떡 먹다 숨진 사람들 연간 3500명?

새해가 다가온다. 떡 조심, 초킹 조심

by 선정수

새해가 다가온다. <새해 달라지는 것들>에 대한 가짜뉴스가 기승을 부린다. 이 주제를 확인하다가 허위의심정보 하나를 곁다리로 알게 됐다. <의외로 일본에서 1년에 가장 사람이 많이 죽는 이유>라는 제목의 이미지 컷이다. 곰, 뱀, 말벌에 의한 연간 사망자 수를 전한다. 각각 7, 10, 20명이다. 그리고 마지막 줄에 떡이 나오는데 그 옆의 사망자는 600명, 콘텐츠에 따라 1000명이 적혀있는 것도 있다. 궁금하기도 해서 한 번 확인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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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일본에선 유난히 곰이 민가로 내려와 사람을 해치는 일이 많았다. 전통적으로 일본에서 곰으로 인한 인명피해가 발생해 왔던 곳은 홋카이도 지역이다. 일본에는 곰 두 종류가 사는데, 홋카이도에는 불곰이, 그 외 지역에는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반달가슴곰이 살고 있다. (이처럼 홋카이도는 일본 내에서 독특한 생태계가 유지되고 있는데, 그 이유는 먼 옛날 홋카이도는 북쪽 사할린 쪽으로 육지와 연결돼 있었고, 일본 혼슈와는 깊은 해협으로 단절돼 있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혼슈, 시코쿠, 규슈 등은 남쪽으로 한반도와 중국에 육지로 연결되는 시기가 있었다. 그래서 홋카이도에는 러시아 연해주 쪽에서 이주한 생물들이 번성했고, 나머지는 한반도를 통해 도래한 생물과 남방계 생물들이 이주해 번성했다고 한다.)


일본에선 불곰이 주로 인명피해를 일으키는데, 불곰은 체장이 2~3미터 정도로 덩치가 크고 공격성이 높은데 반해, 반달가슴곰은 체장 1.5미터 정도로 상대적으로 크기가 작고 온순한 성격이기 때문이다. 그렇데 이런 전통적인 곰에 관한 지식이 올해부터 흔들리고 있다. 일본 환경성에 따르면 올해 4월부터 11월까지 곰에 의한 피해는 176건에 사상자 196명, 사망자 13명이다. 2024년 사망자 수는 3명이었다. 일각에선 '새로운 국면이 펼쳐진다', '신세대 곰이 탄생했다'는 분석이 나오지만 설득력을 얻는 건 '먹이 부족'과 '촌락 공동현상'이 곰출몰 빈도를 높이고 있다는 주장이다.


일본의 반달가슴곰이 주요 먹이자원으로 활용하는 일본너도밤나무(학명: Fagus crenata, 일본어명: ブナ)가 5~7년 주기로 '해걸이'를 하는데 올해가 이 주기에 걸려 곰이 먹이 부족에 시달리다가 민가로 내려오게 됐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이 외에도 물참나무(학명: Quercus crispula, 일본어명: ミズナラ) 졸참나무(학명: Quercus serrata, 일본어명: コナラ)가 일본참나무시들음병 때문에 괴멸 수준의 타격을 입은 것도 곰이 먹이를 찾아 민가로 내려오는 원인으로 꼽힌다.


일본도 우리나라와 비슷하게 산림이 많다. 전 국토의 66% 정도가 산이라고 하는데, 예로부터 마을 인근의 산은 마을산(里山)이라고 부르며 숯을 만들기 위한 참나무 숲으로 조성해 가꾸는 경우가 많았다고 한다. 그런데 일본은 우리보다 앞서 고령화와 지역 소멸을 겪으며 마을산이 방치되고 참나무가 쇠퇴하면서 빼곡한 삼림으로 변모했다. 예전에는 이 마을산이 짐승의 영역인 깊은 산(奧山)과 마을을 분리하는 완충지대 역할을 했는데, 지금은 마을산이 너무나 울창해져서 완충지대 없이 짐승이 민가로 그대로 내려오게 됐다는 논리다. 그래서 올해 엄청나게 곰 피해가 늘어났는데 사망 13명이다.


다시 떡으로 돌아가면 콘텐츠마다 다르긴 하지만 떡을 먹다가 숨지는 일본인들이 연간 600명~1000명 정도로 표시돼 있다. 이게 말이 되는 건가 싶어서 찾아봤다. 우리나라 보건복지부와 비슷한 기능을 하는 일본의 후생노동성 자료를 찾아봤는데. 결론부터 말하면 일본에선 떡을 먹다가 숨지는 사고가 굉장히 많다. 일본도 새해 첫날 떡국을 먹는 관습이 있는데, 이 기간 동안 사고가 빈발한다. 새해 떡국 먹는 게 무슨 목숨 걸일이냐고 할지 모르겠는데, 일본의 떡국은 우리나라 것과는 다르다. 우리나라 떡국은 가래떡을 얇게 썰어 국물에 넣지만, 일본은 두툼한 찰떡을 국물에 담아낸다. 이 떡을 먹다가 목에 걸려 일본 노인들이 쓰러지는 거다.


