옆지기는 참 깔끔한 사람이다. 아무리 피곤하고 졸려도 온 몸을 씻어내지 않고서는 집안에 들어오는 일이 없고, 그 밖의 위생에도 유난이다 싶을 정도로 청결과 위생에 철두철미하다. 그런 옆지기는 샤워시간도 긴 편이다. 구석 구석 얼마나 꼼꼼히 씻는건지, 내 입장에서는 "참 오래도 씻는다" 소리가 절로 나온다. 나의 샤워시간은 아무리 길어도 10분을 넘지 않으니 말이다.
내가 샤워를 짧게 하는 이유는 다양하다. 피부가 워낙 건조해 물을 오래 맞을 수록 더 건조해지는 기분이 들기도 하고, 오래 씻으면 오히려 기운이 빠져버려서 짧게 하는 것도 있다. 올라버린 가스비가 무섭기도 하고, 결정적으로 물낭비를 줄이자는 표어를 어릴 적부터 귀에 못이 박히게 들어와서기도 하다. 어제 저녁, 샤워를 하고 나와 간단한 저녁을 먹으려 곡물식빵과 아보카도를 꺼내 들다 문뜩 아보카도 먹는 내가 과연 물낭비를 논할 자격이 있는 사람일까싶더이다.
오늘 날, 아보카도 한 알 소비하는 일은 어렵지 않다. 몇 년 전에야 백화점 식품 매장에 가야지 구할 수 있는 귀한 과일이었지만, 지금은 동네 슈퍼에서도 대부분 아보카도를 취급하고 있다. 어색했던 식감과 맛도 몇 년 간 먹다보니 이제 맛을 논할 정도가 된 사람도 많을 것이다. 이렇게 아보카도는 근 몇 년 사이에 쉽게 볼 수 있고, 쉽게 소비할 수 있는 과일이 되어버렸다. 하지만 이 소비의 이면을 생각하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아보카도는 물을 많이 요구하는 작물이다. 아보카도 한 알이 열매를 맺기까지는 300L가 넘는 물이 필요하다. 토마토는 단지 5L의 물이 필요하고, 오렌지도 20L가량의 물이 필요하다는 것과 비교해보면 아보카도의 물 소비량이 어마 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더욱이 '숲속의 버터'라며 건강을 위한 최고의 과일이라고 마케팅 되면서 농장 부지도 계속해서 넓어지고 있다. 원시림을 파괴해 농장으로 만들고, 여기에 물까지 많이 필요하다보니 아보카도 인근지역에서는 가뭄에 시달리고 있는 실정이라고 한다.
탄소 배출량도 문제가 된다. 아보카도는 한국에서 재배가 되지 않는다. 가장 가까운 재배지인 뉴질랜드에서 오려면 10000km를 이동해야 하고, 태평양 너머 아보카도 최대 생산지인 멕시코에서 오려면 13000km를 이동해야 한다. 이 이동 과정에서 발생하는 탄소배출량은 상상 그 이상이다. 서울에서 부산까지라고 해도 400km 밖에 안되는 것을 생각하면 아보카도 운송이 얼마나 많은 탄소를 발생시킬지 가늠할 수 있다.
그 밖에 환경오염이라는 이유 말고도 아보카도 농장이 마약카르텔의 돈줄이 된다는 것도 간과 할 수 없는 이슈이다. 결국 이들의 사업이 확장될수록 위협받는 것 역시 우리의 삶이기 때문이다.
건강을 위해 먹는 아보카도가 큰 바람이 되어 오히려 우리의 건강과 삶을 뒤흔들 수 있다. 가정에서 물을 아끼는 것 역시 중요하다. 양치할 때 물을 잠그는 것, 세탁기 물 양을 조절하는 것, 샤워 시간을 줄이는 것처럼 물과 직접적으로 연관이 있는 행동을 개선하는 일도 필요하다. 하지만 물과 전혀 상관 없어 보이는 일일지라도, 물낭비의 원인이 나아가 환경파괴의 주범이 될 수 있음을 명확히 인지 해야 한다. 아보카도 한 알에도 이런 사슬이 연결 되어 있다. 우리 인간은 언제나 길다란 사슬 중 하나임을 상기하며 살아야 한다. 절대 우리가 그 사슬을 쥔 절대자가 아님을 자각하고 또 깨달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