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인권은 안녕하신가요?

인권의 날 특집 팩트체크

by 선정수

1. 오늘 팩트체크는 <인권의 날 특집>으로 진행합니다. 지난 10일이 77주년 '세계 인권의 날'이었는데요. 우리나라 인권 상황은 어떤지, 인권에 대한 오해들은 어떤 것들이 있는지, 일상 속에서 놓치고 있던 인권에 대해 짚어봅니다. 먼저 세계 인권의 날이 어떻게 정해졌는지 짚어보죠.

- 1948년 12월 10일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3차 유엔 총회에서 세계인권선언문을 채택했습니다. 이를 기념하기 위해 이날을 '세계 인권의 날'로 정했죠. “모든 인간은 태어날 때부터 자유로우며 그 존엄과 권리에 있어 동등하다. 인간은 천부적으로 이성과 양심을 부여받았으며 서로 형제애의 정신으로 행동하여야 한다.” 이 문구가 세계인권선언 1조입니다.

2조는 "모든 사람은 인종, 피부색, 성, 언어, 종교, 정치적 또는 기타의 견해, 민족적 또는 사회적 출신, 재산, 출생 또는 기타의 신분과 같은 어떠한 종류의 차별이 없이, 이 선언에 규정된 모든 권리와 자유를 향유할 자격이 있다. 더 나아가 개인이 속한 국가 또는 영토가 독립국, 신탁통치지역, 비자치지역이거나 또는 주권에 대한 여타의 제약을 받느냐에 관계없이, 그 국가 또는 영토의 정치적, 법적 또는 국제적 지위에 근거하여 차별이 있어서는 아니 된다."라고 정합니다.


2. 모든 사람이 차별 없이 권리와 자유를 누린다. 이게 핵심인 것 같네요. 그런데 아직도 세계 곳곳에, 그리고 우리나라에는 인권과 관련된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어요. 대표적인 사례를 좀 짚어볼까요?

- 우리가 실생활에서 매우 흔하게 볼 수 있는 차별은 '노 키즈존', '노 시니어존' 이런 배제인데요. 합리적 이유 없이 누군가를 배제하는 것은 전형적인 차별이죠. 이미 2017년에 국가인권위원회가 합리적 이유 없이 특정 집단을 특정 공간 또는 서비스의 이용에서 원천적으로 배제하는 방식은 차별 행위라고 판단했습니다. 13세 이하 아동은 출입을 금지시켰던 한 레스토랑에 9세 어린이가 포함된 가족이 식사를 하러 들어갔다가 나가달라는 요구를 받았고, 아동에 대한 차별이라면서 인권위에 진정을 넣었던 사건인데요. 인권위 판단이 있은지 8년이 지났는데도 아직까지 '노키즈 존'을 흔히 찾아볼 수 있죠. 요즘에는 노인들이 시끄럽게 떠들고 화내서 매장 분위기를 망친다는 이유로 노인층 출입을 금지하는 '노 시니어존'도 등장해 논란이 일어나기도 했습니다.

3. 매장을 운영하는 사장님들도 아무 이유 없이 노 키즈존이나 노 시니어존을 운영하지는 않을 것 같은데요. 이유는 뭔가요?

- 인권위 노키즈존 사례를 살펴보면요. 이 사장님이 처음 식당을 개업했을 때는 식당에 아동 전용 의자와 그릇 등을 모두 구비하고 아동들의 입장을 환영했다고 합니다. 그러다가 식당을 운영하면서 손님의 자녀가 식당 주위 돌담에서 놀다가 다치는 사고가 발생하자 부모가 본인에게 치료비 부담을 요구한 사건이 있었고요. 게임기 볼륨을 크게 틀어 사용하는 아이를 제지하자 놀거리가 없는데 이를 제지한다고 부모가 화를 내고, 테이블 위에 어린 자녀를 눕히고 기저귀를 가는 손님에게 옆 좌석 손님의 항의를 전달하여 양해를 구하면 오히려 심하게 화를 내며 기저귀를 내던지고 나가는 경우도 있었다고 합니다. 또한 아이들이 식당 내에 전시해 놓은 장식품들을 가지고 놀다 망가지는 경우가 있어 만지지 말도록 하면 부모들이 오히려 화를 내는 등 여러 가지 곤란한 상황이 생겼다고 하고요. 그래서 식당은 부득이하게 초등학생 이하인 13세 이하 아동에 대하여 식당 입장을 제한했다고 주장했습니다.


4. 아마도 많은 자영업자분들이 공감할 텐데요. 이에 대한 인권위 판단은 어땠습니까?

- 요약하자면 사람을 금지하지 말고, 행위를 금지하라는 건데요. 인권위 판단은 이랬습니다. "모든 아동 또는 아동을 동반한 보호자가 사업주나 다른 이용자에게 큰 피해를 입히는 것은 아니며, 무례한 행동으로 타인에게 피해를 주는 이용자가 아동 또는 아동을 동반한 보호자에만 국한되는 것 또한 아니다. 따라서 위와 같은 이유로 아동 및 아동을 동반한 보호자의 식당 이용을 전면적으로 배제하는 것은 일부의 사례를 객관적, 합리적 이유 없이 일반화한 것에 해당한다. 한편 피진정인으로서는 그 주장하는 바와 같은 영업상의 어려움이 일부 있다 하더라도, 이를 해소하기 위해 아동을 동반한 보호자에 대하여 안전사고 방지를 위한 주의사항, 영업에 방해가 되는 구체적인 행위를 제시하면서, 실제 위반행위에 상응하여 이용제한 또는 퇴장요구 등이 가능함을 미리 고지하는 등의 다른 방법을 사용할 수 있다."라고 판단했습니다.

