적기는 하지만 그래도 조사 참여자의 88.9%가 혈액 속에 미세플라스틱을 갖고 있었다고 한다면정말 놀라운 수치인데요?

- 논문을 보면 혈액 속 미세플라스틱의 평균 농도는 ㎖당 4.2개 수준으로 나타났습니다. 가장 많이 검출된 유형은 폴리스티렌(PS)과 폴리프로필렌(PP)이었는데요. PS는 식품용기나 컵 등을 제조하는 데 쓰이는 성분입니다. 사발면 그릇을 떠올리면 쉽고요. PP는 일회용기와 합성섬유 등에 많이 사용되는 재질입니다. 밀폐용기도 이 PP 소재로 만드는 게 대부분이죠.

이번 연구에서 검출된 입자는 크기별로 참여자의 75%에서 20~50㎛가 검출됐습니다. 머리카락 굵기가 보통 100㎛ 정도 되니까 굉장히 작은 입자가 나온 거죠.

표본크기는 36명이었는데요. 적다면 적을 수도 있지만 예비연구 성격의 이 연구에선 적정한 걸로 보입니다. 실제로 많은 예비연구들이 30명 정도 규모로 실시되고 있기도 합니다. 우리가 예비연구를 해봤는데 한국인 혈액에서 미세플라스틱이 거의 90%에서 검출되더라고 한다면, 다음에는 더 큰 규모로 조사를 하게 되는 거죠. 전 국민 실태조사 같은 걸 할 수도 있고요.


3. 관련 보도에선 냉장고 안에 플라스틱 용기가 50%를 넘는 사람의 혈액에서 미세 플라스틱이 더 많이 검출됐다는 내용을 볼 수 있는데요어떻게 봐야 할까요?

- 연구진은 생활습관과 혈액 내 미세플라스틱 농도의 상관관계를 조사했는데요. 즉석식품을 얼마나 자주 먹는지, 비닐로 포장된 식품 섭취 빈도, 해산물 섭취 빈도, 실내 환기 수준 등을 따져봤습니다. 비닐 포장 식품은 포장에서 미세플라스틱이 나올 우려가 있기 때문이고요, 해산물은 바닷물에 함유된 미세플라스틱이 해산물을 통해 인체로 들어올 가능성을 살핀 겁니다. 실내 환기 수준은 공기 중에 떠도는 미세플라스틱이 호흡기를 통해 체내로 들어올 수 있으니까 따져본 건데요. 결과적으로 이런 생활습관은 혈액 내 미세플라스틱 농도와 큰 연관성이 없는 걸로 나타났습니다.

다만 냉장고 안의 보관용기 중 플라스틱 용기의 비율은 미세플라스틱 수와 유의한 관련이 있는 걸로 나타났습니다. 냉장고 안에 플라스틱 용기가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고 응답한 조사 대상 그룹은 혈액 1㎖ 당 평균 6.8개의 미세플라스틱 입자가 발견된 반면, 50% 미만 그룹은 평균 2.4개의 미세 플라스틱 입자를 기록했습니다.

이건 플라스틱 그릇을 많이 사용할수록 우리 몸으로 들어오는 미세플라스틱이 많아진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는데요. 플라스틱에 음식을 담고 덜어낼 때, 설거지할 때 용기에서 미세플라스틱 조각이 떨어져 나오기도 하고, 플라스틱 용기가 시간이 지날수록 열화 되면서 미세 플라스틱이 나오는 것과 연관이 큽니다.


4. 교육 수준이 높을수록 혈액 중 미세플라스틱 개수가 많이 검출됐다고 하는데요교육 수준과 플라스틱은 도대체 무슨 상관인가요?

