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사랑] 돼지고기랩소디
삼겹살과 항정살 그 사이 돼지갈비
나는 한국인의 소울푸드라는 삼겹살을 그다지 즐기지 않는다. 정확히 말하면 안좋아한다. 삼겹살은 그 어떤 조리법을 사용해도 영 별로다. 푹 익은 김치와 함께 펄펄 끓여낸 김치찌개에 넣어도, 한껏 삶아 기름 쪽 빠진 구수한 수육도, 별다른 양념 없이 그냥 앞뒤로 바싹 구운 삼겹살도. 다 별로다. 굳이 구워 먹는 부위 중 가장 좋아하는 부위를 말해보라면 나는 항정살을 택한다. 오독오독 터지는 식감부터 쫄깃함까지. 고소한 돼지고기 맛과 쥬시한 기름기까지 완벽하게 내 취향이다.
이런 나에 반해 옆지기는 삼겹살을 좋아하다 못해 사랑하는 사람이다. 그 어떤 힘든 일이 있어도 삼겹살만 있다면 전부 다 이겨 낼 수 있다고 말한다. 내가 해준 음식 중에 뭐가 제일 맛있냐 물어보면 앞뒤로 굽기만 하면 되는 삼겹살이 제일 맛있다고 한다. 이런 옆지기는 외식 할 때면, 내 눈치를 보느라 삼겹살 먹으러 가자고 선뜻 말을 못하곤 한다. 하지만 나는 옆지기의 지대한 삼겹살 사랑을 알기에 늘 삼겹살을 먹으러 가자고 한다.
항정살을 팔지 않는 삼겹살집에 가면 나는 목살 1인분, 옆지기는 삼겹살 2인분을 시켜 놓고 젓가락을 든다. 늘 나를 배려해 목살 먼저 구워주는 옆지기이다. 목살도 그다지 좋아하는 편이 아니라 내가 깨작깨작 먹는 시늉만 하는 동안 옆기지는 그런 목살이라도 맛있다는듯이 냠냠 먹는다. 목살을 반쯤 먹어갈 때면, 달궈진 불판에 삼겹살을 올린다.
'치이이이이이익'
기분좋은 소리가 울려퍼지고 퍽퍽한 목살만 집어 먹던 옆지기 얼굴에 웃음꽃이 활짝 핀다. 이제부터 시작이다. 남은 삼겹살 2인분이 모조리 불판에 올라가고 옆지기의 눈은 삼겹살에서 떨어질 줄을 모른다. 앞뒤로 바싹 잘 구워 노릇노릇 맛있는 색이 된 삼겹살을 두점 집어 쌈장을 올리고 한입에 '와앙' 삼키면 옆지기는 세상에서 제일 행복한 사람이 된다. 그 모습에 나는 늘 먹지도 않는 삼겹살집으로 외식을 하러 나간다.
이렇게나 돼지고기 취향이 다른 우리가 유일하게 일심동체일 때가 있다. 바로 양념 돼지갈비를 먹으러 갈 때 이다. 나와 옆지기 모두 돼지갈비를 좋아한다. 옆지기는 삼겹살이 더 좋겠지만 고기라면 일단 다 오케이이고, 나는 항정살보다 돼지갈비가 더 좋다. 양념의 달달짭짤한 맛은 물론이고, 냉면과 함께 싸 먹을때의 하모니를 잊지 못한다. 그래서 우리는 돼지갈비집에 가면 돼지갈비 4인분에 된장찌개와 냉면까지 해치우고 나온다.
우리의 가까워 질래야 가까워 질 수 없는 삼겹살과 항정살의 거리는 돼지갈비가 오작교가 되어 하나가 될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