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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태유학 홈커밍데이 가서 새끼제비 구한 이야기

박씨를 물어다 주나?

by 선정수

자연 속에서 배우고 뛰놀던, 그리고 지금 자연 속에서 살고 배우고 느끼는 아이들이 함께 만났습니다. 강원도 인제군 기린면 진동2리 설피마을 진동분교에서 2024년 생태유학을 했던 친구들과 올해 생태유학을 하고 있는 아이들이 만난 건데요. 당연히 부모님들도 함께 만났죠. 본격적인 방학과 휴가철을 맞아 강원도 동해안을 향하는 서울양양고속도로는 이른 아침부터 엄청 밀렸어요. 평소라면 2시간 30분이면 도착해야 할 거리가 4시간 가까이로 늘어났네요. 교통체증을 뚫고 집결지인 양양 해담마을에 도착했어요.


친구들과 조금이라도 더 많은 시간을 보내고픈 초5경진은 달리는 차 안에서 물놀이 복장으로 갈아입었습니다. 차에서 내려 물놀이장으로 걷고 있는데 저 멀리서 '경진아~'를 외치며 달려오는 아이들이 보입니다. 2024년 생태유학을 함께 했던 엘이, 겸이, 수현, 지우, 윤서가 격렬하게 환영을 해줍니다. 2025년 생태유학을 하고 있는 어린이들과 부모님들도 반갑게 맞아줬습니다. 도착하자마자 아이들은 해담마을의 자랑인 수륙양용차를 타고 물로 뭍으로 신나게 달립니다. 이후 뗏목도 타고 계곡에서 물놀이도 하면서 즐거운 시간을 보냅니다. 어마어마한 더위가 한반도를 휩쓸고 있었지만 백두대간 아래 자리 잡은 해담마을 계곡은 시원한 바람을 불어 아이들을 응원합니다.


한참 동안 신나게 놀고 점심을 먹을 시간이 됐죠. 생태유학을 주관하는 인제군로컬여행사업단이 점심을 대접해 주셨습니다. 인근 식당에 갔는데 처마 밑에 제비집이 굉장히 많았어요. 분주히 먹이를 물어 새끼에게 전해주는 제비들이 활기차게 날아다녔습니다. 아침부터 아무것도 안 먹고 물놀이 신나게 하다가 허겁지겁 음식을 먹은 초5경진은 약간 체한 듯했습니다. 속이 불편하다면서 화장실을 찾네요. 그런가 보다 했는데요. 돌아와서는 밥을 먹고 있는 제게 나와서 뭘 보라고 합니다. 일단 밥을 다 먹고 나갔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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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끼제비가 둥지에서 떨어졌습니다. 사다리를 구해서 다시 올려줬죠. 제비 부부가 긴급 회의를 하고 있는 모습입니다. 어떤 결정을 내렸을까요? ©선정수

새끼 제비가 땅에 떨어져 웅크리고 있었습니다. 뙤약볕을 피해 움직였는지 다행히도 나무 그늘에 들어가 앉아있었는데요. 초5경진은 새끼 제비를 구해주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한상훈 박사님께 연락을 해봤죠. 상황을 말씀드렸더니 새끼 제비를 다시 둥지에 넣어주는 게 최선이라고 하십니다. 그런데 둥지는 꽤 높아서 사다리가 없이는 닿을 방법이 없었어요. 식당에 물어봤는데 사다리는 없다고 합니다. 그래도 포기할 초5경진이 아니죠. 입술을 앙다물며 발을 동동 구르고 있기에 제가 대신 전화를 돌립니다.


먼저 연결된 강원도야생동물구조센터에선 출동이 어렵다고 하면서 양양군청에 연락을 해보라고 알려줍니다. 그래서 양양군청 대표번호로 전화를 했더니 주말임에도 당직자분이 전화를 받으시더군요. 그렇지만 "천연기념물이나 개, 고양이 등은 구조 출동을 하는데 제비는 출동 대상이 아닙니다"라고 하네요. 이쯤에서 포기할까 싶기도 하지만 이미 초5경진은 마음을 굳게 먹은 듯합니다. 제비를 구해주지 않으면 자리를 뜨지 않을 기세네요. 그래서 주변에서 사다리를 구할 수 없을지 둘러보는데 마침 길 건너 주택에 사다리가 있는 게 보이네요. 그 집으로 가서 문을 두들겨 봤지만 사람이 없네요. 그래서 옆집에도 물어보고 했지만 신통치가 않았습니다.


