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체크] 탈모는 생존 문제?

건강보험 재정 고갈 VS 청년층 박탈감

by 선정수

1. 오늘 팩트체크 주제는 <탈모>입니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16일 보건복지부 업무보고에서 탈모 치료제에 대해 건강보험 급여 적용 여부를 검토하라고 지시해서 크게 이슈가 됐는데요. 먼저 관련 소식부터 좀 알아보죠.

- 이 대통령은 복지부의 보고를 받은 뒤에 “젊은 사람들이 보험료만 내고 혜택은 못 받고 억울하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있는 것 같다”라고 말했습니다.

20대 대선 당시 자신이 공약으로 탈모 치료제 건보 적용을 내세웠던 사실을 언급하면서 정은경 복지부 장관에게 현재 적용되지 않는 이유를 물었는데요. 정 장관은 “생명이 오가는 의학적 치료와는 연관성이 떨어지기 때문에 건보 적용이 안 되고, 미용적인 시술로 보는 부분에 대해선 비급여 진료가 이뤄지고 있다”라고 답했습니다.

이에 대해 이 대통령은 “옛날에는 (탈모 관련 시술을) 미용으로 봤는데 요즘은 (탈모를) 생존의 문제로 받아들이는 것 같다”라며 “비용이 얼마나 드는지 (급여 적용) 횟수 제한을 하든지 총액 제한을 하든지 검토해 봤으면 좋겠다”라고 말했습니다. 또 “건보 급여가 적용되면 약값도 내려간다고 하니 검토해 달라”고도 밝혔습니다.

2. 우선 건강보험 급여란 무엇인지 좀 알아보고 이야기를 진행해야 할 것 같은데요?

- 병원에서 진료를 받게 되면 건강보험이 적용되는 항목(요양급여 대상)에 대해선 건강보험공단이 진료비용의 일부를 부담하고 나머지 비용은 본인부담률에 따라 환자가 부담하게 되죠. 그런데 이 요양급여 대상을 정하는 기준은 국민건강보험 요양급여의 기준에 관한 규칙에 정해져 있는데요. "의학적 타당성, 의료적 중대성, 치료 효과성 등 임상적 유용성, 비용효과성, 환자의 비용 부담 정도, 사회적 편익 및 건강보험 재정 상황 등을 고려하여 요양급여 대상의 여부를 결정한다"라고 정해져 있습니다. 또 비급여 항목에 대해서는 "다음 각목의 질환으로서 업무 또는 일상생활에 지장이 없는 경우에 실시 또는 사용되는 행위·약제 및 치료재료"라고 정하고 있는데요. "주근깨·다모(多毛)·무모(無毛)·백모증(白毛症)·딸기코(주사비)·점(모반)·사마귀·여드름·노화현상으로 인한 탈모 등 피부질환"을 그 대상으로 정하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노화현상으로 인한 탈모인데, 업무 또는 일상생활에 지장이 없는 경우에는 건강보험 적용 대상이 아니죠. 젊었는데 머리가 빠져서 휑하다. 그래서 일상생활에 지장이 많다. 이렇게 호소해도 현재 탈모에 대한 건강보험 급여 적용 여부는 굉장히 보수적으로 판단하고 있습니다. 미용 목적이면 건강보험 급여 대상에서 제외되는 것이죠.


3. 그런데 탈모 치료를 받았는데 건강보험 적용을 받았다는 분들도 있어요?

- 노화에 의한 탈모를 치료하는 경우, 미용 목적으로 분류돼 건강보험 급여 대상에서 제외되는데요. 질병에 의한 탈모, 특히 원형탈모증은 현재도 건강보험 급여 대상으로 분류됩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원형탈모에 대해 이렇게 설명하고 있습니다. <병적 탈모증은 자각 증상 없이 탈모반이 한 개 또는 여러 개 발생하여 병소가 확대 또는 융합하여 큰 탈모반을 형성할 수 있는 병적인 탈모이므로 병변의 경·중에 관계없이 급여 대상임 > 이 밖에도 지루성 피부염으로 인한 탈모 등 질병에 의한 탈모는 건강보험 적용 대상이 됩니다.


4. 질병으로 인한 탈모는 건강보험 적용 대상이고, 그밖에는 비급여 대상이라는 건데, 이번 대통령 발언은 청년층의 탈모에 대해 언급했단 말이죠?

- 네 현재는 질병으로 유발된 탈모가 아니면 건강보험 적용 대상이 되지 않습니다. 그렇지만 이 대통령은 이번 복지부 업무보고에서 적용 대상 확대 검토를 지시한 건데요. 2022년 20대 대선에서 이재명 후보와 더불어민주당은 탈모 치료 건강보험 적용 확대를 공약했고요. 지난 5월 21대 대선에서는 막판까지 고심하다 공약에는 포함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이번 업무보고에서 다시 꺼내 든 거죠.

배경은 청년층이 다른 연령대에 비해 건보 혜택을 받지 못하고 있다는 소외감을 표출하고 있기 때문인데요. 이 대통령은 같은 맥락에서 비만 치료제의 건보 적용 여부도 물었습니다. 정 장관이 “(비만 치료제에 대해선) 이제 급여 적정성 검토를 진행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답하자 이 대통령은 “청년들의 소외감이 너무 커져서 하는 얘기다. 세대 간 보험료 혜택 (차이는) 고민해야 할 것 같다”라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5. 청년층은 상대적으로 더 건강하기 때문에 병원에 갈 일이 별로 없고 그래서 건강보험 혜택을 받을 일이 적은 것 아닌가요?

