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지구] 동네 제로웨이스트 샵이 문을 닫았다.
지난 주말, 오랜만에 대형 마트에 방문했다. 즐거운 소란스러움도 즐기고 제철 과일도 구매하고 탄산수를 샀다. 물건들을 살 때는 즐거웠지만, 이 소비로 인해 발생하는 쓰레기를 어떻게 처리할지를 떠올리니 갑갑해지기 시작했다. 특히 탄산수 페트병.
한동안 샴푸를 사지 않았다. 동네 제로웨이스트 샵에서 투명페트병 20개를 모아오면 샴푸 300ml를 주는 이벤트를 했기 때문이다. 내가 아무리 제로웨이스트에 진심이라 한들 탄산수에 진심인 옆지기를 말릴 수 없어 늘 마음 한켠이 무거웠는데, 겸사 겸사 잘 되었다 싶었다. 더 열정을 불태워 투명페트병을 모으고 다 쓴 샴푸통을 깨끗이 씻어 말렸다가 한달에 한번 제로웨이스트 샵으로 향했다.
해당 가게는 오픈한지 2년 정도 된 곳으로 리필스테이션을 겸하고 있었다. 리필 할 수 있는 상품의 종류는 생각보다 다양했다. 내가 좋아하는 건망고 같은 간식류부터 각종 곡물류, 주방세제나 세탁세제 같은 세제류까지 구비되어 있었다. 페트병과 빈 샴푸통을 들고 가 샴푸와 물물교환 하는 것을 시작으로 한달에 한 번은 꼭 들리는 가게로 리스트업 되었다. 간혹 빈 세제통을 들고 가 세탁 세제를 사오기도 하고, 비누형 트리트먼트를 구매하기도 했다. 가게에 들릴 때 마다 환경 보호에 진심인 사장님과 이야기 나누는 것은 늘 즐거운 시간이 되었다.
이런 가게가 갑작스럽게 문을 닫았다. 이제 탄산수를 마신 공병을 처리할 수 없게 된 것이다. 페트병을 내가 아무리 분리수거를 잘 해놓은들 제대로 재활용이 되는지 알 수 없게 되었다. 지난 글에 이미 지난 글에서 언급 했듯, 지금 사는 곳의 분리 배출 방법은 집앞에 내어 둔 것을 관리인분께서 집하장으로 가져가는 방식이다. 우리 층에 사는 모든 세대가 분리 배출을 잘 하길래 집하장에서도 동일하게 될 것이라 여겼다. 실상은 전혀 아니었다. 종류별로 분리 배출 한 플라스틱이 모두 한 군데 담겨 있었다. 아파트 한 동에서 나온 쓰레기가 저정도인데, 재활용처리장의 상태는 안봐도 뻔한 상황일 것이다.
나는 이번주에 투명페트병을 분리배출 하지 않고 모아두었다. 집 근처 제로웨이스트샵은 사라져지만 아직 제로웨이스트샵은 많이 있다. 그 곳들에 전화해 투명페트병을 수거하는지 물어보고 가져갈 생각이다. 적어도 내가 버리는 투명페트병 만이라도 제대로 재활용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이다.
내가 사는 대부분의 물건은 플라스틱이다. 과자를 담은 비닐도 플라스틱, 입고 있는 옷감도 플라스틱, 하다못해 집의 보온재도 플라스틱이다. 우리의 의식주에 플라스틱이 빠진 곳을 찾기가 힘들정도로 플라스틱 속에서 살고 있다. 세상에 나온지 70여년 밖에 되지 않은 플라스틱은 이미 우리 삶에 깊숙히 그리고 강력히 침투해버렸다. 사용하는 시간보다 썩어 분해 되는 시간이 더 길다. 코팅된 종이류 5년, 나일론 섬유 30년에서 40년, 스티로폼 500년 이상. 우리는 우리의 삶을 영위하기 위해 우리 다음 세대뿐 아니라 훨씬 먼 미래의 삶까지 망치고 있는지도 모른다.
이미 깊숙히 뿌리내린 플라스틱을 한 순간에 뽑아 낼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의 소비가 플라스틱이 더 튼튼하게 자랄 수 있도록 하는 양분과 물이 되어선 안된다. 우리는 양이 되어야 한다. 소행성 B612를 산산조각 낼 지도 모르는 바오밥나무의 싹을 먹어 치우는 양 말이다. 인류의 역사는 우리 삶의 터전을 해하는 것이라면 없애면서 진화하고 발전했다. 지금은 이 플라스틱을 없애야 할 시기이다. 없애지는 못하더라도 의식적으로 적게 쓰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 내가 가볍게 소비하는 행동이 얼마나 무겁게 되돌아올지 명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