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개냥이 치치는 어떻게 살고 있을까?

강 건너 꿈 구경

by 선정수

가을비가 보슬보슬 내리던 9월 28일 <강 건너 꿈 구경>은 초5경진이 초4 시절 생태유학을 했던 강원도 인제군 기린면 설피마을에서 촬영했습니다. 초4경진이 도시를 떠나 1년 동안 자연의 품에서 친구들과 함께 작은 학교에 다니면서 소중한 시간을 보낸 곳이죠.


경진이 다시 도시로 돌아가면서 가장 마음이 쓰였던 것은 '치치'입니다. 오랜 독자분들은 아실 테지만 치치는 어느 날 유학센터로 찾아온 길개냥이입니다. (참조: 브런치 '산으로 돌아간 길개냥이 치치', https://brunch.co.kr/@jsun9542/461) 사람을 보면 숨거나 도망치는 다른 길냥이들과는 달리 치치는 먼저 아는 척하면서 다가옵니다. 먹이를 주지 않아도 살랑살랑 사람 옆에 있는 걸 좋아합니다.


도시로 돌아가고 나서도 한 달에 한 번, 두 달에 한 번 정도는 설피마을로 찾아가 잘 있는지 보고 오곤 했습니다. 그래도 경진은 틈 날 때마다 치치가 보고 싶다고 하네요. 치치가 보고 싶은 마음도 있겠지만, 자연이 그립고, 같이 했던 친구들이 그리운 것은 아닌가 모르겠습니다.


새벽같이 일어나 양양-서울 고속도로를 달려 설피마을에 도착했습니다. 비가 오고 있었는데요. 경진은 치치를 못 보는 것 아닌가 걱정을 많이 했습니다. 차를 세워놓고 유학센터 곳곳을 찾아봤는데 치치 모습이 보이지 않네요. 올해 생태유학 식구들 이야기를 들어보니 치치의 행동반경이 매우 넓어서 어떤 날에는 사라졌다가 며칠씩 돌아오지 않는 날도 있다고 하네요.


포기할까 싶었는데 104호 사장님(귀촌하신 어르신) 댁 처마밑에서 치치를 만날 수 있었습니다. 마음씨 좋은 사장님이 매일 같이 먹이도 주시고, 추울 때나 더울 때는 현관에 들어와 있을 수 있도록 바깥문을 열어놓기도 한 다시네요. 치치는 언제나 그렇듯이 반갑게 우리를 맞아 줍니다. 정말 오랜만에 보는 건데도 마치 어제 봤던 것처럼 반갑게 치댑니다. 고양이의 기억력은 선택적이라 사람 얼굴은 오래 기억하지 못한다는 이야기도 있던데요. 아마도 치치는 사람이 좋으니까, 우리가 갈 때마다 친숙하게 다가오는 새로운 사람으로 맞아주는 게 아닐까 싶기도 합니다. 아무렴 어떨까요. 그렇게 보고 싶어 하던 친구를 만났는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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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구 적출 수술했던 왼쪽 눈은 말끔히 잘 아물어서 귀티가 나네요. 봉합이 터졌을 때는 너무 불쌍했었는데 말이죠. 그루밍도 잘하는 것 같고, 밥도 잘 먹는 것 같아서 아주 마음이 놓입니다. 치치가 오기 전에 터줏대감이었던 둘째기와 셋째기는 모습을 볼 수가 없네요. 들리는 소문에는 붙잡혀서 중성화 수술을 당했다고 하던데... 확실하지는 않습니다만, 여하튼 건강하게 잘 살고 있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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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인제의 강과 계곡에서 무언가를 찾고 있습니다. 박사님과 경진, 그리고 저는 무엇을 찾았을까요?

설피마을에서 촬영을 마치고 우리는 소양강이 내려다보이는 캠핑장으로 갔습니다. 집에서 싸간 만두 도시락과 컵라면, 간단한 과일로 파티를 했죠. 역시 밖에서 먹는 밥은 정말 맛있습니다.


설악산 중청봉이 바라보이는 설피마을에는 항상 살갑게 우리는 맞아주는 치치가 있습니다. 경진에게는 그야말로 '마음의 고향'일 겁니다. 도시와 책상, 학원이 익숙한 우리 어린이들에게 자연이 풍부한 '마음의 고향' 하나씩 갖게 해주는 건 참 좋은 일이 될 거라 생각합니다. 여러분은 어떠신지요?


p.s.> <강 건너 꿈 구경> 다큐멘터리가 12월 14일(일) 오후 8시10분 KBS1TV에서 방영됩니다. 재미있게 봐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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