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은 나의 두려움을 알고 있다!
열 살 소녀는 친구가 다니는 피아노 학원에 우연히 따라갔다가 피아노를 배우게 됩니다. 1년 뒤 피아노 콩쿠르에 처음 참가하게 되었고요. 수없이 반복된 연습으로 눈을 감고도 칠 수 있을 것 같은 자신감이 있었지요. 소녀의 차례가 되어 피아노 앞에 앉았는데, 소녀는 그 자리에서 얼어버렸습니다. 시간이 지나도 피아노 연주를 시작하지 않자, 객석 쪽 웅성거림이 커져가고 무대 한쪽에서는 누군가가 그냥 내려오라며 재촉을 합니다. 무대 조명 아래 소녀의 얼굴은 발갛게 달아오르고, 두 손은 무릎 위에서 길을 잃었습니다. 그러고도 얼마의 시간이 더 지났을까요? 소녀는 두 눈을 질끈 감고 떨리는 두 손을 건반 위로 올렸습니다. 연주가 끝난 뒤 객석에서는 박수갈채가 나왔지만 소녀의 귀에 그 소리가 들렸을 리 없습니다. 무대를 급히 빠져나와 겨우 참았던 울음을 터뜨렸으니까요...
반복해서 꾸는 꿈이 있다...
어린 시절의 내가 불 꺼진 캄캄한 무대 위, 덩그러니 놓인 검은색 그랜드 피아노 앞에 앉아 피아노 건반을 쳐다보고 있다. 사방은 온통 캄캄하데 피아노 건반만 뚜렷하고 몸이 움직이지 않는다.
내가 기억하는 가장 오래된 좌절과 두려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