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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섬세영 Nov 12. 2023

서평] 이토록 멋진 인생이라니

언제든 삶을 반추할 수 있어야 한다

Part1.

미치 앨봄의 '모리와 함께한 화요일'을 읽은지 십 수년이 지났다. 그 사이 나는 많이 자랐고, 익었고, 변했다. 그럼에도 나는 여전히 젊다. 아니, 나는 어리다.

모리 슈워츠의 유작 '이토록 멋진 인생이라니'는 노년의 이야기를 담고있다. 처음 책을 읽었을 때는 조금 당황스러웠다. 나는 여전히 이렇게나 어리고 미숙한데, 벌써부터 노년의 삶을 이해하는 책을 읽는 것이 도움이 될까. 같은 생각만 떠올랐다.



의문을 가진 채 첫 장을 읽고, 관성처럼 두번째 장을 읽고나니 생각이 바뀌었다. 그 누구도 노년을 준비된 상태로 받아들이지 못한다. 노인의 삶은 어느날 그렇게 갑자기 불현듯 우리에게 다가 온다. 비단 노년의 삶 뿐만이 아니다.



모든 생의 순간은 그렇게 불현듯 우리 앞에 나타난다. 변화는 짧고 적응은 언제나 어렵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언제나 익숙함에서 벗어나 새로움에 도전할 수밖에 없다. 그것이 바로 삶이니까. 



책에 적힌 그 모든 단어들은 노년에게만 해당하는 이야기를 말하고 있는 것이 아니다. 이 책은 노년이라는 무대를 통해 삶의 그 어느 시기에라도 겪을 수 있는 고뇌에 대해 노래 한다. 



나는 불안하다. 이는 비단 내가 젊거나 늙어서 그런 것이 아니다. 살아 숨쉬는 그 누구에게나 저 깊은 심연 속에는 알 수 없는 미래에 대한 불안이 잠들어 있을 것이다. 모리의 이번 책, '이토록 멋진 인생이라니'는 그 불안을 직면하는 법을 알려준다. 그리고 그 모든 순간이 모여 '이토록 멋진 인생'을 만들어 낸다.



part 2


비단 나의 죽음 뿐 아니다. 우리는 살면서 많은 죽음을 경험하고, 이별에 슬퍼한다. 그리고 수많은 노년의 삶을 목격한다


나는 노년의 삶과 멀지만 가깝게 살아왔다. 기억도 안나는 어린 시절에는 증조 할머니가 계셨다. 하얗게 샌 머리를 정가르마 곱게 타, 한복 저고리 꼭 묶으신 내 증조 할머니. 그녀는 내 모든 기억 속에 노년의 모습으로 존재 한다. 처음 만난 증손녀를 귀히 여겨 치매가 와도 내 손을 꼭 쥐어 잡고선 꼬깃 꼬깃한 용돈을 주던 모습이 지금도 훤하다. 그런 그녀는 내가 죽음이 무엇인지 인지 못하던 꼬꼬마 시절에 돌아가셨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초등학교 2학년, 그녀에 대한 글을 쓰자 눈물이 뚝뚝 떨어졌다. 나는 그제서야 그녀의 죽음을 실감했다. 


초중고 시절을 보내며 내가 해바라기 처럼 해를 향해 자라날 때, 내 외조부모님은 뜨거운 여름 볕을 견디고선 가을 벼 처럼 익어갔다. 아직 직장 생활을 하시던 할아버지와, 흰머리보다 검은머리가 많다며 늘 검게 염색하고 다니시던 할머니. 내가 나 하나 조차 감당하기 벅차 잠시 고개를 숙였다 일어나니, 두 분은 어느새 백발 성성한 노인이 되어 있었다. 자리에 앉는것 조차 불편하고, 이제 기억도 잃어가고 있는 그분들을 바라보며 빠르게 지나간 시간이 야속해 눈물 흘리기도 했다. 그리고 나는 죽음이 무서워졌다. 영원한 이별이 내 지척에 와 있는 느낌이 싫었다. 



그런 내게 선물처럼 도착한 '이토록 멋진 인생이라니'는 큰 위안이 되었다. 삶의 톱니바퀴를 인정하고 죽음을 당당히 바라본는 자 만이 이토록 아름다운 인생을 깨달을 수 있는 것이다. 



part3.


이 책을 읽어야 하는 이유는 단순하다. 우리는 누구나 늙어가고 언젠간 죽는다. 그 어떤 인생을 살더라도 이 명제는 공평하게 주어진다.


흘러가는 시간을 붙잡으려 하기보단 그 시간을 더 알차게 사는 것만이 인생을 멋지게 살아가는 방법이다. 이 책은 이 사실을 우리에게 주지시킨다. 내가 인생의 싸이클 그 어디에 있더라도 삶을 반추하고 미지의 앞날을 향해 발을 내딛을 수 있는 힘을 전해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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