최후의 수단으로 사다리집 마당에 주차돼 있는 차량에 남겨져 있는 전화번호로 전화를 했습니다. 전화를 받고 잠에서 깬듯한 목소리의 어르신이 자초지종을 듣고는 기다려보라면서 문을 열고 나왔습니다. 곱게 쓰고 돌려드리겠다고 말씀드렸더니 그러라고 하시네요. 사다리를 들고 와서 또 한 동안 사다리를 펼치는 법을 몰라 낑낑대다가 결국에는 사다리를 펼치고 키를 높여서 구조할 준비를 마칩니다. 그런데 여기서 잠깐. 새끼 제비가 떨어져 있는 곳 부근에 제비 둥지가 여러 개 있어서 도대체 어떤 게 원래 새끼 제비의 집인지 확실치가 않았죠.


초5경진은 "둥지에 넣어줬는데 자기 집이 아니면 어떡하지? 어미 제비들이 몰아내는 것 아닐까? 고양이들은 어미 잃은 새끼를 거둬서 키우기도 한다든데... 제비도 그러려나..." 등등 걱정이 꼬리를 물고 이어지는 표정이었어요. 일단 우리는 직선거리로 가장 가까운 둥지에 새끼를 넣어주기로 했어요. 웅크리고 있는 새끼 제비를 살며시 쥐었죠. 기력이 떨어졌는지 별달리 저항도 하지 않았어요. 가볍고 따뜻하고 보드라웠죠. 한 손으로는 제비를 쥐고 둥지를 향해 사다리를 올랐습니다. 어미 제비가 둥지에 있다가 놀라 날아갔죠. 빈 둥지에 새끼를 넣어줬습니다. 머리 위로 손을 뻗어 넣어줬는데요. 키가 닿지 않아 둥지 안을 확인할 수는 없었습니다.


사다리를 돌려주고 다시 와서 조금 떨어진 곳에서 지켜봤는데요. 어미가 들락날락하기는 했는데 잘 보살펴 주는 건지 아닌지는 알 수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다음날 다시 와서 확인해 보기로 했죠. 초5경진은 새끼제비를 구조해서 뿌듯하기는 하지만 많이 놀란 것처럼 보였습니다. 새끼 제비를 구해주지 못하면 죽을 수도 있다는 생각 때문에 절박감이 커진 탓이겠죠. 잠시 더 지켜보다가 설피마을로 발걸음을 옮겼습니다. 가는 길에 길개냥이 치치도 다시 만나서 즐거운 시간을 보냈습니다. 저녁에 친구들과 저녁을 먹고 늦도록 놀았습니다. 25 생태유학 부모님들이 24 부모님들을 방문해 주셔서 저녁 늦게까지 이야기 꽃을 피웠습니다.(이 이야기는 따로 정리하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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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 생태유학 시절 구조해 눈수술을 해준 길개냥이 치치도 다시 만났습니다. 잘 지내고 있었습니다.

푹 자고 아침 일찍 헤어졌습니다. 길이 너무 막힐 거라는 예측 때문에 다들 발걸음을 서둘렀죠. 인사를 나누고 초5경진은 생태유학센터로 가서 치치와 인사를 나누고, 다시 산 아래 식당으로 가서 새끼 제비가 잘 있는지 관찰했습니다. 다행히 둥지 아래 떨어진 새끼는 보이지 않았습니다. 우리가 새끼를 넣어줬던 둥지로 어미 제비가 부지런히 먹이를 날랐습니다. 새끼 한 마리가 입을 열어서 먹이를 받아먹는 게 보였습니다. 우리는 그 새끼제비가 우리가 둥지에 넣어준 그 녀석이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면서 발걸음을 옮겼습니다.


KakaoTalk_20250727_172118815_03.jpg 새끼를 올려준 둥지에서 어미가 새끼에게 먹이를 주고 있는 모습이 관찰됐습니다. 그 녀석이 맞을 거라 믿고 싶습니다.
KakaoTalk_20250727_172118815_04.jpg 옆 둥지에서 또 다른 새끼 제비가 몸을 내밀고 있는 게 보였습니다. 경진은 "절대 떨어지지 마라"라고 이를 악물며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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