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것이 왔다. 코로나19의 지역사회 전파이다. 감염원을 알 수 없는 코로나19 환자 29, 30, 31이 등장한데 이어 대구 경북 지역에서 31번 환자의 접촉자 11명이 확인됐다. 이전까지 국외에서 유입된 환자와 이들의 접촉자를 살피던 정부의 그물망을 빠져나간 감염원이 존재한다는 뜻이다. 코로나19는 내 삶의 바깥이었고 나는 관찰자에 머물렀었는데 이젠 상황이 바뀌었다. 코로나19는 내 주변으로 성큼 가까워졌고 나도 이제는 플레이어가 된 것이다.
감염원을 알 수 없는 코로나19 환자. 이 말의 뜻은 환자가 어디에서 누구에게 병이 옮았는지를 알 수 없다는 뜻이다. 지하철 옆 자라의 누군가가 재채기를 했고 그 침방울이 억세게 운 없게도 주변에 있던 당신 또는 나의 호흡기 또는 점막에 붙어 바이러스가 들어왔다는 뜻이다. 아니면 어느 식당에서 누군가가 수저통을 열다가 재채기를 했고 거기에 달라붙어 있던 침방울+바이러스가 나에게 들어왔을 가능성도 있다는 뜻이다. 감염의 모든 가능성이 열려있게 된다. 정말 조심하지 않으면 언제 어디서 걸릴지 모르게 된다는 뜻이다.
*메르스 사태 소환
2015년 메르스 사태는 5월에 시작해 12월 23일 유행 종료 선언에 이르기까지 7개월 동안 지속됐다. 하지만 5월 20일 첫 확진자가 진단된 이후 7월 4일 186번째 확진자를 마지막으로 7월 28일 국내 유행이 사실상 종료됐다. 38명이 숨졌고 모두 16693명이 격리됐다. 중동에 다녀온 첫 번째 환자를 제대로 진단하지 못하고 이후 이 환자가 병원 여러 곳으로 옮겨지면서 감염자 수가 늘었다. 이후 정부와 의료계의 미흡한 대처가 이어지면서 온 국민이 패닉 상태에 빠졌다. 치명률 20.4%.
보건복지부가 2016년 메르스 사태 종식 이후 펴낸 '2015 메르스 백서'를 잠시 살펴보자.
메르스 대응 초기 환자 치료와 관련하여 드러난 문제점은 특정 지역의 격리병상 부족으로 인한 환자 이송 지연, 감염병 의심 및 확진환자에 대한 진료 제공체계 미흡, 발열 또는 호흡기 증상 환자에 대한 의료기관의 소극적 진료, 진료가 필요한 환자의 의료기관 내원 기피 등이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하여 중앙메르스관리대책본부는 메르스 중앙 거점 의료기관 (국립중앙의료원), 메르스 치료병원, 노출자 진료병원, 국민안심병원, 선별진료소 등을 지정하여 운영하였다. 또한 지역사회 내 확진환자 치료 및 일반 지역사회 진료가 원활히 이루어지 도록 의료기관 관련 지침을 마련하였다. 군과 민간 의료인력을 동원하였고 보호장구, 에크모 (ECMO) 등 기타 필요한 물품을 지원하였다. 이 같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의료기관 내 메르스 감염자가 발생하였다.
*지금은 그때와 다른가?
중국에서 코로나19로 인한 사망자가 많이 발생하는 것은 한꺼번에 환자 다수가 발생하면서 의료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기 때문이다. 부랴부랴 병원을 새로 짓는 모습도 공개됐다. 다행히도 현재까지 국내에선 코로나19 관련 의료시스템이 원활히 작동하는 것으로 보인다. 사망자도 보고되지 않았고 확진자들은 국가지정 격리병상으로 이송돼 치료를 받고 있다. 확진환자 46명 가운데 12명이 완치 판정을 받고 격리 해제됐다.
감염병의 치료에는 음압병상이 필수적이다. 코로나19가 공기 전염을 일으키지 않는다고는 하지만 기도삽관 등의 시술 과정에서 에어로졸이 발생해 주위에 바이러스를 퍼뜨릴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의료진들은 개인보호장구를 착용하게 되고 환자가 머무는 입원실은 음압 상태를 유지하는 음압병상으로 세팅하게 마련이다. 음압 상태란 외부로 공기가 유출되지 않는 압력이 주위보다 낮은(마이너스 상태인) 병상을 말한다.
