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파 다큐멘터리 출연 후기

<강 건너 꿈 구경> 드디어 방영

by 선정수

초5 경진과 그의 아빠, 그리고 한반도 최고의 야생동물 학자가 1년 동안 강원도 물길을 따라다니며 자연을 관찰한 기록인 <강 건너 꿈 구경>이 드디어 전파를 탔습니다. 지난 한 해 동안 강원도와 과천을 왔다 갔다 하면서 즐거운 시간을 보냈는데요. 그 기록이 고스란히 영상으로 담겼습니다. 시청자의 시선에선 아름다운 강원도 인제의 사계절과 여러 가지 야생동물을 볼 수 있었던 시간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2025년 12월 14일 오후 8시 10분 KBS 1 TV를 통해 방영됐는데요. 당연히 경진네는 TV 앞에서 방송 시작을 기다리고 있었죠. 무언가를 보려고 TV 앞에서 기다려 본 건 정말 오래된 일인 것 같네요. 어린 시절 오후 5시쯤부터 시작하는 만화영화 시간을 기다린 이후로 처음이지 않을까 싶기도 하고요. 어떻게 편집이 돼서 나올지 너무너무 궁금하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초5경진은 방송시간이 다가올수록 초조와 불안을 드러내더라고요. 녹화된 자신의 모습이 TV로 나오는 게 낯설고 어색하고 부끄러웠나 봐요. 저도 가끔씩 방송이나 유튜브에 출연하면 제가 생각했던 목소리와 모습이 아니어서 이질감을 느끼는 경우가 왕왕 있는데요. 초5 경진에겐 아마 좀 더 충격의 강도가 컸나 봅니다. 워낙 TV에 선남선녀들 또는 인조인간들이 많이 나오기 때문에 어린이의 머릿속에도 외모에 대한 기준도 그에 맞춰져 있을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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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라는 이 세계(異世界)는 인형같이 생긴 사람들이 나오는 곳인데, 현실 세계 사람인 자신의 모습이 나오니 이질감이 드는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TV와 현실의 괴리를 줄이기 위한 어떤 장치가 필요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잠깐 들었습니다. 방영되는 내내 자신의 모습이 클로즈업될 때마다 초5 경진은 '부끄러워~', '쪽팔려~' 등을 외치면서 TV 앞을 떠났다가 돌아오기를 반복했습니다.


방송이 끝난 뒤 잘 봤다고 여기저기서 연락이 왔습니다. 그렇다고 전화기에 불이 날 정도는 아니었고요. 양가 부모님과 형제들, 친한 지인 몇 명 정도죠. 초5경진은 다음날 학교에 갔는데 많은 사람들이 알아보면 어쩔까 싶어 전전긍긍하기도 했습니다. 연예인이 될 팔자는 아닌 것 같네요. 다행히 같은 반 친구 중 방송을 본 이가 한 명도 없었다고 하네요. 미술 학원에 같이 다니는 친구 한 명이 본 것 같기는 하지만요.


<강 건너 꿈 구경>은 수도권 시청률 0.7%를 기록했습니다. 교양 또는 다큐 프로그램으로서는 선방한 거라고 광고업계에 몸담은 친구가 이야기해 줍니다. 고생하면서 촬영하고 편집한 제작진에게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다시 한번 비슷한 제안이 들어온다면 어떻게 할까요? 딸과 함께 시간을 많이 보낼 수 있고, 함께 모험을 할 수 있어서 좋았던 시간이긴 한데요. 장거리 주말 운전과 교통체증이 좀 두렵긴 하네요. ㅎㅎ


그래도 기회가 있다면 다시 한번 도전하겠습니다. 함께 하는 시간은 좋은 거니까요. 여러분도 기회가 온다면 꽉 잡아보세요. 소중한 추억이 하나 늘어날 테니까요. 그동안 <강 건너 꿈 구경> 연재를 지켜봐 주셔서 감사합니다.


KBS 홈페이지와 유튜브(https://www.youtube.com/watch?v=feR77XKGSTs)를 통해 다시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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