- 연구진은 실험 참가자들을 성별, 나이, 교육, 직업, 결혼 상태, 흡연, 음주, 신체 활동 부족 여부 등의 기준으로 분류를 해 봤는데요. 유의미한 차이는 없었다고 합니다. 다만 교육 수준을 대졸을 기준으로 나눴을 때, 대졸자와 그 미만인 집단은 혈액 샘플에서 발견된 미세플라스틱 개수가 평균 2.0개였는데요. 대학원 이상인 집단은 5.7개가 발견됐습니다. 교육 수준이 높을수록 혈액 내 미세플라스틱 검출 개수도 많았던 거죠. 이에 대해 연구진은 "한국에서 고소득층은 수돗물보다 생수를 선호하며, 이는 미세플라스틱에 대한 노출이 더 높은 데 기여할 수 있다"라고 분석했습니다.

생수병에서 미세플라스틱이 발견된다는 연구 결과가 많이 나오고 있거든요. 생수병 제조과정에서 플라스틱 원료에 열을 가한 뒤 틀에 넣고 공기를 불어넣어 병 모양을 만드는데요. 이 과정에서 플라스틱이 가수분해를 일으키면 미세플라스틱이 나올 수밖에 없는 문제가 있고요. 유통과정에서 햇빛에 노출되면 앞서 말씀드린 열화현상이 일어나면서 미세플라스틱이 생성되죠. 작은 조각이 떨어져 나오는 거라고 보시면 됩니다.


5. 미세 플라스틱에 대한 정부의 입장은 뭔가요?

-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식약처는 2017년부터 화장품, 치약 등에 미세플라스틱을 사용하지 못하도록 전면 금지했습니다. 이전까지는 작은 미세플라스틱 구슬을 넣은 스크럽 제품이나 치약이 팔리기도 했는데요. 이 조치로 화장품과 의약외품에서 미세 플라스틱 사용이 금지됐습니다. 당시 식약처는 "미세플라스틱으로 인한 환경오염이 우려될 뿐 아니라, 해양생태계에 잔류해서 생태계를 교란하고, 먹이사슬을 통해 사람의 먹거리에까지 침투해 건강에 큰 해가 될 수 있다고 판단했다"라고 밝혔습니다.

그러나 식품과 식품용기에서 미세 플라스틱을 제한하는 움직임은 아직 없습니다. 식품에 대해서는 미세플라스틱 시험법을 개발해 내년 중으로 주요 식품군의 미세플라스틱 함유량을 발표할 계획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식품 용기는 식약처가 만든 기준을 통과해야 하는데 미세플라스틱과 관련된 기준은 아직까지 마련되지 않았습니다.

식약처는 미세플라스틱의 인체 유해성에 대해 단정적으로 말할 근거가 아직 없다는 입장입니다. 다만 최근 더 작은 크기의 미세플라스틱에 대한 연구가 활발히 진행 중인 만큼, 유의미한 결과가 나온 논문들을 모아 안전 기준을 정하겠다는 방침입니다.


6. 미세 플라스틱에 대해 굉장히 많은 보도가 쏟아지고 있는데요실제로 우리 몸엔 얼마나 위험한 걸까요?

- 미세플라스틱의 위험성에 대해선 아직 규명되지 않았으니 크게 두려워할 필요는 없다는 입장과, 미세플라스틱이 건강에 악영향을 끼친다는 연구결과가 쌓이는 중이니 확실히 규명되기 전이라도 섭취량을 줄일 방법을 찾아야 한다는 입장으로 나뉩니다.

과학커뮤니케이터로 활동하는 이덕환 서강대 명예교수는 언론 기고에서 이렇게 밝힙니다. <플라스틱은 대부분 화학적으로 매우 안정적이기 때문에 미세플라스틱 자체의 독성을 크게 걱정할 필요는 없다. 물론 미세플라스틱이 만성적인 염증을 비롯한 부작용을 일으킬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다. 미세플라스틱이 우리 몸의 면역력을 떨어뜨리고, 내분비계를 교란하고, 심지어 유전자 변이를 일으킨다는 주장도 있다. 그러나 아직은 미세플라스틱의 잠재적 인체 유해성은 과학적으로 분명하게 확인된 것이 아니다. 미세플라스틱의 표면에 묻어 있는 독성물질에 대한 우려도 설득력이 떨어진다.> <결국 미세플라스틱 때문에 우리에게 당장 끔찍한 재앙이 벌어지는 것처럼 호들갑을 떨 이유가 없다. 과학적으로 확인되지 않은 사실을 지나치게 과장해서 소비자를 공포에 떨게 만들어서는 안 된다. 오히려 미세플라스틱의 잠재적 인체 유해성에 대한 과학연구의 결과를 차분하게 지켜보는 냉정한 자세가 필요하다.>

