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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산 쓰면 하남자, 동남아인은 폭염에 강하니 냅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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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선정수


1. 오늘 주제는 <폭염과 관련된 잘못된 상식>입니다. 기록적인 불볕더위가 이어지고 있고, 곳곳에서 폭염과 관련된 온열질환 환자가 발생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는데요. 폭염과 관련된 잘못된 상식들 먼저 짚어볼 주제는 <실내 작업은 폭염으로부터 안전하다>인데요. 야외에서 땡볕을 받으면서 작업하는 것보다 실내가 더 안전할 것 같은데 아닌가요?

- 먼저 안타까운 소식 하나 전해드리겠습니다. 지난 7일 경북 구미시 한 아파트 공사 현장에서 베트남 국적 일용노동자 A 씨가 숨졌습니다. A 씨는 이날 오후 4시 40분쯤 공사현장 지하 1층에서 앉은 채 쓰러져 있는 상태로 발견됐는데요. A 씨는 퇴근 전 동료들에게 화장실에 다녀오겠다고 말한 뒤 자리를 비웠다가 돌아오지 못했다고 합니다. 발견 당시 A 씨는 이미 숨진 상태였는데 체온이 40.2도였다고 합니다. 이런 정황을 들어 당국은 A 씨의 사인을 온열질환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A 씨처럼 실내에서 작업하는 분들도 폭염에 노출되고 또 온열질환에 걸릴 수 있습니다. 뙤약볕 쬐지 않는 실내에서 무슨 온열질환이냐고 하실 분들도 계실 텐데요. 통계 하나 살펴보겠습니다. 질병관리청의 온열질환감시체계 운영결과입니다. 올해 5월부터 현재까지 응급실을 통해 들어오는 온열질환 환자들을 집계한 건데요. 올해 온열질환 환자는 1228명이 응급실로 들어왔는데요. 숨진 사람만 8명에 이릅니다. 발생장소를 보면 실외가 996명으로 81.1%를 차지했는데요. 실내에서 온열질환이 발생한 경우도 232건 18.9%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실내라고 해서 무조건 폭염으로부터 안전하다고 생각하시면 안 되는 거죠.

2. 계속 말씀드리지만 시원한 물, 냉방장치, 2시간마다 20분 휴식 등 온열질환 예방수칙을 꼭 지키는 게 중요하겠습니다. 이런 온열질환을 예방하려면 소금을 미리 섭취해야 한다는 이야기가 있는데요. 사실인가요?

- 예전에 제가 군 복무하던 시절에는 여름에 야외 훈련을 하기 전에는 알약 형태로 된 소금을 나눠주고 먹으라고 했습니다. 온열질환을 예방한다는 취지였는데요. 지금도 그러나 모르겠네요. 온열질환은 열사병, 열탈진, 열경련, 열실신, 열부종 등으로 구분되는데요. 예전에는 소금을 섭취하면 온열질환 특히 열경련을 예방할 수 있다는 설이 많았는데요. 지금은 알약이나 가루 형태의 소금을 섭취하는 걸 권장하지 않는 흐름입니다.

일본 후쿠시마 의대 연구진이 소방관 28명을 대상으로 한 연구가 있습니다. 7~8월 기간 동안 강도 높은 훈련을 한 소방관들이 소금 섭취 시기와 섭취량에 따라 온열질환 위험도가 어떻게 달라지는지를 파악했는데요. 훈련 전에 섭취한 소금양이 많아질수록 온열질환 위험도가 오히려 높아진다는 점을 발견했습니다. 연구진은 "예방적 소금 섭취가 온열질환으로 이어질 수 있음을 시사한다"라고 밝혔습니다.

우리나라 질병관리청은 "여름철 온열질환을 예방하기 위한 목적으로 소금이나 이온음료를 별도로 섭취할 필요는 없다"라고 밝힙니다. 다만 "땀을 많이 흘렸을 경우에는 이온음료를 통해 수분과 전해질을 보충할 수 있다"라고 덧붙이는데요. "이온음료 중에는 과당함량이 높은 경우기 있어 복용 시 주의해야 한다. 염분 섭취를 제한해야 하는 질병(심장질환, 신장질환 등)을 가진 환자는 이온 음료 혹은 염분 섭취 전에 의사와 상의해야 한다"라고 밝힙니다.

