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누워도 고통이 사라지지 않던 몇 날 며칠을 보낸 뒤 병원을 찾았다. 큰 병원에 가서 자세히 검사를 받아보라는 말과 함께 급성 담낭염 의심이라고 쓴 진료 의뢰서를 건네주었다.
담낭. 그렇다. 쓸개다. 이 쓸개에 염증이 생긴 게 담낭염이다. 급성담낭염의 전형적 증상은 우상복부에서 시작된 통증이 오른쪽 어깨와 등 쪽으로 뻗는 것이다. 쥐어짜는 듯한, 데굴데굴 구를 정도의 통증. 모두 다 내 병례에도 딱 들어맞는다.
진료의뢰서를 들고 상급종합병원을 찾았다. 열흘 뒤에나 외래 진료가 가능하다고 했었지만 여러 군데 전화를 돌려보니 당일 진료가 가능한 병원을 찾을 수 있었다. K대학병원.
<서울아산병원 홈페이지 캡처>토요일 밤에 통증이 시작된 이후 아무것도 먹지 않았다. 사실 배가 전혀 고프지 않았다. 식욕부진도 담낭염의 한 증상이다. 쓸개가 엄청나게 부어 위를 누르기 때문에 배가 안 고픈 것인지, 담즙의 분비가 원활하지 않아서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어쨌든 배가 정말 하나도 고프지 않았다.
일요일 지내면 괜찮아지겠지 했다. 지난 4월에도 그 전에도 한 차례 아팠다가 통증이 사라진 적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몇 주 전에도 지인 집에 놀러 갔다가 저녁 먹기 직전에 통증이 찾아와서 아무것도 못하고 식은땀만 삐질삐질 흘리다가 집에 돌아온 적이 있었다. 그날도 하루 밤 아프고 그다음 날에는 괜찮았다.
그러나 이번엔 달랐다. 월요일 아침에도 맹렬한 통증이 상복부에 도사리고 있었다. 아침 8시부터 기다려 첫 번째로 진료를 받았다. 초음파 검사, 혈액 검사를 하고는 큰 병원 행이 결정됐다. 초음파 검사 결과가 담긴 동영상을 보던 의사는 담낭이 많이 부었다고 했다. 어떻게 되냐고 물었더니 글쎄요 절제해야 하지 않을까요 라고 답한다.
여러군데 전화를 돌린 끝에 당일 진료를 받을 수 있는 상급 종합병원을 찾아냈다. K대학병원. 예약을 하려면 보름 넘게 기다려야 하지만 접수를 하고 기다리면 당일 진료를 받을 수 있다고 했다. 단, 몇 시간을 기다려야 할지 모르니 각오를 하라는 설명을 덧붙인다. 그길로 K대학병원에 도착해 접수를 하고 기다린다. 두시간 반쯤 기다리니 이름을 부른다. 미리 제출한 작은 병원의 초음파 기록을 본 의사가 "오래 살 거죠?"라고 묻는다. 뜬금없는 물음에 눈만 껌뻑이고 있으니 "살 날도 많은 것 같은데 수술 합시다"라고 한다.
<서울아산병원 홈페이지 캡처>통증을 견딜 수가 없었다. "당장 오늘 수술할 수는 없을까요?"라고 물으니 "응급 수술은 여러가지 요건이 맞아야 합니다. 정 견딜 수 없으면 응급실로 들어가서 수술을 기다리는 방법이 있지만 당장 수술을 받을 수 있다고 확답하기는 어렵습니다"라고 한다. 입원 날짜를 받아들고 집으로 돌아온다. 입원 날짜는 열흘 뒤로 잡혔다. 열흘 동안 다시 아프지는 않을까 하는 두려움이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