네 분명히 새겨들을 가치가 있는 말입니다. 그러나 미세플라스틱의 건강 유해성에 대한 연구는 지금도 쌓여가고 있는 상황입니다. 이번 연구에선 혈액 내 미세플라스틱 검출량이 많은 사람들은 염증 및 혈액응고와 관련된 지표가 증가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위험하다고 확정될 때까지는 위험하지 않은 것으로 간주할 것이냐, 위험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확정되기 전부터 회피할 것이냐는 선택의 영역에 있는 상황입니다.


7. 페트병에 들어있는 생수를 얼려 마시지 말라는 보도도 있었는데요

- 미국 버지니아 공대와 중국 저장대 공동 연구팀은 일회용 페트병을 영하의 온도에서 얼린 뒤 녹였을 때 미세플라스틱이 얼마나 나오는지 알아보기 위한 연구를 진행했습니다. 그 결과 60도로 가열했을 때보다 더 많은 미세 플라스틱 등 유해 물질이 용출되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실험 과정에서 연구진은 두께 2.2㎜의 플라스틱 용기에 아무것도 섞이지 않은 물을 담았습니다. 이후 동결과 해동을 반복한 것, 가열한 것, 염소로 소독한 것, 아무것도 하지 않은 경우로 나눠 실험을 했습니다. 

동결과 해동을 반복한 용기에서는 시간 경과에 따라 하루 70~220개의 미세 플라스틱 입자가 나왔습니다. 또 가열한 용기에서는 70~130개, 염소 소독한 용기에서는 60~160개, 아무것도 하지 않은 용기에서는 3~66개가 각각 검출됐습니다.

물이 얼었다 녹는 과정에서 페트병 안쪽에 미세한 균열이 생기고 미세플라스틱 조각이 떨어져 나오는 거죠. 플라스틱 용기를 얼리지 말아야겠습니다.


8. 방송 듣고 미세플라스틱 노출을 줄여야겠다고 생각하실 분들 계실 것 같은데요생활 속에서 어떻게 해야 미세플라스틱 노출을 줄일 수 있을까요?

- 일단 우리 입으로 들어가는 것과 그것에 닿는 것들에서 플라스틱을 제거하려는 노력이 필요하겠습니다.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냉동실에 들어가는 그릇은 플라스틱이 아닌 유리나 스테인리스 같은 재질로 된 걸 쓰시면 좋을 것 같고요. 일회용 컵이라든지 컵라면 이런 것들은 종이라고 생각하실지 모르지만 물이 닿는 부분은 플라스틱 코팅이 돼 있거든요. 이런 것들도 가급적 피하는 게 좋습니다. 물이나 음료수도 플라스틱보다는 유리병에 들어있는 것을 선택하는 게 좋을 것 같고요.

그런데 미세플라스틱 섭취를 줄이기 위해선 소비자 개인의 노력도 중요하지만 사회 전체적으로 플라스틱 생산과 소비를 줄이는 게 절실할 것 같습니다. 단적인 예로 우리 국민이 생수를 사 먹는 비용을 전국 수돗물 만드는 정수장 고도화에 투입하고 노후 수도관 교체에 사용하면 훨씬 더 효율적인 결과가 나오거든요. 옥내 배관도 주기적으로 교체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갖추는 것도 중요하죠. 전 사회적으로 플라스틱에 대한 고민이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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