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 쓸개 빠진 놈이라구요? 아픈 것보단 훨씬 낫죠.

담낭 절제술 후기

by 선정수

100일 하고도 6일이 지났다. 가장 큰 장점은 혹시나 또 아프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이 사라졌다는 것. 또 하나는 수술 이후 술과 기름기를 자제하면서 몸이 가뿐해졌다는 점이다. 잃은 것은 가장 직접적으로는 쓸개. 그리고 나도 어딘가가 심각하게 고장나는 시기가 됐구나 하는 아쉬움 정도이다.


친구 한 녀석은 수술을 받은 뒤 한 달이 채 지나지 않아 평소처럼 술을 마시기 시작했다고 했다. 다른 친구 한 녀석은 쓸개를 떼고 나서 고기도 일절 끊고 좋아하던 술도 끊었다고 했다. 받기 전엔 몰랐는데 내 주변에 쓸개를 뗀 사람들이 참 많다. 그런데 나를 포함한 대부분의 사람들은 잘 살고 있다.


지금 이 순간 등이 아파서 쩔쩔 매고 있거나 수술을 받은 뒤 어떻게 극복해야 할지 인터넷을 뒤져보는 분도 있을 것이다. 한 해 3만명 이상이 급성담낭염을 동반한 담낭결석으로 진료받는다고 한다. 지난 100일 동안 '쓸개 빠진 놈'으로 살아온 기록을 여러분과 공유하고자 한다. 훌륭한 극복을 위해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에서다.

급성담낭염 진료인원.jpg <건강보험공단 질병통계: 급성담낭염을 동반한 담낭결석, 2015년>

3년 전 원인 모를 극심한 등 통증에 시달리기 시작한 뒤 잊을 만하면 한 번씩 찾아오는 극심한 고통은 삶의 질을 엄청나게 떨어뜨렸다. 저녁을 먹은 뒤 찾아오는 통증은 처음엔 3~4시간 괴롭히고 없어졌지만 갈수록 잦아지고 길어졌다. 진통제를 먹고 잠을 청해봐도 극심한 고통 때문에 잠을 이룰 수가 없었다. 왜 등이 아픈 것일까. 이리저리 병원을 다니고 인터넷도 찾아봤지만 시원한 해답이 나오지 않았다.


매년 받는 건강검진에서 담낭에 결석이 있긴 하지만 남들도 다 있는 정도이고 크기가 커지지 않으면 괜찮다고 했다. 정기적으로 추적 관찰만 하면 된다고도 했다. 이후 제법 큰 병원에 찾아가 MRI를 찍어봤지만 역시 마찬가지 대답이 돌아왔다. 그러다가 지난해 10월 금요일밤부터 시작된 통증이 일요일까지 가시지 않아 월요일 아침 병원 문이 열기도 전에 나가서 기다렸다.


복부 초음파를 해보고 난 뒤 의사는 담낭염이 의심되니 큰 병원으로 옮기는 게 낫겠다고 했다. 너무 괴로워 큰 병원에 가 바로 입원을 하고 싶었다. 누군가는 이 급성담낭염의 통증 정도가 출산의 고통보다 위에 있다고도 말했다. 정말 너무너무 괴로워서 밤새도록 잠도 오지 않고 끙끙 앓았다. 이렇게 누워도 저렇게 누워도 엎드려도 앉아도 서있어도 통증이 가시지 않았다.


큰 병원 여러 곳을 알아봤지만 이게 또 마땅치 않았다. 대여섯 군데 전화를 돌려봤지만 외래 진료 예약은 빨라도 보름 정도 이후에나 가능했다. 다행히 K대학병원은 예약없이 아침부터 기다리면 진료를 받을 수 있는 당일 진료라는 제도가 있어서 그 병원으로 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