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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섬세영 Aug 23. 2023

취미는 가성비가 아니다

뜨개질은 돈 많이 들어요. 그냥 사입으세요.

뜨개질은 가성비 좋은 취미는 아니다. 성인 여성의 스웨터 한 벌을 뜨는데 일반적으로 털실이 9볼에서 11볼 정도 필요하다. 동대문에서 싸게 주고 산다 해도 한 볼에 5000원은 기본이고 조금 더 좋은 실이나 소매점에서 구매하면 가격은 훨씬 올라간다. 실 값만 최소치로 계산해도 5만원 돈 인것이다.


뜨개 바늘도 저렴한건 500원 짜리부터 있다. 장인은 도구를 탓하지 않는다지만 나는 장인이 아니니 도구도 갖춰야 한다. 조립식 바늘 세트를 구매 하면 한 세트에 보통 10만원은 훌쩍 넘어간다. 이런 바늘도 한 세트만 가지고 있으면 아쉬우니 용도별 기능별로 골고루 갖춰야 한다. 더욱이 이미 있는 바늘 세트라 해도 예쁜 것이 눈에 띄면 안 살수가 없다.


뜨개질에 필수적으로 필요한 두 가지만 구비 한다 해도 벌써 돈이 수십 깨졌다. 거기에 꼭 필요한건 아니지만 있으면 좋고, 가지고 있으면 괜시리 마음이 편해지는 제품들까지 더해지면 돈 백만원은 그냥 우습게 나가는 것이다.



최근 나는 양말 뜨는 것에 푹 빠져 있다. 양말실은 특히 알록 달록하다. 양말은 신발 속에 들어가고 바짓단으로 가려저 아주 살풋 보이기 때문에 더 과감할 수 있는 것 같다. 그래서 나도 양말을 떠야 겠다는 생각보다 이 양말실에 반해 정신차려보니 어느새 양말실이 내 손에 있더이다.


이유가 어찌 되었건 양말실이 수중에 들어왔으니 양말을 떠야 되는 것이 아닌가 싶어 시작된 양말 뜨기는 그야말로 요즘 내 최애 취미 활동이 되었다. 모두 다 같은 뜨개질이지만 엄연히 뜨개에도 장르라는 것이 존재 한다. 한동안은 스웨터 뜨는 것에 빠져 스웨터나 조끼류를 떴고, 그 뒤에는 코바늘에 빠져 담요를 몇개나 만들었다. 그리고 인형에 빠져 가뜩이나 많은 인형에 내 뜨개 인형까지 더해 온 집이 인형 천지였던 적도 있다. 그리고 지금은 바로 양말뜨기인 것이다.


지난 수요일, 엄마와 함께 서울로 실 구경을 나섰다. 여지 없이 나는 양말실을 향해 달려갔고, 이걸 살까 저걸 살까 고민하던 내게 엄마는 물어 왔다


"이 실 한타래면 양말이 몇켤래 나와?"


"한 켤래? 한 켤래 반? 근데 한 켤래 반을 어디다 써? 그냥 한 켤래 뜬다고 보면 될꺼 같아"


"허이고, 야 그냥 하나 사 신어라. 실이 이만육천원인데, 거기에 뜨는 수고까지 더해야 하는데 이걸 뭐하러 뜨니"


나는 웃을 수 밖에 없었다.


"엄마. 나는 양말이 필요해서 뜨는게 아니라 양말뜨는게 재밌어서 여기에 돈을 쓰는거 뿐이야"


맞다. 나는 양말이 필요해서 굳이 내 손으로 양말을 짜는 것이 아니다. 그저 바늘을 움직이는 그 행위 자체가 주는 즐거움에 빠져있을 뿐.




뜨개질을 하다 보면 이런 일은 종종 겪는다. 뜨개질 하는 이유가 가성비 좋게 니트류를 입기 위함이라 생각 하는 사람이 태반이다. 그런 이들에게 내가 쓰는 실의 가격과, 그 실을 얼마나 소모 해야 한 벌의 의류가 나오는지 알려주면 뒤로 나자빠진다. 이후 돌아오는 말은 늘 똑같다


"굳이 왜 뜨는거야? 사는게 싼대!"


그럼 나는 한 술 더 떠 이야기 한다.


"내 바늘은 2만원짜리야. 이까짓께 2만원이나 한단다. 그러니 너는 사입으렴. 나는 뜨는게 재밌어서 뜨는것 뿐이야."


반응은 늘 똑같다. 기함하거나 한숨쉬거나.


하지만 그들에게 이렇게 돈 쓰면서 취미활동 하는게 내 인생의 활력소라 말하면 대부분 수긍한다. 왜냐하면 그들의 취미에도 역시 돈이 들기 때문에. 그 어떤 취미라도 돈이 안드는 취미는 없기에. 취미는 가성비가 아니다. 취미는 우리의 길고 지루한 인생 삶에 있어 작은 별빛 같은 존재인 것이다. 컴컴한 밤 하늘이 아름다운 이유는 작디 작은 별빛이 함께 하기 때문이다. 이 작은 별빛을 내기 위해서라면 나는 시간도 돈도 모두 바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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