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지구] 쓰는데 5초 썩는데 100년
우리가 쉽게 쓰는 제품들의 쉽지 않은 결말
물티슈를 박스로 사서 쓴다. 행주 빨기 귀찮을 때, 간단히 먼지 닦을 때 등 실생활의 다양한 부분에서 사용하고 있다. 강아지를 키우던 시절에는 산책 후 늘 물티슈로 강아지 발을 닦아주었고, 내 신발에 묻은 얼룩도 물티슈를 이용해 지우곤 했다. 그리고 아무 생각 없이 늘 쓰레기통에 집어 던져 버렸다. 그 덕분에 우리집 일반 쓰레기의 대부분은 늘 물티슈가 차지하고 있었다. 단 한번도 물티슈를 버리는데 죄책감을 가져보지 않았다.
그러다 어제 우연히 들린 공중 화장실에서 다음과 같은 글을 읽게 되었다.
미세플라스틱 발생을 줄이기 위해 플라스틱 사용을 줄이고, 분리수거에 진심이고, 세제 하나도 꼼꼼히 따져가며 사는 내가 물티슈에는 아무 거리낌이 없었다는 사실이 충격으로 다가왔다. 맞다. 물'티슈'라는 이름이 주는 느낌 때문에 나는 물티슈가 플라스틱이라는 생각을 하지 못하고 있었다. 물티슈 뒷면을 잘 살펴보아도 도통 내가 쓰는 물티슈의 '물'에 대한 정보만 들어 있을 뿐 '티슈'에 대한 정보는 들어 있지 않다 . 이는 화장품 물티슈의 성부 표시법 때문인데, 위생용품으로 분류되는 물티슈가 아닌 화장품으로 분류되는 물티슈에는 화학성분은 모두 표기하게 되어있지만, 부자재 재질의 표시 의무가 없다. 그래서 찾아본 물'티슈'의 재질은 바로 '폴리에스테르' 혹은 '레이온' 즉 '플라스틱' 이었다. 도대체 생리대는 플라스틱이라고 인지해 면생리대로 바꾼지가 몇 년 째인데 왜 물티슈는 플라스틱이라고 인지하지 못한 것인가.
나는 플라스틱으로 식탁을 닦고, 플라스틱으로 음식 찌거기를 치우고, 플라스틱으로 책상을 닦아 정리했던 것이다. 그리고 새삼 내가 인지하지 못하는 삶의 수많은 부분에 여전히 플라스틱이 녹아 들어 있음에 탄식을 뱉을 수 밖에 없었다. 물티슈의 평균 사용 시간은 아마 10초를 넘기지 않을 것이다. 10초의 사용이 100년의 시간이 흘러서야 그 발자취를 지울 수 있다. 더이상 편리함에 속아 내 삶을 해하는 물티슈를 남용하지 않겠다. 이미 사둔 물티슈를 다 사용 한 후에 우리 집에는 더이상 물티슈가 자리 하지 않을 것이다. 내 손이 조금 부르트더라도 걸래와 행주를 이용하고, 손수건을 들고 다니겠다. [내일지구]라는 에세이를 한 편 씩 발행 할 때마다 내 다짐이 하나씩 늘어간다. 그래도 좋다. 나의 작은 다짐이 누군가를 움직이게 만들 수 있다면, 나는 얼마든지 귀찮음을 감수하고, 얼마든지 다짐을 해 나갈 것이다.
결국 우리가 살아가야 할 길은 과거로 돌아가는 방법 뿐이다. 조금 더 움직이고, 조금 더 부지런떨고, 조금 더 느린 삶을 살아가야 한다. 그래야만 우리가 길게 이 지구에 살아 남을 수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