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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섬세영 Nov 16. 2023

초라하게 느껴지는 날일지라도.


떡집에서 일한지 근 10년이 다 되어간다. 그 수 많은 날 중 처음으로 주문이 단 한 건도 없던 날을 기억한다.


매일 주문이 못해도 두세개씩은 있었는데 그 날은 주문이 한 건도 없었다. 주문표를 붙여두는 벽이 제 모습을 오롯이 드러낸 휑한 모습이 낯설었다. 자학적 성향이 강한 나는 그 날을 내탓으로 돌렸다. 내가 손님을 끌어당기는 사람이 아니라 장사가 점점 더 안되는 것이라고. 뭐 옆지기한테 꿀밤 시원하게 한대 맞고 그런 생각은 더이상 안하긴 한다. 할 필요도 없는 생각이었다.


오늘도 떡집엔 주문이 한건도 없다. 수능 전날까지 찹쌀떡이 신명나게 팔리더니 오늘은 거리에 사람들도 없다. 수능 당일. 모두가 숨죽이는 오늘. 브런치도 잠잠하다. 오랜만에 브런치 조회수에 0이 떠있다. 평소에도 그리 높은 조회수를 기록 하지는 않지만 0을 보는 건 오랜만이다. 내 글이 그렇게 재미 없나 하는 생각도 잠시. 툴툴 털어버리고 이내 글을 쓰고 있다.


내가 초라하게 느껴지는 날일지라도 움직여야 한다. 주문이 없어도 떡을 포장 해야 하고, 조회수가 0을 찍어도 글을 써야 한다.


감정은 흘러가고 결과만이 남는다.


오늘 수능 보는 모든 이들에게 좋은 결과가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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