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워서 못 다니겠다? 그럼 여기가 딱

서울식물원

by 선정수

너무너무 추워지면 아이고 어른이고 움츠러들게 마련이지요. 바람도 싫고 추위도 싫고 밖에 나가기도 싫어요. 아이와 함께 집에만 있으면 트러블이 생기게 되고 옥신각신 하다 보면 한숨도 나오고 몸도 찌뿌드드하고 자꾸 나가고 싶어 져요. 이날은 인형+장난감 놀이를 하자는 진이의 파상공세에 시달린 끝에 지금 생각해도 대견한 아이디어를 냈지요. 바로바로 서울식물원. 추위가 파고들 수 없는 훌륭한 산책 공간입니다.


20191204_130730.jpg 멀리서 보면 우주선이 착륙한 것 같은 모양의 거대한 온실입니다. 아기자기한 조형물들이 우리를 반겨 주네요.

그다지 멀지 않은 곳에 진이 할머니가 계셔서 할머니도 서울식물원에 동행했습니다. 서울 지하철 9호선 양천향교역에서 도보로 10분 정도 걸립니다. 이날도 매서운 바람이 불었지만 햇볕을 안고 걸으니 크게 추운 줄은 몰랐습니다. 65세 이상인 할머니와 미취학 아동인 진이는 무료입장입니다. 저는 제로페이 30% 할인받고 3500원에 입장했습니다. 제로페이 할인 혜택은 연말까지라고 적혀 있던데 제발 내년에도 계속 이어졌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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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마스 분위기가 물씬 나는 장식으로 식물원 곳곳을 꾸몄습니다. 진이는 매우 신났습니다.

입구로 들어오자마자 진이는 외투부터 벗습니다. 따뜻하고 넓고 자동차가 다니지 않는, 나무 냄새와 흙냄새가 나고 적절한 습도가 유지되는... 진이에게 최상의 산책 공간입니다. 입장과 동시에 엄청 흥분한 진이는 여기저기 나무와 꽃을 구경하며 뛰어다니느라 바쁩니다. 배가 고픈 어른들 사정은 아는지 모르는지 고픈 제 뱃속은 아는지 모르는지 엄청 신났습니다. 30분 정도 구경을 한 뒤 온갖 방법을 동원해 밥을 먹으러 갑니다. 식물원 안에는 카페, 푸드코트, 레스토랑 등 편의시설이 잘 갖춰져 있습니다. 다만, 실내에선 싸 갖고 들어온 음식을 먹을 수 없도록 돼 있습니다. 영업장소에서도 외부음식 반입을 금지하고 있지요. 도시락을 싸온다면 건물 바깥의 벤치에서 먹어야 한다는 뜻인데요. 겨울엔 힘듭니다. 너무 추워요. 우리는 4층 레스토랑을 선택했습니다. 할머니가 오랜만에 파스타를 드시고 싶어 하시네요. 맛나게 점심을 먹고 다시 관람 또는 산책을 시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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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실에는 온갖 열대 식물들이 잘 자라고 있습니다. 드넓은 공간에서 추위 걱정 없이 아이들 기지개 켜기에 정말 좋습니다.

동물을 좋아하는 진이는 계속 동물들을 찾아 헤맵니다. 새소리가 들려오기에 새를 찾으려 했지만 스피커에서 나오는 녹음된 소리입니다. 다행히 연못 안에 열대어들이 헤엄치고 있어 진이가 기뻐했습니다. 하지만 아직 '식물원'에 대한 개념이 잘 정리되지 않는 진이는 '왜 다른 동물은 없는 거예요?'라고 계속 따져 묻습니다. 태국에서 인생의 절반 이상을 보낸 진이는 태국에서 많이 보던 바나나, 파파야, 망고나무를 보고 친숙함을 느낍니다. 선인장 앞으로 지나갈 때는 아빠가 가시에 찔릴까 봐 손을 잡아끌기도 합니다.


20191204_143345.jpg 이날 진이가 가장 유심히 관찰했던 '씨앗도서관'입니다.

식물문화센터 1층에 있는 '씨앗도서관'은 진이가 가장 큰 관심을 보인 곳이랍니다. 온갖 씨앗들을 전시해 놓은 곳인데요. 진이는 산에 올라갈 때마다 찾아봤던 도토리를 알아보고는 펄쩍 뛰면서 좋아했습니다. 이곳에선 씨앗을 대출받을 수 있다고 합니다. 1인 1종의 씨앗 1그람을 대출받은 뒤 파종해 다시 씨앗을 받아 반납하는 방식이라고 하네요. 진이가 좀 더 크면 이용해 봐야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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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실 밖에는 주제원, 호수원, 습지원 등이 있습니다. 너무 추운 날에는 좀 다니기가 힘들어요. 어서 봄이 와서 다시 와봤으면 좋겠네요.


온실에 싫증이 났어요. 밖으로 나가자고 합니다. 어른들은 따뜻한 실내가 좋은데 아이는 그게 아닌가 봐요. 온실 밖으로 나가면 큰 호수가 있어요. 바로 호수원이지요. 호수 둘레를 따라 크리스마스 분위기가 물씬 풍겨요. 겨울이 아니면 더 좋았을 텐데 풍경이 좀 쓸쓸하네요. 어린이정원학교라는 곳도 있어요. 이곳은 예약제로 운영되는 교육프로그램이 진행되는 곳이랍니다. 제목만 봐도 재미있어 보이는 프로그램이 많이 있습니다. 추위가 계속돼 몸이 움츠러들고 따뜻한 남쪽나라가 생각나는 날 다시 와야겠다는 마음을 먹으며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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