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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선정수 Dec 27. 2024

케이크 상자는 종이로 분리배출?

알쏭달쏭 분리배출 팩트체크

1. 연말연시라 즐거운 모임도 많으실 텐데요사람의 활동이 많아지면 그만큼 많아지는 게 바로 쓰레기입니다오늘 확인해 볼 내용은 올바른 연말연시 재활용 분리배출인데요먼저 살펴볼 건 케이크 상자네요맛있게 케이크를 먹었으면 상자는 종이로 분리배출하면 되는 것 아닙니까?

- 케이크 상자는 종이로 분리배출한다. 절반의 사실로 판정하겠습니다. 요즘 케이크 상자를 보면 상자 윗면에 손잡이로 쓸 수 있도록 종이를 파 놓은 부분이 있고요. 그 아래쪽을 얇은 플라스틱 필름, 흔히 이야기하는 투명 비닐로 막아놔서, 케이크 모양을 볼 수 있도록 해놨습니다. 분리 배출하기 전에 이 필름을 제거해야 하고요. 그리고 케이크 받침대 부분이 있습니다. 대부분 골판지를 코팅지로 감싸놓은 형태입니다. 그리고 받침대 밑면에는 영양성분 표시 스티커가 붙어있습니다. 스티커를 제거한 다음에 코팅지를 떼어내서 골판지는 상자류로 분리배출하면 됩니다. 그럼 케이크 상자 본체가 남았죠. 이걸 그냥 종이류로 분리배출하면 되는 것 아니냐고 하실 수 있는데요. 그러면 안 됩니다. 조금 찢어봐서 잘 찢어지면 종이류로 분리배출 하시고요. 도저히 찢어지지 않는다면 종량제 봉투에 넣어서 버리는 게 좋습니다. 


 2. 왜죠종이로 만든 상자를 종이류로 분리배출하면 안 되는 이유는 뭔가요?

- 바로 필름 코팅 때문인데요. 종이에 플라스틱 코팅이 붙어있으면 재활용 공정을 방해합니다. 종이류는 분리수거된 뒤 재생 종이 공장으로 가는데요. 여기에서 수거된 고지를 파쇄해서 화학약품을 섞은 물에 넣어 곤죽처럼 만듭니다. 그다음에 펄프를 건져내서 다시 종이를 만드는 원료로 쓰는 건데요. 플라스틱 필름으로 코팅된 종이는 풀어지는 시간이 코팅 안 된 종이보다 훨씬 오래 걸립니다. 그래서 공정을 방해하죠. 그럼 불순물로 인식돼 제거되고 쓰레기로 처리됩니다. 플라스틱 필름이 섞여 들어가면 재생용지의 품질이 떨어지게 되고요. 그런데 종이의 한쪽 면에만 코팅이 된 정도라면 풀어지는 속도 차이가 그렇게 크지 않아서 공정에 무리를 주지는 않는다고 합니다. 양쪽 면에 모두 코팅이 돼 있으면 물을 흡수하지 못해서 풀어지는 속도가 굉장히 오래 걸리는 겁니다. 이걸 구분하는 방법이 조금 찢어봤을 때 잘 찢어지는지, 안 찢어지는지를 확인하는 거죠.      


3. 그럼 케이크 상자에서 비닐을 분리하고 받침대에서 골판지를 빼낸 다음에 상자 종이를 찢어보고 잘 찢어지면 종이로 분리배출안 찢어지면 종량제 봉투로?(빙고케이크보다 더 많이 드시는 게 우유일 텐데요. 우유팩 잘 분리배출 하는 방법도 따로 있다면서요?

- 네 우유팩은 종이류로 섞어서 버리면 재생 종이의 공정을 방해합니다. 우유팩도 양쪽 면이 모두 플라스틱으로 코팅이 돼 있는데요. 우유와 닿는 부분은 당연히 코팅이 돼 있어야 젖지도 않고, 우유에 종이 냄새가 배어들지 않겠죠. 바깥쪽 부분은 냉장고에 있다가 꺼냈을 때 습한 상태면 이슬이 맺히면서 젖을 수 있거든요. 그럼 강도가 약해지는 문제가 생기죠. 그래서 우유팩 양쪽면 모두를 코팅하는 겁니다. 그런데 이 우유팩을 만드는 데 쓰는 원료가 굉장히 고급 펄프입니다. 그래서 이 우유팩만 따로 모아서 재생을 하면 양질의 펄프를 얻을 수 있죠. 고급 화장지로 만드는 비율이 굉장히 높다고 합니다. 우유팩 재활용률을 높이기 위해서 지자체마다 우유팩을 모아 오면 화장지로 교환해 주는 제도를 시행하는 곳이 많습니다.     


