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지구] 로컬푸드와 로컬소비

by 섬세영

로컬푸드 : 장거리 수송 및 다단계 유통 과정을 거치지 않은 지역에서 생산된 농식품

로컬소비 : 지역에서 생산되고 만들어진 제품을 그 지역에서 소비하자는 운동




동네 하나로 마트에는 '로컬푸드' 코너를 따로 운영하고 있다. 지역에서 생산된 농산물을 최소의 포장만 해서 판매하는 시스템이다. 나는 이 '로컬푸드'코너를 애용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물론 비닐로 소포장이 되어 있지만, 적어도 로컬푸드를 소비한다면 장거리 배송에서 발생하는 탄소 배출은 줄일 수 있겠다는 생각에서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로컬푸드 매대를 바라보면 어린 시절 기억이 새록새록 떠오른다.


사실 수십년 전만 해도 우리는 모두 로컬푸드를 먹으며 살아왔다. 집집마다 손바닥만한 밭이라도 하나씩은 다 가지고 있었고, 그 곳에서 사계절에 맞추어 나오는 과채소를 먹었다. 나 역시 할머니께서 봄여름가을겨울 제철 맞은 농산물을 키워 보내주셨던 기억이 가득하다. 봄이면 돌나물로 물김치 담구어 식사하고 후식으로는 딸기를 먹었다. 제철 과채소를 먹기엔 여름이 최고 였다. 쪽문 열고 나가면 보이는 밭에는 수박, 오이, 참외가 주렁주렁 메달려 있었고, 내 키보다도 훨씬 큰 옥수수대에는 내 두손으로 잡아도 넘쳐 흐르는 옥수수가 가득했다. 호박잎 데쳐 쌈싸먹고 수박 퍼먹는 기억은 지금도 생생하다. 가을이면 고추 따기 바빴다. 손 아리다고 하지 말라던 어른들의 성화에도 나는 똑똑 떨어지는 느낌이 좋아 고추를 한아름씩 따곤 했다. 그렇게 따고 말려 빻아 만든 고추가루는 이내 곧 김장에 쓰였다. 하얀 눈 내리는 겨울이면 할머니는 가을에 수확해 거실 한켠에 두었던 늙은 호박을 향해 칼을 내리쳤다. 커다란 호박은 그 호박만큼이나 커다란 솥에 들어가 달콤하고 부드러운 호박죽으로 변했다. 이렇게 어렸던 나의 사계절은 밭에서 나는 농산물과 함께였다.


하지만 내 어린시절을 수놓았던 그 곳들에 어느샌가 들판이 사라지고 커다란 건물들이 올라가기 시작했다. 그 시절의 흔적조차 찾을 수 없을 만큼 아스팔트와 시멘트에 덮혀 버리고 말았다. 그리고 추억속의 제철 음식도 사라졌다. 마트에 가면 사철 내내 딸기를 볼 수 있고, 참외를 살 수 있다. 그 계절에만 먹을 수 있던 것들이 비닐하우스라는 커다란 온실 속에서 일년 내내 수확되는 것이다. 제주도에서 나온 당근, 함안에서 수확된 수박, 강원도 고랭지에서 자란 배추를 우리는 집 근처에서 사먹을 수 있다.


이렇게 보면 추억은 추억이라 미화된 것이지 현재의 마트 상황이 더 살기 좋아진 것이 아니냐고 할 수 도 있다. 하지만 이는 구멍 뚫린 배에 올라타 물놀이를 즐기는 것이나 마찬가지이다. 지금 당장의 풍경에 넋이 나가 황홀경을 느낄수 있지만 이 즐거움이 곧 우리의 목숨을 앗아가는 것일테니 말이다.


각 지역에서 수확된 농산물이 우리 식탁에 오르기 위해서는 짧게는 수십, 멀게는 수백키로를 이동해 와야 한다.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탄소 배출량을 생각해보라. 국내에서의 이동도 이럴지인데 해외에서 비행기 타고, 배타고 건너오는 과채소의 탄소 배출량은 더 말 할 것도 없다. 탄소 배출이 지구에 어떤 영향을 끼지고 있는지는 상술하지 않겠다. 이미 우리 목전까지 닥친 위험을 우리는 알면서도 모른척 하는 중이니.


물론 로컬소비가 수도권과 광역시가 아닌 농촌 지역의 유일한 생계수단을 위협할 수 도 있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내가 이 글을 쓰는 목적은 우리 모두 무조건 우리 지역에서 나는 농산물만을 소비하자는 것이 아니다. 로컬 소비가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 우리가 생각 없이 마트에서 집어드는 농산물이 과연 어디에서 어떻게 무엇을 발생시키며 왔는지 상기하자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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