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기록 ] 난방비가 올라도 두렵지 않아요.

원래 안쓰거든요

by 섬세영

우리집의 겨울철 평균 기온은 16도 이다. 보일러가 고장났냐고? 아니다. 보일러 잘 돌아간다. 집에 안붙어있는거 아니냐고? 아니다. 나와 옆지기 모두 집순이 집돌이다.


다만 허공으로 사라지는 난방비가 아까울 뿐이다. 성인 남녀 둘이 사는데, 까짓꺼 한겹 더 껴입고 살면 되지 하는 생각으로 우리는 겨울철 난방을 잘 돌리지 않고 살고 있다. 또한 다행인것은 옆지기는 태생이 열이 많은 사람이라 한겨울 16도인 집에서도 반팔 반바지 차림이라는 것이다. 더욱이 조금이라도 난방을 돌리는 날이면 갑갑하고 건조하다며 온 창문을 열어 재끼는 사람이다. 문제라면 내 쪽에 있는데, 한여름에도 땀은 흘릴지언정 몸은 차가운 이상한 몸뚱아리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나는 더위도, 추위도 많이 타는 아이스크림 같은 사람이다. 더우면 녹아버리고, 추우면 더 꽁꽁 얼어버리는 아이스바. 그렇기에 난방 안떼는 겨울철이 다가오면 방한용품 준비를 철저히 한다. 침대에는 방풍용 텐트를 치고, 극세사 요로 바꾸어 깐다. 옷차림도 두둑해진다. 수족냉증이 있어서 그런지 16도의 온도에도 동상 걸리는 발을 위해 수면양말을 준비하고 도톰한 슬리퍼를 내어 신는다. 내복은 당연히 입고 있다. 위아래 전부 다 말이다. 거기에 잠옷을 걸치고, 담요를 두르고, 극세사 잠옷을 한겹 더 입어주면 겨울철 패션 완성이다.


이렇게 입고 돌아다녀도 사실 나는 춥다. 발은 냉골이고 등줄기엔 오소소 소름이 돋는다. 그래도 보일러를 돌리지는 않는다. 내가 까짓꺼 뜨신 물 한잔 먹고 말지. 누가 보면 참 지지리 궁상이라 할 법 하다.


정 추우면 이불 속에 들어가 동굴을 만들어 나오질 않는다. 온수매트를 살살 돌려 놓고 이불 덮고 있으면 어느새 옆지기가 내 방으로 와(우리는 각방 쓴다) 옆자리를 파고든다. 뜨거운 체온을 가진 옆지기가 옆에 누우면 나는 그의 맨다리에 차가운 발을 가져다 대어 녹인다. 옆지기는 질색을 하면서도 마냥 피하지는 않는다. 아마 자신 때문에 추위 많이 타는 내가 난방을 돌리지 않는다고 생각해 그런 것이리라. 말로 전하지 않아도 전해지는 그 마음에 몸도 마음도 어느새 사르르 녹아 내린다.


이렇게 우리는 난방비 폭탄을 피해 살고 있다. 조금 더 춥지만 조금 더 따스하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