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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섬세영 Dec 17. 2023

2023을 마무리 하며

올 해가 한장이 채 안남았다.


나는 올 한해 무엇을 했는가.


1.우선 두번의 서평을 작성했다. 내가 원히는 삶에 한발짝 더 가까워졌다. 글을 통해 돈을 번 것이다. 고작 두번, 밥 한끼 정도 금액에 불과 하지만 그 가치는 억만금과 비할 바가 못된다.


2. 옆지기의 일이 아닌 나만의 직업을 가지게 되었다. 생각도 못해본 업종이고, 이런 일을 할 것이라고 상상도 못해본 일임에도 불구하고 나는 즐겁게 해내고 있는 중이다. 좋은 상사를 만나게 되었고 사회 생활의 쓴맛도 경험했다. 비록 1년짜리 계약직이지만 서른을 앞둔 내게 20대 마지막을 장식해 준 소중한 기억이 되었다.


3. 일곱 점의 뜨개 작품을 완성 했다. 그리고 4점의 작품이 완성을 기다리고 있다. 한달에 하나 꼴로 뜨개를 한 것이다. 가게일 하랴, 내 일 하랴, 논문 쓰랴 바쁜 와중에도 손을 쉬지 않았다. 물질적으로 남은 그 결과물이 알차게 살아온 지난 한 해를 증명하는 듯 하다.


4. 옆지기에게서 독립해 사촌 동생과의 생활을 시작했다. 헤어진건 아니다. 여전히 따뜻하게 사랑하고 있다. 다만 그와의 거리를 조금 두어 내 자립심을 키우고자 했다. 20대 초반부터 옆지기에게 너무나 많은 것을 의지했다. 마지막 20살은 그와 함께 그리고 혼자 걸어나가는 시간이 되었다.


5. 살이 참 많이 쪘다. 25키로그램이나 늘었다. 오랜만에 보는 사람들이 다 놀랄 정도로 몸무게가 늘어났다. 여전히 혼자 있을때 폭식하는 탓이다. 폭식으로 늘어난 위가 평소 식습관으로 이어져 먹는 양이 늘었다. 중요한 것은 이런 내 모습이 더이상 역겹거나 불쾌하지 않다는 것이다. 내가 아무리 살이 쪘다 해도 나는 사랑받아 마땅함을 깨달았다. 그래도 살은 좀 뺄꺼다. 건강을 위해서.


6. 동생과의 사이가 좋아졌다. 처음으로 함께 여행도 떠났다.  동생도 나도 모두 치료를 시작한 덕이다. 서로의 아픔을 보듬어주고 이해해주고 더 사랑해주려 한다. 잘못을 용서하고 용서받으며 이제서야 자매가 되어간다.



길었던 한 해가 이렇게나 짧은 글로 설명된다. 하지만 나는 행간에 숨어들어간 그 모든 날을 기억할 것이다. 지나간 시간이 내일로 향하는 더 큰 날개가 되어줄 것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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