떡집이지만 커피머신이 있다. 판매가 주 목적이라기 보단 떡집 식구들이 마시려고 구비했다고 보는 편이 더 나을테지만, 어쨌든 커피를 팔고 있다. 아메리카노, 카페라떼, 카페모카 등 나름 구색은 갖추어 놓았다.
우유가 들어간 커피를 팔다보니 우유팩이 하루에도 많으면 몇 팩씩 나온다. 재작년 까지만 해도 이 우유팩은 전부 쓰래기통 행이었다. 지금은 우유팩을 버리지 않는다. 동사무소(요새는 행정복지센터라고 하지만 영 입에 안붙는다)에서 우유팩을 모아오면 휴지로 바꿔준다는 홍보 문구를 보게 된 것이다. 그 이후 나와 시엄마는 열심히 빈 우유통을 깨끗이 씻어 말려 잘라 펼친다. 한 달 동안 그렇게 수 십, 수 백장의 우유팩이 모이면 잘 모아 묶은 뒤 동사무소로 향한다.
무거운거 절대 못들게 하는 시엄마는 내가 혹여나 모아둔 우유팩 뭉치를 들새라 얼른 들고 후다닥 나가버리신다. 그렇게 휙 다녀오신다. 다녀오신 시엄마의 손에는 우유팩과 맞바꾼 휴지와 쓰레기봉투가 들려 있다. 덕분에 우리 가게에서는 휴지와 쓰레기 봉투를 사지 않고 있다.
우유팩은 코팅된 종이라서 일반 종이에 비해 분해되는데 시간이 오래 걸린다. 그렇지만 우유팩이나 종이컵 같은 코팅된 종이류는 일반 폐지보다 좋은 재활용 자원이다. 그렇기 때문에 일반 종이와 함께 분리 배출하는 것 보다 따로 모아 버려야 한다. 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못하다. 재활용 쓰레기 집하장에 가보면 우유팩과 각종 폐지류가 함께 버려지고 있는 모습을 쉬이 발견할 수 있다. 이렇게 버려지면 폐지의 처리 비용만 상승하게 된다.
가장 중요한 것은 가정에서 번거롭더라도 우유팩은 따로 모아서 버리는 것이다. 번거롭다고 해봤자 한번 헹구어 엎어놓으면 알아서 마르는 것이고, 그 뒤 초등학교 시절을 떠올리며 직육면체 전개도 모양으로 잘라내면 되는 것이다. 한 귀찮음 하는 나 역시도 날 잡고 가위질을 한다. 대충 헹구어 뒤집어 말린 후, 뒷배란다에 대충 던져 놓았다가 시간 여유가 생기는 날 하루에 몰아서 잘라 정리 하는 것이다.
이렇게 정리 해서 일주일에 한 번 배출 하면 된다. 하지만 재활용 쓰레기 집하장에서 이를 따로 구분하지 않는다면 말짱 도루묵이다. 여러 아파트 단지를 둘러보았지만, 종이팩을 띠로 분리 하는 곳은 많지 않았다. 그렇기에 우리들의 목소리가 더욱 필요하다. 가정에서 1단계를 잘 수행했다면 2단계, 3단계 역시 제대로 공정이 이루어 질 수 있도록 개선의 목소리를 높여야 한다. 이 문제를 공론화 시켜 각 가정에서 분리 배출이 잘 될 수 있도록 하고, 배출된 쓰레기가 잘 나눠져 재활용 될 수 있는 시스템이 필요하다.
물론 어려운 일이다. 바쁜 현대 사회에 언제 우유팩을 일일히 씻어 말려 자르고 모으며, 어떻게 이 일을 공론화 시켜 시스템을 만들 것이란 말인가. 그래서 개인이 할 수 있는 비교적 간단한 방법이 바로 해당 지역의 동사무소에서 종이팩 재활용에 대해 어떻게 처리하는지 알아보는 것이다. 생각보다 많은 지자체에서 이를 모아오면 휴지나 쓰레기봉투로 바꿔주는 행사를 진행하고 있으니 말이다.
귀찮음을 이겨내는 것이 우리의 삶을 더 풍족하게 만들 것이다. 그러리라 나는 믿어 의심치 않으며 오늘도 우유팩을 씻어 말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