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가 함께 하자고 조르면 심장이 덜컥하는 놀이
태국에서 유아시절을 보내고 올해 한국에 돌아온 진이는 올 겨울이 의사소통이 가능해진 이후 처음 맞는 겨울입니다. 진이는 가을엔 덥지 않고 밖에 마음껏 나갈 수 있어서 너무너무 행복했답니다. 추운 게 더운 것보다 낫다는 진이에게 따뜻한 겨울이라는 이번 겨울 추위는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답니다. 하지만 3한4미가 진이의 발목을 잡고 있지요. 뿌옇게 미세먼지가 덮친 날이면 진이는 아빠가 밖에 나가지 않는다는 사실을 어렴풋이 알게 된 것 같습니다. 매일 같이 밖에 나가자고 조르던 아이가 미세먼지 자욱한 날에는 나가자는 소리를 않네요.
밖에 나가지 않으면 집 안에서 할 수 있는 놀이를 찾아야 하는데요. 진이의 집안 놀이는 책 읽기, 인형/장난감 놀이, 블록 놀이, TV 보기 정도가 있네요. 요즘에는 자꾸 글을 읽고 싶어 해서 한글 놀이도 시작했는데 매우 좋아하지는 않는답니다. 아이를 돌보는(풀타임이든 파트타임이든) 아빠 대부분이 아마도 아이와 함께 하는 실내 놀이에 취약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진이 아빠는 어릴 적부터 한 자리에 가만히 앉아있는 것을 잘 견디지 못했답니다.
진이가 TV를 보는 시간이 아빠가 가장 여유로운 시간입니다. 하지만 TV 보기는 부작용이 있습니다. 하루에 한 시간 이상 시청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충실히 지키려 노력하고 있는데요. TV 보기를 끝낼 때 굉장히 뒤끝이 길다는 겁니다. 마치 유아시절 낮잠을 자다가 깬 것처럼 짜증을 낸다는 점입니다. 강제로 끄지 않고 스스로 끄게 하는 방법이 뒤끝을 줄이는 데 효과적입니다. 이를 위해선 남은 시간을 지속적으로 알려주는 게 좋습니다. 그리고 약속한 60분이 끝났다고 해도 시청하고 있는 프로그램 한편이 완전히 끝날 때까지 기다려주는 편이 낫습니다.
딸내미와 아빠 모두 아쉬운 60분이 지나가면 꿈과 환상의 세계는 끝나고 다시 현실과 마주하게 됩니다. 바깥엔 미세먼지가 여전하고 집 안엔 놀아달라는 딸내미가 졸라대지요. 가장 두려운 선택지는 장난감/인형 놀이입니다. "아빠 장난감 놀이하자.", 또는 "아빠 같이 인형 놀이해요."라는 요구가 가장 난감합니다. 일단 한 자리에 앉아 계속 재잘재잘 이야기를 해줘야 하고 아이가 이래라저래라 시키는 명령(?)에 따라줘야 합니다. 게다가 언제 끝이 날지 기약도 없는 상황극이 밑도 끝도 없이 계속됩니다. 첫 30분 정도는 어느 정도 따라주겠는데 그 이상 넘어가면 체력, 정신력, 인내심 등 모든 게이지가 순식간에 바닥으로 떨어집니다.
다른 놀이로 유도하려고 이래저래 온갖 수를 써봐도 똑똑해진 진이 양이 잘 넘어오지 않습니다. 장난감 놀이 일일 할당량이 있는 모양입니다. 그래서 수를 내봤는데 아직은 잘 먹혀듭니다. 살짝 알려드릴게요. 가장 큰 건 일단 마음가짐입니다. 하기 싫은 마음이 1이라도 들면 그 담부턴 하기 싫어집니다. '이번 회차의 상황극은 정말 즐기겠다'는 마음가짐이 필요합니다. 각론으로는 아이가 지어주는 인형과 장난감의 이름은 외우는 것입니다. 그리고 상황극(장난감/인형 놀이)을 시리즈로 만듭니다. 시작은 있는데 끝이 없는 상황극을 끝내는 걸 도와줍니다. 총 놀이 시간을 정해놓고 시작하는 것도 끝내는 데 도움이 됩니다.
아이와 아빠 모두 스토리를 잘 알고 있는 이야기를 재현하는 것도 괜찮습니다. 인형놀이를 하자고 할 때 '오늘은 겨울왕국 2편 놀이를 하는 게 어떨까'하고 제안을 해 보세요. 서로 도와가면서 이야기를 만들어 갈 수 있습니다. 다음 차례엔 이야기를 변형시키거나 새롭게 만들어 내는 것도 재미납니다. 주의점은 '절대 눕지 않는다'입니다. 허리가 아프다거나 바닥에 들러붙고 싶은 기분이 든다든가 하겠지만 이겨내야 합니다. 누우면 10분 안에 파국이 오게 마련입니다. 장난감/인형 놀이를 끝낸 뒤 무엇을 할지 정해놓는 것도 좋습니다. 움츠렸던 몸을 펼 수 있는 몸놀이 종류면 더 좋겠네요. 밖에 나갈 수 없으니 침대 위에서 발 비행기 태워주기, 실내 공놀이, 체조 따라 하기 놀이 정도가 어떨까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