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사랑] 각방쓰지만 사랑해요

by 섬세영

옆지기와는 처음부터 각방을 사용한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잠자리에 예민한 여자와 파워 코골이 남자가 같이 잘 수 있는 방법은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같이 자는 것을 선택했었다. 아이 없는 신혼인데다가 사랑하면 당연히 그래야 하는 줄만 알았다. 그리고 언젠간 이 상황 역시 익숙해 질것이라 여겼다.


시간이 흘러도 익숙해지기는 커녕 옆지기의 코골이 소리에 놀라 깨 뒤척이는 나를 느끼고 옆지기도 깨어나는 일이 더 잦아졌다. 둘 다 뜬눈으로 밤을 새우기 일쑤였고, 잠을 제대로 못자 피곤한 나날의 연속이었다. 결국 내가 포기 선언을 외쳤다. 그리고 우리는 각방을 사용하기 시작했다.


옆지기와 함께 쓰던 흙침대를 벗어나 작은방에 있던 라텍스 침대에 몸을 뉘였다. 편안했다. 몸을 감싸는 라텍스의 포근함 때문인지, 자유롭게 잘수 있다는 기쁨 때문인지, 아님 둘 다였는지 오랜만에 양껏 몸부림치며 잘 수 있었다. 옆지기 역시 뒤척이는 내 몸짓에 깨지 않고 푹 잤다고 한다. 이후 우리는 서로의 좋은 잠을 위해 각방 사용을 이어오고 있다.


각방을 사용한다는 사실을 오픈하니 주위의 반응 대부분' 왜?' 라는 표정이었다. 당연하다. 우리는 여전히 연애 초 처럼 서로를 사랑하는 눈으로 바라보고, 상대를 향한 사랑을 가감없이 드러내니 말이다. 내 입으로 말하긴 부끄럽지만 남부럽지 않게 사랑하며 산다. 지금도 여전히 사랑한다는 말을 달고 살고, 서로가 귀여워 보이는 것을 숨기지 않는다. 이런 사실을 알고 있던 지인들은 정말 궁금해서 우리의 각방 사유를 알고 싶어 했다.


우리는 서로를 너무 사랑해서 각방을 쓰고 있다. 이 말을 들은 지인들 대부분의 반응은 '그래야 너희 답지'였지만 간혹 이해 하지 못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사랑하면 단점이나 괴로움까지 포용해야 하는 것 아니냐며 우리의 각방을 이상한 눈으로 쳐다봤다. 사랑하는데 그깟 코골이 소리가 대수냐고, 그 마저도 사랑해야 한다고 말하고 우리가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서로를 너무 쉽게 포기한 것 아니냐는 소리도 들었다.


세상에는 다양한 사랑의 형태가 있다. 우리와 같이 사랑이라는 이름 아래 배려를 보이는 커플도 있을 것이고, 사랑이라는 이름 아래 인내를 선택하는 커플도 있을 것이다. 하다 못해 구름 조차도 같은 모습을 한 것이 단 하나도 존재하지 않는데, 사랑의 형태가 어떻게 모두 같을 수 있겠는가.


우리는 각방 쓰지만 여전히 넘치도록 사랑한다. 하루 일과를 마치고 저녁에 내가 옆지기의 방에 가거나 옆지기가 내 방으로 와서 나란히 누워 서로를 바라보며 도란 도란 이야기 나누다 잠이 올 때쯤 각자의 방으로 돌아가는 지금 삶이 너무 만족스럽다. 서로의 체온은 느끼며 자지는 못하지만 이미 충분히 따뜻하다. 우리의 사랑이 단지 각방이라는 이유로 폄하되지 않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