"아이가 식당에서 뛰지 않도록 해 주십시오. 아이가 뛰어다니는데 방치하면 퇴장을 요구할 수 있습니다." 이런 식의 정책이 필요하다는 거죠.


5. 사람을 금지하지 말고 행위를 금지하라. 좋은데요. 여러 사람이 이용하는 장소에선 아이가 다른 사람에게 폐를 끼치는 행위를 하지 않도록 해당 부모님들이 적극적으로 지도해야겠습니다. '노 시니어존'도 같은 맥락으로 보면 될 것 같네요.

- 그렇습니다. 노인들도 어린이 못지않게 차별에 노출되고 있는데요. 최근에는 회원제 골프장에서 70세 이상에겐 회원권을 팔지 않아서 논란이 일었던 사례가 있었고요. 카페에서 60세 이상 손님들의 출입을 제한하면서 성희롱적 언행, 소란 등을 이유로 제시했던 사례도 있었습니다. 안전 우려로 인해 노년층의 이용을 제한한다는 헬스클럽도 등장했죠.

그런데 이런 것들도 마찬가지로 사람을 금지하는 게 아니라 문제 되는 행위를 금지해야 합니다. 일부 문제 있는 사람들이 문제 행위를 한다고 해서 특정 연령대를 배제하는 것은 차별에 해당합니다. 노인들은 모두 시끄럽게 떠들고, 화내고, 아무 데서나 담배를 피우는 게 아니고, 문제가 있는 노인들이 문제를 일으키는 것이죠. 노인을 싸잡아서 모두 문제가 있어라고 말할 수는 없는 겁니다. 사실이 아니기도 하고요. 이게 바로 연령주의라고 부르는 차별에 해당합니다.


6. 최근 들어 공정이 화두로 떠오르면서 평등과 공정이 상충된다고 여기는 인식이 많아진 것 같습니다. 소수자 차별 문제의 해법에 대한 논란도 같은 맥락에서 진행되는 경우가 많은데요.

- 외국인 노동자들에 대한 차가운 시선을 보내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내국인 일자리를 빼앗고, 범죄 등 사회문제를 일으킨다. 잠재적 범죄자인 외국인 노동자의 인권을 챙겨주는 건 사치다. 이런 극단적인 주장도 볼 수 있고요. 다문화가정 자녀들이나 이주 배경 자녀들에 대한 차별도 흔하게 볼 수 있습니다.

서울 대림동은 외국인 근로자와 다문화 가정이 많은 곳이라 학교에 외국인 자녀와 다문화 자녀가 많은데요. 최근 중국 혐오 집회가 명동에서 막히자 시위대가 대림동 인근에서 시위를 벌이는 일이 잦았습니다. 아이들은 온갖 혐오가 가득한 욕설과 구호를 들으면서 등하교를 해야 하는 실정이었죠.

지난 5월에는 유엔 인종차별철폐위원회가 우리나라의 최근 상황에 대한 권고를 내놓기도 했는데요. 위원회는 “(한국에서) 이주민, 난민 신청자, 중국계 등에 대해 온·오프라인에서 인종차별적 증오 발언이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데 대해 우려를 표한다”며 ‘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을 권고했습니다. 특히 “정치인과 공인이 하는 혐오 표현을 포함한 모든 형태의 혐오 표현을 단호히 규탄하고 적절히 조사·처벌되도록 해야 한다”고도 밝혔습니다.


7. 우리나라 인권 실태를 이야기할 때 빠지지 않는 게 성차별인데요. 성평등 실태를 알려주는 지표들은 어떤까요?

- 국가의 성평등 실태를 나타내는 여러 가지 지표가 있는데요. 유엔개발계획(UNDP)의 성불평등지수(GII)에서 우리나라는 아시아 1위, 세계 12위(2023)로 높은 편에 속합니다. 그러나 세계경제포럼(WEF)의 성격차지수(GGI)에서는 100위권 밖(2024년 94위)으로 낮은 편에 속합니다. UNDP 지수는 모성사망률, 청소년 출산율 등 건강 지표 덕분에 높게 나오지만, WEF 지수는 경제 참여, 정치권력 등에서 남녀 격차가 커 순위가 낮게 평가됩니다. 영국 이코노미스트지가 발표하는 유리천장 지수에선 한국은 2024년 2025년 연속으로 OECD 국가 중 꼴찌를 기록했습니다. 이 지수는 여성 노동 참여율, 남녀 소득 격차, 고위직 여성 비율 등을 종합해 여성의 노동 환경을 평가하며, 한국은 이 모든 지표에서 낮은 순위를 나타내고 있습니다.

인권 선진국으로 나가기 위해 우리 개인들은 인권 헌장 내용처럼 "인간은 천부적으로 이성과 양심을 부여받았다는 점을 명심하고, 서로 형제애의 정신으로 행동해야" 하겠고요. 정치권에 대해서는 우리 사회가 갖고 있는 불평등한 구조를 개혁할 수 있는 법과 제도를 요구해야 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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