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지구] 내가 만든 것은 친환경적일 것이라는 착각

by 섬세영


아크릴실로 만든 뜨개 수세미가 굉장히 흔해졌다. 기하학적인 무늬가 들어간 수세미부터 동물 모양의 오동통한 수세미까지 종류도 다양하다. 판매 중인 완제품을 살 수도 있지만 손쉬게 떠서 직접 만들 수도 있다. 아크릴 실의 가격은 한 뭉치에 천원에서 이천원대라 가격이 부담스럽지도 않다. 처음 뜨개를 접하는 사람이라 하더라도 저렴한 실의 가격 덕분에 구매로 이어지가 쉽고, 큰 기술이 필요한 뜨개가 아니기에 더더욱 많은 뜨개 초심자들이 '아크릴뜨개수세미'를 선택하는 듯 하다. 잠깐 검색해도 초심자를 위한 '아크릴뜨개수세미'DIY키트가 아주 다양하게 판매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렇게 내가 직접 완제품을 선택해 구매하거나, 실을 사서 만들어 쓰지 않더라도 각 집마다 주방서랍에 '아크릴뜨개수세미'가 두어개 쯤은 각 들어 있을 것이다. '아크릴뜨개수세미'를 은품으로 받거나, 지인으로부터 선물 받는 것 보다 더 자주 얻게 되는 곳은 단연 교회 전도이다. 과거에는 전도 전단지와 함께 휴대용 티슈를 주로 나눠 줬었는데, 어느샌가 부터 이 '아크릴뜨개수세미'와 함께 하는 전도를 더욱 자주 보게 되었다. 최근 가게에도 '아크릴뜨개수세미'와 함께 전도를 하려는 분이 들렀었다. 난 종교도 있고 가게에선 이미 사용하는 수세미가 구비되어 있어 한사코 받는 것을 거절 하였지만, 90살 먹은 할머니가 떴다는 것을 셀링 포인트(?)로 삼아 계속해서 전도를 시도했다. 몇 번의 실랑이 끝 나보다 더 필요한 다른 분께 드리라는 말로 돌려 보냈었다. 사실 이깟 수세미 하나 받는 것은 크게 어려운 일이 아니다. 그리고 내가 '아크릴뜨개수세미'를 사용하지 않는다고 해서 그 물건이 뿅 하고 사라지는 것도 아니다. 내가 거절한 전도용 '아크릴뜨개수세미'는 다음 날 8개나 가게에서 발견되었다. 아마 거절을 잘 하지 못하는 맘씨 좋은 우리 사장님이 받아두신 것이리라. 결국 이 수세미는 가게에서 사용되지 못하고 처치 곤란으로 굴러다니다가 자취를 시작하는 사촌 동생의 손에 들려나갔다. 이처럼 내가 쓰지 않고, 사용을 거절한다고 해서 쓰이지 않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나의 거절에도 의미가 있었다. 나는 더이상 '아크릴뜨개수세미'를 사용하지 않겠다는 다짐을 했다.


'아크릴뜨개수세미'에 달려있는 반짝이 털이 빠져 식기에 붙어 남아 있는 것도 싫고, 수세미의 재질 특성 때문에 건조가 잘 되지 않아 세균 번식이 쉬울꺼 같다는 이유도 있지만 가장 큰 이유는 바로 '아크릴뜨개수세미'에 붙는 '친환경' 혹은 '에코'라는 단어 때문이다. 나는 이 '친환경'과 '에코'라는 단어가 도대체 어디에서 왔는지 이해할 수가 없다. 뜨개질이 주는 이미지가 만든 허상이 '친환경'과 '에코'라는 단어를 연상하게 만들었을 지 모르겠지만 아크릴 실은 완벽한 합성수지라는 것 만이 진실이다. 다시 말하자면 아크릴 실은 결국 플라스틱이라는 소리이다. 플라스틱을 얇게 가공해 실 형태로 만들고, 거기에 또 다른 플라스틱인 폴리에스테르 필름을 합사해 만든 것이 바로 '아크릴실'인 것이다. 플라스틱이 언제부터 '친환경'이고 '에코'였는가. 플라스틱은 그 자체로도 쓰레기가 되고 환경을 오염시키지만 눈에 보이지 않는 미세플라스틱이 되어 더 큰 문제를 야기한다. 합성수지로 된 의류를 세탁기에 돌리기만 해도 미세플라스틱이 배출된다는 연구 결과가 나오고, 초미세플라스틱이 모유를 통해 자녀에게 전달 될 수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눈에 보이지 않으니 어디서 만들어지는지, 무엇때문에 만들어지는지도 모르는 채 몸에 쌓여 세대를 뛰어넘어 전달 되는 독성물질을 우리는 단지 편리하고 저렴하다는 이유로 사용하고 있는 것이다. 플라스틱은 지금도 끊임없이 만들어지고 버려지고 있다. 쉽게 와닿지도 않는 면적인 남한의 15배, 140km3의 쓰레기 섬은 지금도 멈추지 않고 그 면적을 더 넓혀 가고 있다. 학창시절 과학의 날 행사로 그렸던 디스토피아적 미래가 당장의 눈 앞에 펼쳐질 수도 있는 것이다.


그렇기에 나는 말로만 '친환경'이 아닌 진짜 '친환경'인 식물 수세미를 사용한다. 환경을 생각한다는 거창한 이유도 있지만, 식물 수세미를 사용하는 것이 정말 좋아서 쓰고 있다. 기름기 많은 그릇을 세척하면 그릇은 뽀송해져도 수세미가 머금은 기름은 사라지지 않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식물 수세미는 기름을 전혀 먹지 않는다. 또한 한국인의 식생활 중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붉은 양념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다. 식물 수세미는 김치국물도, 제육볶음의 양념에도 전혀 굴하지 않고 언제나 그 본연의 색을 띠고 있다. 근묵자흑이라는 말에 걸맞게 설거지에 사용된 그 모든 합성수지 수세미들은 내가 먹은 음식의 특징을 제 몸에 고스란히 담았다. 식단 조절을 해야 하는 옆지기가 나 모르게 라면을 끓여먹고 설거지까지 싹 해놓아도 수세미에 물 든 빨간 국물의 흔적으로 인해 완전범죄가 불가능했었지만, 식물 수세미로 바꾼 이후론 완전 범죄가 가능해졌다며 좋아한다. 식물 수세미의 장점이 단점으로 변한 유일한 경우이다.



미세플라스틱의 발생을 줄이려고 내가 노력 해도 환경문제에 무심한 사람들이 무심코 사용하고 버리는 플라스틱 쓰레기를 생각하면 맥이 빠지기도 한다. 그래도 어떠한가. 난 나비효과를 믿는다. 내가 행동하지 않았더라면 시부모님이 수세미를 심으려는 생각도 안하셨을테고, 옆지기 역시 대체 수세미의 존재를 모르고 수시로 아크릴 수세미를 사다 날랐을 것이다. 벌써 나로 이해 두 가정이 변화한 것이다. 친환경에 관심조차 없던 사람이 변하는 것을 보면 나의 작은 날개짓이 가진 힘이 결코 작지 않다는 것이다. 멈추지 않고 행동하는 것이 가장 중요함을 느낀다. 나의 짧은 글이 누군가에게 작은 영향이라도 미치길 바라며 글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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