- 그렇습니다. 건강보험통계연보를 살펴보면 2024년 연령대별 건강보험 급여비를 파악할 수 있는데요. 20대는 3.7조 원으로 전 연령대 중 가장 급여비 총액이 적습니다. 60대가 19.4조로 가장 많고, 70대 16.4조, 50대와 80대 이상이 12.9조 이렇게 나오거든요. 그러니까 젊은 층 입장에선 월급에서 건강보험료 따박따박 떼어가서 결국 노인들 의료쇼핑 시키는데 돈 대는 것 아니냐는 불만이 나오는 거죠. 게다가 건강보험 재정은 2028년부터 2033년 사이에 고갈될 거라는 예측도 나오고 있는 상황이라서 젊은 층은 더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죠. 결국에는 보험료를 올려야 할 상황이 되는데, 가뜩이나 받는 것 없이 내기만 한다는 불만이 가득한 청년층을 달래기 위해서 뭐라도 해야 할 상황은 맞습니다.


6. 그런데 반발하는 측에서는 탈모를 건강보험 급여 대상에 포함하면 재정위기가 더 심해진다고 주장하는데요. 이건 어떤가요?

-일리 있는 지적입니다. 작년에 탈모로 병원에서 치료를 받은 환자들. 비급여는 빼고 건강보험 급여를 받은 환자만 집계한 건데요. 24만 명입니다. 이 중에 20대가 3만 9,000명 정도 되고요, 30대는 5만 1,000명 정도 됩니다. 합하면 9만 명쯤 되니까 37.5%가 20~30대 청년층인데요. 건강보험 급여, 앞서 말씀드렸지만 원형탈모증 등 질병으로 인한 탈모 환자란 말이죠. 그런데 지금 질병으로 인정받지 못하는 탈모 환자들이 약 1,000만 명 정도로 추산이 되는 상황이라서, 탈모 치료제를 건보 급여에 포함하게 되면 급여비가 급격히 늘어날 것이라는 예측은 타당해 보입니다. 그래서 정은경 복지부 장관이 대통령의 질문에 유보적인 입장을 표명한 건데요. 정 장관은 업무보고 후 브리핑에서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에서 심의해야 하기 때문에 (탈모 치료 약의) 급여 적용 기준과 타당성, 재정에 미치는 영향 등을 종합적으로 봐야 한다. 도입 필요성 검토나 재정 규모 추계에 시간이 오래 걸릴 거라 언제 적용될 수 있을지는 말하기 어렵다”라고 밝혔습니다. 대통령은 하고 싶은데, 건강보험을 운용해야 하는 복지부로서는 굉장히 곤란한 입장이 된 거죠.


7. 대통령이 "요즘엔 탈모를 생존 문제로 받아들이는 것 같다." 이렇게 말하기도 했는데요.?

- 서울아산병원 질환 백과를 잠깐 살펴보면요. 탈모의 정의에 대해 이렇게 설명합니다. <탈모증은 정상적으로 모발이 있어야 할 곳에 모발이 없는 상태를 말합니다. 모발은 생명에 직접 관련되는 생리적 기능을 하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미용적인 역할이 매우 큽니다. 그 외에도 자외선 차단, 머리 보호 등의 기능이 있습니다. 탈모가 심하면 사회생활을 하는 데 문제가 생길 수 있고, 심리적으로 심각한 영향을 미칠 수 있어 삶의 질 측면에서 중요합니다.> 머리카락이 없거나 적다고 해서 죽지는 않지만, 여러 가지 심각한 삶의 질 저하를 가져오는 건 분명합니다. 십수 년 전에도 결혼정보회사 같은 곳에서 비호감 이성 순위를 꼽으면 항상 순위권에 드는 게 대머리였는데요. 요즘도 마찬가지고요. 신입사원 면접 보러 갔는데 머리가 휑하니 비어있으면 활기차고 패기 있는 인상을 주기가 상대적으로 어렵겠죠.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니까 주변에서 탈모인을 어떻게 바라보는지에 따라 탈모인의 생활 여건이 달라지는 건 분명합니다. 그리고 탈모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긍정적이지 않은 건 분명합니다.


8. 의사 단체에선 탈모 급여화에 반대하는 목소리를 냈다고 하는데 이유는 뭘까요?

- 대한의사협회는 17일 입장문을 내고 "한정된 건강보험 재정 하에서 탈모를 우선적으로 급여화해야 하는지 의문이다. 탈모 치료제 급여화에 건강보험 재정을 투입하기보다는 암 등 중증 질환에 대한 급여화를 우선적으로 추진하는 것이 건강보험 원칙에도 부합한다"라고 밝혔습니다.

외모에 대한 사회적 압박이 강해지고, 내면의 아름다움보다는 외모를 가꾸는 것에 가치를 더 부여하는 풍조가 만연하면서 이런 일이 벌어지는 걸로 보입니다. 그렇다면 통속적인 '아름다움'에 대해 남성보다 더 심한 압박을 느끼는 여성들의 미용 관련 의료 시술도 모두 건강보험 급여 대상이 돼야 하는 걸까요? 일단 건강보험 재정 상황을 잘 살펴야겠고요, 건강보험 재정이 투입돼야 할 우선순위에 대해 공감대를 형성하는 작업이 먼저 이뤄져야 할 걸로 보입니다. 불거질 수 있는 형평성 논란에 대해서도 고려해야 할 것 같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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