고온에서 땀을 많이 흘리는 작업을 하신다면 충분한 물을 조금씩 나눠서 자주 드시는 게 좋다고 합니다. 15분마다 100~200ml 정도라고 하네요.


3. 뜨거운 날씨를 이기기 위해 아이스커피나 시원한 맥주를 드신다는 분들이 있는데요. 온열질환 예방에 도움이 될까요?

- 여름철에는 수분을 충분히 섭취해야 합니다. 더운 날씨에는 차가운 물을 섭취하는 게 체온 유지에 도움이 되는데요. 고온 작업 현장에선 약 15도 정도의 차가운 물을 지속적으로 공급해 주는 게 좋다고 합니다. 그런데 술이나 카페인이 다량 함유된 커피, 탄산음료 등을 마시는 것은 좋지 않습니다. 술이나 카페인 음료는 체온 상승, 이뇨 작용으로 탈수를 유발하기 때문인데요. 밤에는 숙면을 방해하는 요인이 될 수 있다고도 하고요. 따라서 폭염 시에는 갈증이 나지 않더라도 물을 충분히 마시는 것이 가장 좋다고 합니다.

덥다고 갈증이 난다고 아이스커피와 맥주를 마시는 건 오히려 갈증과 탈수를 부를 수 있다는 점 기억하시면 좋겠습니다.

4. 더운 날씨에도 활기차게 뛰어노는 아이들을 보면 에너지가 대단하다는 생각이 드는데요. 어린이들은 폭염에 강한 걸까요?

- 여름철 언론의 사진 기사에 항상 등장하는 주제인데요. 어린이들이 뙤약볕 수영장이나 물놀이장에서 재미있게 노는 모습입니다. 그런데 기사 제목은 "폭염이 즐거운 어린이들의 주말" 이렇게 뽑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어린이들은 폭염 속에서 놀아도 괜찮구나'라고 생각하실 수 있는데요. 큰일 날 수 있습니다.

어린이는 성인보다 신진대사율이 높아 열이 많고, 체온 조절 기능이 충분히 발달되지 않아 땀 생성 능력이 낮고, 열 배출이 어려운 특성을 지닙니다. 따라서, 여름철 기온이 높을 때 더욱 주의가 필요합니다. 2013년부터 2022년까지 온열질환 응급실 감시체계 운영결과를 살펴보면, 어린이 온열질환자(6~13세)의 60.8%는 운동장(공원)에서 발생했고, 52%는 낮 시간(낮 12시~오후 5시)에 증상이 발생한 걸로 나타납니다. 폭염 시 야외활동을 피해야 하고요. 시원한 곳에 머물도록 보호자가 지도해야 합니다. 자동차 안 같은 밀폐된 공간에 어린이를 잠시라도 혼자 두면 안 됩니다. 여름철 차량 실내 온도는 10분 만에 실외보다 20도 넘게 오를 정도로 급상승하기 때문에 절대로 아이 혼자 차량에 두고 내리는 일은 없어야겠습니다.

5. 폭염을 이기는 방법으로 많이 사용하는 게 모자를 착용하는 건데요. 모자를 쓰면 머리가 뜨거워서 싫다는 분들이 의외로 많습니다. 모자를 쓰면 체온이 올라가나요?

- 각종 폭염 대비 수칙에 항상 빠지지 않는 것이 "외출 시 햇볕 차단하기(양산, 모자)"입니다. 그런데 굉장히 많은 분들이 모자를 쓰면 머리가 뜨거워져서 싫다고 하시는데요. 관련 연구를 찾아봤습니다. 스포츠 의학 및 체력 저널(The Journal of Sports Medicine and Physical Fitness)에 발표된 연구인데요. 잘 훈련된 9명의 러너를 섭씨 32도의 더위 속에서 한 시간 동안 달리게 했습니다. 한 그룹은 모자를 썼고 한쪽은 안 썼는데요. 모자 착용자와 비착용자 간에 유일한 미세한 차이는 모자 착용자의 이마 피부 표면 온도가 약간 더 높게 나타났다고 합니다. 두 그룹의 전반적인 체온은 동일했으며, 연구 결과 더위 속에서 달릴 때 모자 착용이 체온 조절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실제로 모자를 쓰면 모자가 이마에 닿는 부분 아래 피부가 약간 덥게 느껴질 수 있지만, 모자 때문에 온몸의 체온이 상승하는 건 아닙니다. 모자가 햇볕 화상을 예방해 준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모자를 쓰는 것이 분명히 이점이 더 큽니다.

