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사랑] 우리 아이의 이름은

by 섬세영


아이 가지는 것을 두려워 하면서도 나는 어려서부터 내 자녀의 이름에 대해 고민하곤 했다. 순한글이름을 지어주고 싶기도 했고, 외자나 4글자 짜리 이름을 상상하기도 했다. 평생 자신을 드러내는 말이 이름이 될테니 가장 귀하고 좋은 것으로 주고 싶었다.


어린 시절 읽은 순정 만화 속 주인공들이 영향으로 외자 이름을 지어주고 싶기도 했다. '안'씨 성을 가진 자매가 주인공이었는데, 언니의 이름은 '안 리', 동생의 이름은 '안 지'였다. 성과 함께 불러도, 이름만 불러도 어여쁜 그 이름의 작명법이 꾀나 기억에 남았었다.


혹은 세계를 무대 삼아 살아가길 바라면서 이국적인 이름을 작명해보기도 했다. 예를 들면 재인이나 유진이 같은 중성적이면서 외국에서도 사용하는 그런 이름 말이다.


옆지기의 성은 '국'이다. 나는 살면서 국씨를 처음 만나보았다. 성에 걸맞게 이름도 생전 처음 듣는 이름이었다. 요새 유행하는 하율이 서준이 같은 이름도 아니고, 우리때 유행하던 민수, 현정이 같은 이름도 아니다. 이름까지 언급하면 그 특이함에 누군가는 옆지기를 알아볼 수 도 있기 때문에 여기서 언급하지는 않겠지만 정말이지 국내에 몇개 안되는 이름을 가지고 있다.


옆지기와 결혼을 생각하고 아이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하던 즈음부터 나는 우리 2세의 이름을 고민하기 시작했다. 성이 독특하니 평범한 이름이 어울리지 않을 법 하고, 기왕 특이한 성을 가지게 될 거라면 이름까지 특이해 정말로 세상 둘 도 없는 이름을 지어주리라 마음 먹었다.


처음 생각해 본 이름은 강이 였다. 국강. 뭔가 큰일을 해낼 것 같은 우렁찬 이름이지만 옆지기 반응은 영 별로였다. 이름이 너무 강력해서 남자애들 사이에서 우두머리 노릇 할 것 같다는 느낌이라나 뭐라나. 그래서 빠르게 다음 이름으로 생각해 낸 것은 건. 강이는 아무래도 여자애 이름같지는 않지만, 건이는 여자애 여도 어울리고 남자이름으로도 어울린다는 생각이 제일 먼저 들었다. 또한 건이라는 이름과 성을 붙여 말하면 국건이 되니 이 역시 발음도 좋고 어감도 좋아서 마음에 들었다.


이후 몇몇개의 외자 이름을 지어보고 난 후, 나는 순 한글 이름으로 눈이 돌아갔다. 순 한글이름을 쓰던 친구들의 이름을 떠올려봤다. 나예, 소미, 하늘, 우주 등등...이름으로는 참 어여쁘지만 성과 함께 부르니 어색함이 느껴졌다. 몇몇개의 한글 이름을 나열해 보고서야 마음에 드는 이름이 나타났다. 바로 '희나리'이다. 채 마르지 않은 장작이라는 뜻을 가진 '희나리'는 국희나리라고 붙여 불러도 국희라 불러도 나리라 불러도 다 마음에 들었다. 굳이 채 마르지 않은 장작이라는 뜻에 집중하기 보다는 하얀 나리꽃 이라는 의미를 더해줘도 좋을 듯 싶고.


이렇게 나는 매일 태어나지도 않은, 잉태되지도 않은 아이의 이름을 고민하며 즐거운 나날을 보내고 있었는데, 어느날 불현든 아버님께서 술호 아래 항렬자는 '준'이라는 말씀을 해오셨다. 와.. 순간 당황스러웠다. 항렬자를 전혀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 옆지기 역시 내가 수 많은 이름을 지어 낼 때에도 자신의 아래 항렬자가 뭐라는 반응을 하지도 않았다.


그리고 솔직한 생각으로는 이름은 내 마음대로 지어주고 싶다. 10달을 품고 배아파 낳은 자식이라지만 이 아이가 태어난 그 순간부터는 내 뜻대로 되어주는 것이 단 하나도 없을 텐데, 이름만이라도 임신과 출산을 겪은 여자가 지어야 하는 것이 옳지 않을까.


누군가는 이런 생각을 하는 나를 향해 괴씸하다고 말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 생각을 옆지기와 공유 했을때, 옆지기 역시 이런 나의 생각을 받아 들여줬고 이해 해 줬다. 부부가 서로 이해 하는 사항에 대해 제3자가 왈가왈부 할 필요가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