옆지기는 코를 참 심하게도 곤다. 코만 고는 것이 아니라 깊은 잠에 삐져들 수록 100kg에 육박하는 그 덩치를 내쪽으로 밀어 붙힌다. 나의 온기를 찾아 오는 것인지 체취를 따라 오는 것인지 알 수 없지만 내가 이동하는 방향으로 꾸역꾸역 따라 오는 모습이 썩 귀엽다. 하지만 잠자리에 예민한 나로썬 다음 날의 원활한 생활을 위해 각방을 선언했다.
하지만 한편으론 이런 옆지기의 코골이가 마냥 싫지만은 않기도 하다. 태생이 불안이 많은 나에겐 건너방에서 들려오는 아스라한 코골이 소리가 자장가와도 같다. 저 너머 방에서 옆지기가 세상 무해한 표정으로 잠들어 있을 것을 생각하다보면 나도 어느새 무장해제되어 편안한 마음으로 꿈결 속을 거닐 수 있게 된다.
옆지기가 잠들어 있음을 확인 하는 수단으로도 코골이는 요긴하게 사용된다. 옆지기의 귀가가 늦어져 내가 먼저 잠들어도 새벽녘 건너방에서 들려오는 코골이 소리로 옆지기의 무사귀환을 확인 할 수 있다. 반대로 내가 늦게 귀가 하는 날이면 살금 살금 내 발소리는 낮추고 귀를 쫑긋 세운다. 옆지기의 코골이 소리가 멈추지 않게 조심하며 잘 채비를 한다. 이렇듯 옆지기의 코골이는 여러 역할을 한다.
한동안 밤을 세워 공부 하던 시절이 있었다. 기나긴 겨울 밤이 이불처럼 세상을 포근히 덮어주던 시간 속, 나는 홀로 불 밝히고 책상에 앉아 있었다. 내 숨소리, 책장 넘기는 소리, 필기하는 소리 그리고 그 무한의 시간을 나 홀로 있지 않다 여기게 해주는 옆지기의 코골이 소리가 함께였다. 저 멀리서 들려오는 코고는 소리에 내가 깨어 있음이 실감되며 그 시간을 더더욱 헛되이 쓰지 말아야 한다는 자각을 하게 된다. 그렇게 나는 겨울 밤을 홀로 그렇지만 함께 지새웠다.
옆지기의 코골이 소리를 들으며 찡긋 거리는 얼굴을 보며 나는 그의 사랑을 되새김질 한다. 내가 글을 쓰고 싶어지게 하는 사람. 나의 영원한 뮤즈. 사랑한다.
감히 나와 비교를 해도 되나 싶지만 박완서 작가도 남편분의 코고는 소리를 들으며 집필을 하곤 했다고 한다. 그녀의 마지막 말이 깊은 울림이 되어 내 속을 가득 채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