4. 우유값도 많이 올라서 요즘에 오래 두고 먹을 수 있는 멸균 우유 드시는 분들도 많다고 하는데요이 멸균우유가 담긴 팩은 신선우유를 담은 팩과는 좀 다릅니다분리배출 방법도 다른가요?

- 네 멸균팩이라고 부르는데요. 멸균우유나 두유, 일부 과일주스를 담는 네모난 팩이죠. 잘라보면 안쪽에 알루미늄 코팅이 돼 있어 반짝입니다. 열과 세균을 막고 산소와 자외선도 차단하기 때문에 실온에서도 변질 우려 없이 오래도록 보관할 수 있는 것이죠. 그런데 멸균팩을 종이류와 섞어서 배출하거나 일반 종이팩과 함께 배출하면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재활용 공정에 방해가 됩니다. 물에 풀어지는 속도가 느릴뿐더러 풀어지면서 알루미늄 조각이 나오거든요. 그게 섞여 들어가면 재생 종이의 품질을 떨어뜨리는 요인이 됩니다. 따라서 멸균팩은 멸균팩끼리 따로 모아서 주민센터나 자연드림, 한살림 등 생협에 가져다주시면 되고요. 그린고라운도, 에코야얼스 등 앱을 이용하면 방문수거도 가능하고 현금처럼 쓸 수 있는 포인트도 받을 수 있습니다. 분리배출하기 전에는 내용물을 비우고 헹궈서 잘 말려야 합니다.


5. 연말연시에 가족과 함께 과일 드실 일도 많을 것 같은데요요즘 사과나 배는 개별적으로 말랑말랑한 포장재에 싸여있는 경우가 많아요이건 스티로폼으로 분리배출하면 되는 건가요?

- 안 됩니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스티로폼은 발포폴리스티렌(EPS)입니다. 폴리스티렌 수지를 성형할 때 기포를 불어넣어 부풀린 겁니다. 이걸 따로 열을 가해 녹여서 기포를 빼 부피를 줄인 다음에 압축하고 실로 뽑아냅니다. 최종적으로는 건축용 합성목재나 욕실 발판, 경량 콘크리트 부재료 등으로 사용됩니다. 그런데 과일을 개별 포장하는 그물망처럼 생긴 완충재는 폴리에틸렌으로 만듭니다. 스펀지처럼 말랑말랑한 게 스티로폼과 구별이 안 되지만 재질이 다른 거죠. 이게 스티로폼 재생 공정에 섞여 들어가면 녹는점이 다르기 때문에 공정을 방해한다고 합니다. 이 재질은 재활용업체수가 적고 일반 스티로폼과 분리해 수집·선별하기가 어렵다고 합니다. 가정에서 소량으로 발생하는 경우에는 종량제봉투로 배출하라는 게 환경부 입장입니다. 

가끔 색깔이나 무늬가 들어있는 스티로폼 용기를 볼 수 있는데요. 이것도 종량제 봉투에 버리는 게 좋습니다. 색깔이 들어가면 재생 원료 값을 제대로 받을 수 없다고 하네요. 컵라면 등 스티로폼으로 만든 용기에 음식에서 색깔이 묻어나는 경우가 있는데요. 아무리 설거지를 열심히 해도 지워지지가 않죠. 이러면 종량제봉투에 넣어 버리는 게 좋습니다. 햇빛에 여러 날 말리면 카로티노이드 색소가 햇빛에 분해되면서 흰색으로 돌아온다고 하니까 이 방법을 이용해 빨간 국물 자국을 없앤 뒤에 스티로폼으로 분리배출 하시면 되겠습니다. 기름기가 묻어있으면 종량제봉투로 버립니다.      


6. 작년 이맘때 즉석밥 용기에 대해서 팩트체크 한 기억이 나는데요즉석밥 용기는 플라스틱으로 분리배출해도 결국 일반 쓰레기로 처리된다는 내용이었는데좀 바뀌었습니까?