의협 신문에 따르면 현재 국가지정 입원 치료가 가능한 음압격리병실은 161개(198병상)이다. 1인 음압격리병실은 141개, 다인실 음압격리병실은 20개(57병상)이다. 여기에 시도지정 음압병상 보유 의료기관은 53곳이고, 이들 의료기관은 158병실(189병상)을 가동할 수 있다. 이 밖에 메르스 사태 이후 300병상 이상 의료기관도 음압격리병상을 갖추도록 법이 바뀌면서 음압격리병상 보유 의료기관은 778곳이고, 326병실(460병상)을 운용할 수 있다. 즉, 국가지정 입원치료 가능한 음압병상은 198개이고, 나머지 음압병상 649개를 더하면 총 847병상이 동시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환자를 치료할 수 있다.
코로나19로 확진돼 동시에 치료받는 인원이 847명을 넘어설 경우 음압병상을 제공할 수 없게 된다는 뜻이다. 지역사회 전파가 통제불능 상태에 빠지고 특정지역에서 환자가 속출할 경우 원활한 치료를 제공하기 어렵게 될 가능성이 있다. 물론 비상시엔 군 병원 내지는 국공립 병원을 비워서 코로나19 치료에 전념할 수도 있고 중국처럼 새로 병원을 지어서 치료에 활용할 수도 있다.
*그럼 우리는 어떻게?
평소에 앓고 있는 병이 없이 건강한 사람이라면 일상생활을 유지하면서 감염 가능성을 최소화하는 것이 좋겠다. 사람 많은 곳과 실내, 대중교통을 이용할 때에는 마스크를 꼭 착용해야 한다. 기침, 발열 등 별다른 증상이 없어도 마스크를 착용하는 것이 좋겠다. 불필요하게 불안에 떨고 있는 주변의 많은 사람들을 위해서다. 지하철을 탔는데 나를 포함한 주위 모든 사람이 마스크를 착용하고 있다면 감염 가능성은 크게 떨어진다. 공공장소에서 무엇인가를 만졌을 때는 손 씻기가 필수다. 장소를 옮길 때마다 어디로 들어가기 전에 손을 씻고 나올 때 손을 씻는다면 감염의 위험이 크게 낮아진다. 눈을 비비거나 코를 후비거나 얼굴을 만지는 것은 위험한 행동이다. 호흡기 증상이 있다면 가급적 다니지 말고 꼭 나가야 한다면 언제 어디를 가든지 마스크를 쓰고 지내야 한다.
평소 기저질환이 있는 분이나 노인, 어린이, 임산부 등 특별한 보호가 필요한 분들은 더욱 조심해야 한다. 되도록 많은 사람들이 모인 장소는 피하는 것이 좋다.
*코로나19 시대의 현명한 소비생활
정부는 경기 위축을 크게 우려하고 있다. 나도 우려가 된다. 하지만 사람이 많이 모이는 장소에 가는 것이 감염의 위험을 높이는 일이라는 것은 분명하다. 키즈카페(또는 실내놀이터)에 다녀오거나 백화점 장난감 코너에 마련해 놓은 가지고 노는 코너에서 놀면 아이들이 감기에 더 잘 걸린다는 경험이 있다. 사람이 다녀야 돈이 돌고 돈이 돌아야 경제가 활력을 찾을 텐데 안타깝다.
뭔가 창의적인 해법이 필요하다. 사람이 붐비지 않으면서도 신나고 재미있고 보람 있고 소비도 적당히 하는 그 무언가가 무엇일까. 바닷가 식당에서 도시락을 주문해 바닷가에 앉아서 먹어야 하나. 아니면 산 아랫동네에서 도시락을 맞춰서 등산을 하면서 밥을 먹어야 하나.
대통령은 "소비쿠폰이나 구매금액 환급과 같은 소비 진작책과 함께 재래시장, 골목상권, 지역경제 활력을 위해 필요하다면 파격적 수준의 지원 방안을 적극적으로 고려해 주기 바란다"라고 말했다. 정부는 이달 말까지 코로나19 경제 대책을 내놓는다고 한다.
*혐오는 전혀 이익이 되지 않는다
코로나 19 관련 언론보도와 이에 달리는 댓글을 보면 혐오와 비난, 인신공격이 가득하다. 누군들 아프고 싶어 병이 걸리고 또 코로나19에 걸린 줄 알면서 옮겼겠나. 이제 29~31번 환자 사례에서 보듯 기침이 나고 열이 나면 돌아다니지 말고 1339 또는 지역 보건소로 전화해 증상이 있다고 알리고 지시에 따르는 것이 가장 중요하게 됐다. 혹시 나도 모르게 감염이 됐을 수 있으니 코로나19 비슷한 증상이 나타나면 감염 전파를 막기 위해 집에 머무르라는 얘기다. 남에게 폐를 끼치지 않겠다는 성숙한 시민의식이 코로나19 확산으로부터 나 자신과 옆 사람을 지켜주는 방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