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낭 절제 수술 후기
새벽 5시에 간호사들이 깨웠다. 수액줄로 진통제, 식염수 따위를 지속적으로 투여한다. 앞자리 약골 환우는 밤새 끙끙거렸고 옆자리 욕쟁이 할아버지는 밤새 가래를 뱉었다. 5시 이후에 다시 잠이 들지 못한 나는 소일거리를 찾았다. 마침 물이 떨어져 수액 걸이대와 함께 엘리베이터를 타고 지하 편의점으로 향했다. 걸음을 뗄 때마다 다리에 힘이 잘 들어가지 않는다. 배에 구멍을 뚫었기 때문이겠거니 한다.
집도의가 수술 계획을 브리핑할 때 복강경 수술을 예고했다. 복강에 구멍을 뚫고 기구를 집어넣어 담낭을 잘라내는 수술이다. 상복부에 기구가 들어갈 구멍 두 개를 뚫고 배꼽을 절개했다. 잘라낸 담낭을 끄집어낼 구멍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배에 난 구멍은 모두 세 개. 수술을 마친 뒤 구멍 뚫은 자리에 벌집 모양의 충돌 방지 테이프와 방수테이프로 마감(?)을 해줬다. 간호사들은 이런 방식으로 마감하면 드레싱이 따로 필요 없다면서 소독은 퇴원 후 외래 진료 때나 하게 될 거라고 했다.
체중을 재고 채혈을 하고 침대 시트를 갈고 환자복을 갈아입었다. 전날 거의 하루 종일 물 한 모금 먹지 않았기 때문에 목구멍 안이 말라붙었다. 통증이 생길 정도로 바싹 말라붙었다. 반나절 동안 물을 자주 마셔주니 통증이 사라졌다. 아침에는 죽으로 식사도 했다. 흰 죽에 고기반찬, 물김치, 청경채 볶음, 오렌지주스, 흰 우유가 나왔다. 고기는 버섯과 함께 간장에 조려내 기름기가 별로 없었다. 담낭 절제 후 기름기 많은 음식을 먹으면 죽도록 괴롭다는데 이 정도 조리법은 괜찮은가 하는 의문이 든다.
아침 회진 시간에 다른 환자들은 담당교수들이 제자 의사들을 데리고 우르르 몰려다녔다. 그런데 나한테는 담당교수(집도의)가 오지 않고 주치의(레지던트?)가 와서 안부를 물었다. 아픈데 없냐, 걸을 때 좀 당긴다, 구멍을 뚫어서 그런다. 그런 말을 주고받았다. 수술이 잘 됐는지 앞으로 뭘 어떻게 할 건지 이런 건 잘 안 알려준다. 어제 수술을 마치고 나오는데 집도의가 보호자(아버지가 오셨음)에게 수술은 잘 됐지만 담낭에 염증이 심각한 상태였다고 전했다고 한다. 환자는 궁금한데 의사는 안 알려준다.
이 병동은 보호자가 필요 없는 간호간병 통합서비스 제공 병동이다. 병실료도 5인실 기준 1박에 19만 원으로 일반 병실보다 비싸다. 사정상 보호자가 병원에 머무를 수 없는 환자들을 위한 서비스이다. 간호사와 간호조무사들이 간호와 간병을 동시에 담당한다. 하지만 이 병원의 간호 간병 서비스는 어딘지 모르게 프로페셔널하지 못하다. 환자들이 잠들어있는 야간 교대, 새벽 교대 시간이 되면 스테이션(병동 간호사 업무구역)이 해 질 녘 큰 나무에 새들이 모여들어 재잘거리는 것처럼 시끌벅적하다.
점심 식사는 일반식으로 나왔다. 메뉴는 흰밥, 꽁치구이, 뭇국, 빨간 김치, 시금치나물, 빨간 두부조림. 밥 먹기 전에 구슬 같은 초록 알약 두 개를 먹었다. 밥을 먹고 나서는 식후 약을 안 가져다줘서 스테이션에 가서 물어봤더니 그제야 허둥지둥 챙겨준다. 뭔가 나사 풀린 느낌이 강하다. 조금 돌아다녀 봤는데 통증은 아침보다 약해진 느낌이다. 교회에서 전도사로 계시는 친구 어머님이 병문안을 다녀가셨다. 강인한 모습은 30년이 지난 지금도 그대로다. 간호사와 의사들이 돌아다니다가 커튼 가림막을 실수로 열 때가 있다. 절대로 미안하다는 소리는 하지 않고 다시 닫아주는 법도 없다.
저녁 식사도 일반식으로 나왔다. 흑미밥에 칼칼한 된장국, 빨간 김치, 찐 양배추 쌈과 제육볶음, 해물전(?)이 나왔다. 뭔가 이상하다. 분명히 내가 들은 바로는 담낭절제 환자들은 수술 후 엄격한 식이 조절을 해야 한다. 그런데 인터넷 의학정보 검색은 오히려 헷갈리게 만든다. 모두 다른 정보를 알려주기 때문이다. 담낭 제거술 이후에는 별도의 식이 조절이 필요 없다는 의견부터 자극적이고 기름진 음식은 제한해야 한다는 의견까지 참으로 다양한 의견이 난무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