- 본질적으로는 달라진 게 없습니다. 즉석밥을 먹고 용기를 깨끗이 씻고 말린 다음에 플라스틱으로 배출하면 재활용 선별장에서 골라내 일반 쓰레기로 버립니다. 즉석밥 용기 재질이 폴리프로필렌(PP)과 에틸렌비닐알코올(EVOH)이라는 재질을 3겹으로 성형하거든요. 단일재질이면 재활용에 아무 문제가 없는데, EVOH 재질이 섞여 들면서 PP재생 원료의 품질을 낮춥니다. 그래서 재생업체들이 꺼리는 거죠. 그런데 이 즉석밥 용기도 따로 모아서 지정된 장소에 분리배출하면 재활용이 가능합니다. 가장 쉬운 방법은 업사이클 에디션을 선택하는 건데요. 즉석밥을 구매한 상자에 빈 그릇을 담아서 회수를 신청하면 택배사가 제조사로 되돌려주는 패키지입니다. 아니면 즉석밥용기 회수를 위해 설치된 거점을 찾아서 돌려주면 됩니다. 아직까지는 굉장히 번거로운 일입니다. 그래도 즉석밥 1위 제조사인 CJ제일제당의 경우 용기 제조 시 자투리 원료를 재활용해 다시 용기로 만드는 공법 등을 사용해 플라스틱 사용량 30%를 줄였다고 합니다. 소비자가 꾸준히 개선을 요구하며 기업을 압박하기 때문에 가능한 일입니다.  


7. 추운 겨울 따듯한 커피 한잔 생각날 때가 많죠그런데 커피를 마시고 난 뒤에 종이컵은 어떻게 버려야 할까요?

- 종이컵은 기본적으로 액체를 담기 때문에 안쪽 부분을 플라스틱 재질로 코팅합니다.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코팅 종이는 펄프를 추출하는 공정에서 더 늦게 풀어지기 때문에 공정을 방해합니다. 그러나 한쪽 면만 코팅이 된 상태는 재활용에 큰 어려움은 없다고 합니다. 코팅 무게가 전체의 5~7% 정도 되면 폐지로 재활용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도 나와 있고요.

그런데 양쪽 면이 모두 코팅이 됐거나 과도하게 인쇄가 됐다면 재활용이 어렵다고 합니다. 극장이나 프랜차이즈 카페에서 만나기 쉬운데요. 이럴 때는 다 마시고 나서 해당 점포에다가 돌려주는 게 재활용 확률을 가장 높이는 방법입니다. 종이컵에 사용되는 펄프는 100% 천연펄프로 잘만 모아주면 고급 종이 제품으로 변신할 수 있거든요.       


7. 종이 분리배출 이야기가 나와서 말인데요아이들이 크레파스로 그린 그림이 들어있는 스케치북은 어떻게 분리배출해야 할까요?

- 철제 스프링은 빼서 고철류로 배출하시고요. 나머지는 종량제 봉투에 버리면 됩니다. 크레파스나 물감은 재활용 공정에서 이물질로 작용합니다. 종이 재활용 공정에서 잉크 성분을 제거하는 탈묵이나 표백 공정이 포함돼 있는데요. 크레파스나 물감, 특히 유화물감은 제거하기가 어렵습니다.

마찬가지로 종이이긴 하지만 종이로 버려선 안 되는 대표적인 게 영수증입니다. 영수증 종이는 열을 받으면 검게 색이 변하는 감열지인데요. 이걸 만들 때 화학약품이 많이 첨가돼 있습니다. 그래서 다른 종이와 섞이면 품질을 떨어뜨립니다.

종이 재질의 긴 통에 들어있는 감자칩 많이 팔리고 있는데요. 이 종이통도 종이로 분리배출하면 안 됩니다. 밑부분이 금속 재질로 막혀 있고요. 안쪽은 알루미늄으로 코팅이 돼 있기 때문입니다.

제조사들이 분리배출과 재활용 쉽도록 포장 용기를 만드는 노력이 매우 부족합니다. 앞서 즉석밥 사례에서 보듯이 소비자들이 재질을 개선하지 않으면 사지 않겠다는 의지를 적극적으로 표명하고, 기업의 행동 변화를 촉구하면 기업은 변화하지 않고는 배겨 나지 못합니다. 자기네 물건을 팔아야 하니까요. 재활용할 수 없는 물건은 사지 않는다. 이게 소비자들이 지구를 지키는 첫 번째 방법이 될 것 같습니다.


이 내용은 홍수열 자원순환사회경제연구소 소장이 지은 <그건 쓰레기가 아니라고요> 내용을 참조해 재구성했습니다. 분리배출에 대해 자세히 알고 싶으신 분들은 <내 손 안의 분리배출> APP이나 <그건 쓰레기가 아니라고요> 책을 참조하시면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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