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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섬세영 Dec 18. 2023

생각하기 나름

    동네 가로수가 알록달록한 옷을 입었다. 올 초 시작된 ㅇㅇ마을 뜨개옷 입히기 프로젝트가 성공적으로 끝난 덕이다. 마을 자치회와 주민센터의 공동 주최로 많은 동네 주민의 손을 더해 삭막한 겨울 거리가 화사해 졌다.

매일 아침 저녁 출퇴근 때마다 지나가는 곳이 이렇게 여러 사람의 손길로 예뻐져 피곤함도 사르르 녹는 일상 속의 힐링이 되어 주고 있다.


그 날도 어김없이 퇴근 하던 길이었다. 하루동안 쌓인 삶의 무게를 짊어 지고 버스 창문에 기대 앉아 멍하니 창밖을 내다 보던 중, 앞 사람들의 이야기 소리가 귀에 들어왔다.


"저게 무슨 돈낭비야."


"그러게 말이야"


"저거 다 세금으로 한걸꺼 아니야, 어휴 세금 쓸데도 없지, 참."


"게다가 저기에 벌래가 그렇게 많이 산다며"


"그래그래, 맞아~! 해충이 드글드글 하다며"


"저런거 왜 해놓나 몰라"


뜨개 옷을 향한 날이 선 말들이었다.


마음 한편이 불편해졌다. 사실 나는 이 뜨개 나무 거리를 보며 항상 '적은 돈으로 많은 사람을 행복하게 해주는 구나'라는 생각을 했는데 누군가의 눈에는 돈낭비로 취급되고 있었다. 기분이 가라앉았다. 내 행복이 누군가에겐 불편으로 다가갈 수 있다고는 생각조차 하지 못했다. 한번 피어오른 생각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지기 시작했다.


겨울이면 방제를 위해 나무에 지푸라기를 덧입힌다고 배웠다. 그럼 뜨개옷도 비슷한 효과를 내지 않을까? 근데 왜 해충이 산다고 하는 걸까? 지푸라기로 방제하는 것도 비슷한 맥락이지 않을까? 하지만 저 아크릴 실로 만든 뜨개 옷은 태우면 오히려 환경에 해가 될텐데, 그러면 저들의 말처럼 이건 돈낭비, 세금낭비, 환경오염을 일으키는 일이란 말인가?


궁금증을 해소 하기 위해 얼른 인터넷으로 검색을 하기 시작했다.


우선 방제 효과는 미비하다고 한다. 오히려 익충을 해치는 경우가 많아 나무에 지푸라기나 뜨개옷을 감아 방제하는 것은 거의 안하는 추세라 한다. 그렇다면 봄이 되면 뜨개 옷을 어떻게 처리 한다는 것인가? 전주의 경우 매년 뜨개 옷을 입히고 봄이 되면 다 걷어 들여 잘 관리 한 후 보관해 후년에 다시 사용한다고 한다. 우리 동네의 경우 아직 미정이라고 하나, 환경오염문제와 일회성을 소모되긴 아까운 이벤트임을 강조해 놨으니 이에 대해 충분히 고려 해 볼 것이다.


타인의 한 마디에 내 일상의 즐거움이 무너질 뻔 했으나, 생각하기 나름이다. 덕분에 더 깊이 있는 사고를 할 수 있었고, 새로운 사실에 대해서도 알게 되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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