모자의 윗부분이 바람이 잘 통하는 소재로 만들어지고 챙이 넓은 모자를 쓰는 게 햇볕은 가리면서도 머리가 뜨거워지지 않는 방법이 되겠죠. 밀짚모자나 메쉬 소재로 만들어진 제품을 착용하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6. 요즘 화장하는 남자, 제모하는 남자도 많고, 피부관리하는 남자도 많습니다. 그런데 유독 양산을 쓰는 남자를 하남자라고 부른다면서요. 양산 쓰면 하남자 어떤 맥락인가요?

- 남성들이 많이 활동하는 일부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양산을 쓰는 걸 남자답지 못한 행동이라고 조롱하는 분위기가 있습니다. 하남자는 상남자의 반대되는 의미로 쓰는 거고요. 그런데 워낙 더위가 심하니까 이런 주장이 반박되는 추세인데요.

인터넷 커뮤니티 게시글을 몇 개 가져와봤습니다. "상남자가 머저리랑 동의어임?" 이런 댓글이 있었고요. "방에만 처박혀서 커뮤니티만 하니 밖이 얼마나 더운지 모르지", "양산 쓰면 하남자가 아니라 남의 시선 눈치 보여서 쓰고 싶어도 못쓰는 게 진짜 하남자지", "햇빛을 피하는데 성별 따지는 건 웃기다고 생각한다. 우산 겸용 양산도 있고 양산 쓴 분들도 많은데, 더워 죽겠는데 무슨 남의 신경 써"라는 의견도 있었습니다.

시대가 바뀌는 과정이라고 보시면 될 것 같은데요. 양산하면 떠오르는 이미지가 여성용의 레이스가 달린 하얀 양산이 생각나고, 어쩐지 여성 전용일 것 같은 느낌이 드는데요. 조선시대에는 지배층 일부만 사용했다고 하네요. 폭염 일수가 계속 늘어나고 강도도 세지는 만큼 남녀 가리지 않고 양산을 쓰는 시대가 곧 올 것 같습니다.

양산을 사용하면 습구온도를 최대 3도 정도 낮출 수 있어 열사병 위험을 크게 줄일 수 있습니다. 일본 환경성에 따르면 양산 사용 시 땀이 나는 양도 17% 줄었다고 하고요. 심박수 상승을 억제하고 체감온도를 많이 낮추는 기능을 한다고 합니다. 남자든 여자든 양산 쓴다고 뭐라고 할 건 아닌 것 같네요.

7. 외국인 노동자가 열사병으로 사망했다 이런 소식을 매년 듣게 되는데요. 한편으로 더운 나라에서 온 사람들은 더위에 강할 것 같은 선입견이 있는데요. 이건 사실입니까?

- 사계절이 뚜렷한 온대 나라. 우리나라 사람들은 더위에도 강하고 추위에도 강하냐. 그렇지 않잖아요. 더운 나라에서 온 사람들도 개인차가 분명히 존재할 테고요. 산업 현장에서 중요하게 보는 건 고온의 작업 환경에 신체가 적응을 했는지 여부입니다. 앞서 말씀드렸던 베트남 출신 사망 노동자는 작업에 투입된 첫날 사망한 걸로 나타나거든요. 그렇기 때문에 더 섬세하게 관리돼야 할 필요가 있는데 언어 소통 문제도 있고, 미등록 이주민 그러니까 불법 체류 신분이었기 때문에 사각지대에 놓이는 측면도 있었다고 봅니다. 그리고 동남아시아 국가들도 해마다 온열질환으로 인한 사망자가 발생하고 있습니다. 그분들도 한국인들과 마찬가지로 폭염에 대해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는 점 잊지 말아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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