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원 첫날 조영제 CT를 촬영하고 담당 의사의 수술 계획 설명을 들었다. CT화면을 컴퓨터에 띄워놓고 인체 해부 도감을 태블릿에 구동시킨 뒤 수술 동의서 작성을 위한 기나긴 설명을 시작했다.
이건 위험한 수술은 아니지만 가끔 정말 위험한 수술 후유증 부작용 실수 등등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정말 드문 일이니 걱정하지 말아라 하는 설명이 계속 반복된다. 다음날 하는 수술 시간도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첫 수술이 예정된 환자가 수술을 못 받게 되면 내가 첫 수술을 아침에 받을 수도 있다고 한다.
첫 수술 환자가 수술을 못하게 되면 그 시간을 비워버리면 되는 것 아닌가? 나는 예정된 두 번째 수술 시간에 받으면 되지 않을까. 의사와 병원의 사정은 뭔지 모르겠지만 확실한 것은 전혀 환자의 입장에서 생각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불확실성을 싫어하는 나는 시간이 딱 정해지는 것이 좋지만 병원은 그렇지 않은가 보다. 사람의 몸을 다루는 것이니 돌발 변수가 많아 시간을 딱 정할 수 없는 사정이 있을 것이라고 이해해본다.
자정부터 금식에 돌입했다. 수술 8시간 전부터는 입으로는 아무것도 섭취하면 안 된단다. 수액 주사를 하나 맞기 시작했다. 수술용 바늘이라 굵어서 아프다고 말하는 간호사는 수액 주사 바늘을 찌르고 또 찔렀다. 팔뚝 혈관이 구부러져서 약물이 원활히 들어가지 않을 가능성이 있단다.
"손등에 하실래요 손목 옆에 하실래요 고르세요" 한다. 결국 손목 옆에 꽂기로 했다. 원래 많이 아픈 데 란다. 자정이 넘어 수액주사를 꽂고 잠들었다. 6시쯤 주사도 맞고 수술 준비를 해야 한단다. 5인실 병실에 맞은편 병상에 있는 환우 형님이 탱크처럼 코를 곤다.
이름을 부르는 소리에 잠을 깼다. 어둠 속에서 간호사가 움직이더니 혈압 체온을 잰다. 항생제 알레르기 반응을 확인해야 한다고 하면서 주사를 찔러 넣는다. 오전 5시 30분이다. 화장실도 다녀오라고 등 떼밀고 체중도 재고 오라며 압박한다.
온갖 방해 요소가 있었지만 잠은 잘 잔 것 같다. 오래간만에 애 없이 혼자 누워 잘 수 있었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오전 7시 50분이 되도록 수술 시간에 대한 이야기는 없다. 알아보고 알려줘도 될 것 같은데 의사소통 체계에 문제가 있는 것 같다. 내가 입원한 병동은 정형외과 병동인데 간호간병 통합 서비스를 실시한다. 정형외과 병동에 간담췌외과 환자가 꼽사리 껴있어 소통이 안 되겠거니 짐작해본다.
수동적인 자세로 업무를 보는 간호사들은 저 환자 수술하게 내려보내 주세요 하는 연락이 올 때까지는 아마도 먼저 연락해서 "우리 환자 수술시간 잡혔나요?" 라고 물어보는 일은 없을 것 같다. 기다림을 포기한 오전 8시 40분 담당교수가 병실로 직접 와서 두 번째 수술 시간으로 잡혔다고 알려준다. 정확히 몇 시가 될지는 모르겠다는 첨언과 함께.
수술실로 들어가는 길은 정말 길었다. 침대에 누운 채로 병실을 빠져나와 엘리베이터를 타고 수술실로 향한다. 수술실 앞 대기실에서 20분 정도 대기한 뒤 배정된 수술실로 들어간다. 분명히 멀쩡한 것 같은데 또 굉장히 아픈 느낌이다. 환자복 입는 순간 아프게 된다는 말이 정말 맞는 말이다. 엄청 춥게 만들어 놓은 수술실에 도착했다. 수술대에 올라 수술등을 보며 누웠다. 간호사 몇명이 키득키득 수군수군 거린다. 마취유도제를 놓은 것 까지는 기억 나는데 그 다음엔 깜깜이다. 눈을 떠보니 입원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