그래서 일본은 새해 첫날 떡국에 대해 노인이 드실 것은 떡을 작게 잘라서 삼키기 쉽게 조리하자는 캠페인이 있을 정도다. 음식물에 의한 질식 사망이 연간 4000건을 웃돈다. 65세 이상이 90%를 넘게 차지한다. 음식물에 의한 질식사고 중 43%가 1월에 발생하고 새해 첫날 3일 연휴에 집중되고 있다고 한다. 2024년엔 음식이 기도를 막아 숨진 사망자가 4383명에 이른다. 65세 이상은 3992명이다.


우리나라도 일본만큼은 아니지만 음식물에 의한 기도폐쇄 사례가 꾸준히 발생한다. 소방청 구급통계에 따르면 매년 200~300건 정도 음식으로 인한 기도 막힘 출동 건수를 기록하고 있다. 2019~2023년에는 모두 415명이 음식으로 인해 기도가 막혀 심정지에 이른 걸로 나타났다. 전체 출동 건수의 80% 이상이 60세 이상 고령층에 쏠려있어, 고령자의 주의가 절실하다.


음식에 의해 기도가 막혔을 경우 의식이 있는 상태이고 환자 본인이 기침을 하면서 이물질을 제거하기 위한 노력을 한다면 잠시 그대로 지켜보는 것이 좋다. 그러나 심각한 기도폐쇄의 징후를 보이며 기침을 하지 못하는 상태라면 즉시 등을 두드려 줘야 한다. 등 두드리기를 연속 5회 시행한 후에도 효과가 없다면 복부 밀어내기(하임리히법)을 5회 시행한다.


다음은 질병관리청 국가건강정보포털이 알려주는 기도폐쇄 대처 방법이다. 잘 알아두고 연습하면 불의의 사고를 당해도 생명을 살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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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부 밀어내기(하임리히법)는 다음과 같이 시행합니다.

˚ 환자를 세우거나 앉힌 뒤, 뒤에 서서 환자의 허리를 팔로 감고 한 손은 주먹을 쥡니다.

˚ 주먹 쥔 손 엄지손가락 부분이 환자의 배꼽 위와 명치끝 가슴뼈 아래쪽 사이의 정중앙에 오도록 합니다.

˚ 나머지 한 손으로 주먹 쥔 손을 포개어 감싸 쥐고 환자의 복부를 안쪽으로 누르며, 위쪽으로 빠르게 밀쳐 올립니다. 이때 명치 부위를 압박해서는 안 됩니다.

˚ 이물질이 제거되어 환자가 숨을 쉬거나 기침을 하면 복부 밀쳐 올리기를 중단하고, 자유롭게 호흡을 하는지 지켜봅니다. 시행 중에도 중간에 환자가 의식을 잃으면 중단해야 합니다.

˚ 막힌 이물질이 밖으로 나와 의식이 돌아온 뒤에는 장기가 손상됐을 가능성이 있으므로 반드시 의료기관을 방문해야 합니다.


일본에는 떡을 먹다 숨지는 것만큼이나 목욕하다 숨지는 사례가 많다. 일본 정부가 매년 겨울마다 목욕 사망 주의보를 발령할 정도다. 욕조에 몸을 담그고 있다가 의식을 잃고 숨진 채 발견되거나, 의식을 잃어 욕조물에 빠져 익사하는 경우다. 2024년에는 7776명이 이 유형으로 사망했고, 이 중 65세 이상이 7363명으로 95%를 차지했다. 일본 정부는 실내와 욕실과의 온도차로 인한 급격한 혈압변화, 뜨거운 욕조 안에 오래 머물면서 발생하는 체온 상승 등이 의식 저하를 불러일으킨다고 짚는다.


일본은 집집마다 집에서 욕조에 몸을 담그는 '통목욕'을 즐기는 문화가 있다. 게다가 일본의 주택은 고온다습한 여름의 더위를 막는데 집중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단열에 취약하다. 따라서 욕조(또는 욕실)와 실내의 기온차가 크다. 이런 문화적 배경이 급격한 변화에 취약한 노인들의 '욕조 사망'으로 이어지는 것이다. 그에 비해 우리나라는 매일같이 욕조에 몸을 담그는 문화가 없고, 주택도 겨울철 추위에 대비하느라 단열에 많은 투자를 하기 때문에 '욕조 사망'은 흔히 있는 일은 아니다. 그렇지만 추운 집에서 몸을 담그는 걸 좋아한다든지, 한 겨울에 노천온천에서 몸을 담근다든지 할 때는 일본 사례를 참조할 만하다.


일본 정부는 욕실 안팎의 온도차를 줄이고, 욕조에서 갑자기 일어나지 말고, 동거자가 욕조에 들어있는 사람에게 말을 걸어 의식을 확인하라고 안내한다.


참고자료: 일본 소비자청, https://www.caa.go.jp/policies/policy/consumer_safety/caution/caution_084/


참고자료: 일본, 요미우리온라인, https://www.yomiuri.co.jp/national/20251117-OYT1T50088/

참고자료: 일본, 니폰 닷컴, https://www.nippon.com/ja/in-depth/d01186/

참고자료: 질병관리청, 건강정보포털, https://health.kdca.go.kr/healthinfo/biz/health/gnrlzHealthInfo/gnrlzHealthInfo/gnrlzHealthInfoView.do?cntnts_sn=6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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